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

[황토BOC]

추석 차례상을 올린후 청주공항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명분은 아내의 명절후 증후근을 씻어내기였지만 실은 여행 독이 다시 도져 지난해 걷다만 올레길을 걷고 싶었다.

중부 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베냥의 여름옷을 가을옷으로 급히 바꿔담고 나선 길이였지만

정작 제주엔 구름만 잔뜩 덮을뿐 따스한 해풍이 불어 현주민들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였다.

예약한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점심식사을 마치니  오후 3시가 넘어 가볍게 갈 수 있는 7코스 외돌개를 출발하여 걷기로 했다.

 화산 폭팔때 우수리로 생긴 바위섬으로 인근 소나무숲과  푸른 물빛 그리고 파도소리가 육지의 모든 근심 걱정을 씻어냈다.

잔뜩 흐린 물빛이 수평선을 감춘채 오늘도 외돌개에 파도만 일렁인다.

7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수봉로"에서 만난 7순이 넘어보이는 할머니

수봉로는 2007년 7코스 개척시기에 올레지기 김수봉님께서 염소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직접 삽과 곡갱이로 계단과 길을 만든 길로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 길이라 한다.

보내지 못한 편지와 1년 후 배달될 편지를 직접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STORY 우체통"

엽서와 필기구까지 준비되어 올레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코스였다.  아내는 보낼 사람이 없다는데 나는 왜 많지?

멸종 위기에 복원하고 있는 황근이 딱 한송이 피었다. 

그런데 꽃에 못된 녀석이 끼어들었다. 이쁜 꽃 향기가 있으니 어찌 막을수 있겠는가?

너무나 평원한 서귀포 남원 포구

 날이 어두워 풍림리조트까지만 걷고 서귀포로 돌아와 둘째날(10/23) 5코스 남원에서 쇠소깍까지 걷기로 했다.

큰엉 산책로

길이 2.2km 에 이르는 남원 바닷가로 우리나라에서 외돌개 근처 '돔베낭'길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

'엉'은 바닷가나 절벽등에 뚫린 바위언덕을 제주어로 15 - 20m 에 이르는 기암절벽이 성읍을 두른 듯 서 있다.

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지중해나 에게해보다 더 푸르고 바닷속이 훤하게 보인다.

갯 바위마다 낚시꾼들이 금빛나는 아침 햇살을 낚고 있다.

처음 얼굴을 내미는 한라산

아름들이 동백나무 군락지로 형성된 한가한 위미항구가 딴나라에 온 기분이다.

보목리에 있는 제지기 오름에서 바라본 섶섬

세째날 쇠소깍에서 시작된 6코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합수 지점으로 용연을 연상하게 하듯 바위가 마모되어 아름답다.

제지기 오름에서 본 서귀포 전경이  나폴리와 견줄만 하다.

멀리 지귀도가 밀물에 잠기면서 빛나고 있다.

수학여행 필수 코스 정방 폭포에서

오늘의 6코스 하일나이트 이중섭미술관

오른쪽 열린 쪽방이 이중섭화백이 살았던 곳이다

혼자 눞기도 좁은 방에 두 아들과 아내까지 살았다니...

젊은 시절 월간 신동아 부록으로 받은 '부부'라는 인쇄본 그림을 머리맡에 붙여놓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벽에 붙은 이중섭화백이 지은 소와 말이라는 시귀가 가슴을 애리게 한다.

그토록 사랑했던 부인과 현해탄을 두고 애타게 기다리던 화벽의 영혼을 보는듯 하다.

(이 그림은 사진 촬영을 위해 확대해서 벽에 붙여놓은 프린트물이다.)

하루 16km 이상 걷은 아내의 발은 어제부터 부러 터졌지만 

이중섭화가의 희귀본 몇점과 부인과 주고 받은 애절한 편지들이 오늘의 피로를 모두 풀어주었다.

[찰라 최오균]

멋진 올레길을 걸으셨군요. 위미항은 제주도에 가면 찰라가 항상 머무는 곳입니다. 제주도에서 일사량이 가장 많은 곳이라 위미귤은 달고 맛이 있어 일품이지요. 그곳에서 귤 농사를 짓는 농사꾼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농사꾼 집에서 귤도 따주고 잡니다.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촬영세트장이 있는 곳이기고 하지요. 멋진 사진과 글 잘 보았어요. 사진이 점점 좋아집니다.

[황토BOC]

과찬의 말씀이시고 귤은 하우스 귤만 나오더군요.

[아녜스 김채경]

여행 중독자는 늘 핑계거리를 찾고 있지요. 저도 이번 주 금요일 출발할 제주행을 찾느라 눈빠지고 있는데 서로 시간 조절이 잘 안되네요.

[황토BOC]

그래요.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조절이죠.
아마 이번주 가시면 셰계 걷기 대회와 어울려 멋지실 겁니다.
사전 알아보고 가시면 좋을 듯 합니다.

[hoya (정호순)]

전 올레길이 뭔가 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올려주시니 저도 올레길을 같이 걷는 듯 합니다. 아내와 좋은 시간을 가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겟어요.

[황토BOC]

평소에 필요한 말만 하다가 하루 종일 걷다보면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되고 귀 귀울여 듣게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