안녕하세요.
4월 총선을 두달 여 남기고 각 정당에서 총선용 공약을 쏟아냅니다.
거대 양당을 비롯해서 제3지대로 새출발하는 정당의 공약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유독 고향을 떠나 사는 동창들의 밉상인 개혁신당 첫 공약이 '65세 이상 지하철 공짜 폐기'였고
두번 째가 경찰 소방 공무원이 되려면 여성도 군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나날살이에서 ‘첫째’와 ‘첫 번째’라는 말이 거의 같은 말처럼 쓰이고 있지만,
이 두 말은 쓰임이 다른 말입니다. ‘
첫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씁니다.
한자말로 바꾸었을 때 ‘제일, 제이, 제삼, …’처럼 ‘제’ 자를 붙일 수 있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를 나타내기 때문에,
‘둘째 줄의 셋째 학생, 첫째 줄의 둘째 책상’처럼 쓰는 말입니다.
또, 반에서의 석차라든가,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을 모두 ‘첫째’, ‘둘째’ 등으로 표현할 수 있지요.
이와는 달리, ‘첫 번째’라는 표현은
연이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대학 입시에 두 번 연속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면, 세 번째 도전이 되듯이 말입니다.
야구처럼 횟수를 정해 놓고 하는 운동경기에서 ‘첫 번째 경기’라고 한다든지,
여러 번 묻게 되는 질문에서 ‘첫 번째 물음’ 등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우리 나날살이에서는 주로, ‘첫째’나 ‘둘째’라고 써야 할 자리에
‘첫 번째’, ‘두 번째’로 잘못 쓰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개혁신당의 선거 공약도 첫째 공약/ 둘째 공약으로 써야 합니다.
올림픽 대회 입장식 중계방송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아흔세 번째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우리나라 팀이 아흔세 번이나 반복해서 입장하고 있다는 뜻이 되고 맙니다.
그럼 입장식만 하다가 지쳐 버릴 노릇이지요.
입장식에는 어느 나라 선수단이나 한 번씩만 들어오므로
여기에서는 들어오는 차례를 나타내는 ‘아흔셋째’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몇 번째’에서 ‘번째’라는 말은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는 것만 기억하면,
‘째’와 ‘번째’를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지요.
어쨌거나 정치인들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