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간정 『연려실기술』「지리전고」편에 “간성의 청간정(淸澗亭)은 군의 남쪽 40리에 있다. 석봉이 우뚝 솟았는데 층층마다 대와 같고 높이가 수십 길이나 된다. 위에는 용틀임을 한 소나무 몇 그루가 있다. 대의 동쪽에 만경루가 있으며, 대의 아래쪽에는 돌들이 어지럽게 불쑥불쑥 바다에 꽂혀 있다.
놀란 파도가 함부로 물을 때리니 물방울이 눈처럼 날아 사방에 흩어진다 ”라고 기록된 청간정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있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에 누각 형식의 정자다. 남한 땅의 관동팔경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하며,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청간정은 설악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청간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하구 언저리에 있다.
조선 인조 때 군수로 부임해온 이식은 “정자 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면 물과 바위가 서로 부딪쳐 산이 무너지고 눈을 뿜어내는 듯한 형상을 짓기도 하며, 갈매기 수백 마리가 아래위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일출과 월출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좋은데, 밤에 현청에 드러 누우면 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창문을 뒤흔들어 마치 배에서 잠을 자는 듯한 느낌이 든다 ”라고 청간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129개의 긴 주춧돌로 받쳐진 이 정자의 창건 연대와 건립자는 알 수 없지만, 1520년(중종 15) 간성군수 최청이 중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청간정은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불에 타버린 뒤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1928년 토성면장 김용집의 발기에 따라 재건한 것을 1981년에 해체, 복원하였다.
1920년대 건축되어 외국인 선교사의 주거 공간, 북한군 간부 휴양소 등으로 사용되다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가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였다. 청간정을 두고 어우당 유몽인 등의 문장가들이 시를 지어 찬양하였고, 조선시대 명필인 양사언과 송강 정철의 글씨 및 숙종의 어제시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의 글씨가 남아 있다. 청간정의 현판은 1953년에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썼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글씨도 걸려 있다.
또한 이 정자에서 바라보면 토성면 신평리 신선봉에서 발원하여 화암사와 신평을 거쳐 청간리로 흘러드는 청간천과 동해 바다가 합쳐지는 합수머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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