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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토요일 오전 천안시 광덕면에 소재한 정율 스님의 아란야(조용한 수행처소)를 찾았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불자들이 이곳에서 정율 스님의 지도로 기도 수행 점검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찬불가를 연주하는 성악전공의 비구니 스님으로만 알고 있었던, 기도와 정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살림살이를 할 것만 같았던 정율 스님이 당신의 기도체험 노하우를 인연 있는 재가불자들에게 실감나게 전해주고 있다는 말에 본능처럼 발동한 호기심이 지체 없이 천안행을 한 것이다.
한 시간 여를 달려 천안시 광덕사 인근에 있는 정율 스님의 아란야 입구에는 ‘보산선원’이라는 명패가 달려 있었다. 이미 많은 불자들이 모여서 스님과 함께 선원 앞의 제법 큰 울력을 하고 있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만나는 이들은 채 몇 달이 되지 않았음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아주 가까운 도반이 되었다. 함께 일하고, 함께 공양하고, 기도하고, 기도 점검을 받다보니 시나브로 한 식구가 된 것이다.
이윽고 기도 점검시간. 이 시간에 기도점검을 받기 위해 전라도 광주, 남원, 수원, 고양, 일산, 서울은 물론, 멀리 미국에서 달려온 불자들이 스님과 함께 절을 하고 함께 축원카드를 나눠들고 직접 축원문을 읽었다.
기도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스스로 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저마다 자율적으로 기도에 들어갔다. 108배에 이어 다라니 독경과 예불, 관음정근은 물론 스님이 하는 축원도 참가 불자 모두가 자신의 가족의 축원카드는 물론 사정상 동참하지 못한 가족의 카드를 각각 나눠들고 읽어주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찬불가를 부르는 아름다운 목청만큼이나 감동적인 정률스님의 축원기도성을 배경으로 불자들의 축원카드 읽는 소리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축원카드를 다 읽은 불자들은 절을 하기도 하고, 이산혜연선사발원문, 참회기도을 읽기도 한다. 아주 오래 많은 절집을 다녔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한 광경이다.
![]() 기도 지도를 하고 있는 정율스님.
“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으세요. 저와 눈을 마주볼 수 있는 자세로 앉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울력도 많이는 안 했으니, 배는 아직 안 고프시지요?“
본격적인 기도상담에 들어가기 전에 정율 스님이 자리를 정돈한다.
“먼저 참회기도 하시는 분께 여쭙겠습니다.. 지우 보살님, 보살님은 전생부터 기도했던 습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스님이 해 주시는 기도에 익숙했을 것 같아요. 지금 참회기도, 세세생생 지은 많은 업장 참회하는 기도를 한 달 째 하고 계신가요? 느낌이 있나요?”
"네, 스님. 저는 지금까지 주로 기복적으로 기도를 했는데, 스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참회 기도하니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그래요? 하루에 얼마나 기도를 했나요. 얼마나 마음으로 집중해서 기도를 했는지요? 몇 %?”
"네, 한 10%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렇군요. 마음을 집중해서 '세세생생 나도 모르게 지은 업장을 다 참회하고자 합니다'라고 기도하는 것이 참회기도인데, 이제부터는 내가 참회하는 것 7가지만 적어보세요. 더 많을 것이지만 우선 7가지만 적어서 진심으로 참회를 하세요. 이것을 읽는 과정에서 업장이 소멸되고 눈물이 터질 겁니다. 혹시 지우보살님은 기도하면서 눈물을 흐른 적이 있나요?
" 딱 한번 있어요. 거사(남편)와 말다툼을 했는데, 나중에 그것을 참회하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그렇습니다 부부가 함께 기도하면 정말로 좋습니다. 왜 말다툼을 했나요?”
"남편이 농담으로 한 이야기에 마음이 상했던 같습니다."
“지섭 거사님,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가 큰 상처를 줄 수 있거든요. 조심해야 하고요. 혹시라도 마음 다치는 일이 있으면 빨리 푸세요. 10분 이내에 푸세요. 아셨죠?”
"네, 저는 3일이 지난 후에 풀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연휴에 설악산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네 참 잘했습니다. 다툼은 늦게 풀수록 손해입니다. 풀지 않았던 3일간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내일 죽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푸세요. 저는 오늘 아침에도 5시에 일어나 대청소를 했어요. 제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던 광명화 보살이 ‘참 행복 보인다고 해요.’ 당연히 그렇지요.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곳까지 멀리서 찾아오시는 날에 그 분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저도 가끔 공양 준비하는 보살님께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바로 풉니다. 거사님. 앞으로 10분 안에 푸세요. 아셨죠? 그리고 지섭거사님께도 숙제를 내 드렸을텐데요. 잘 하셨나요?”
![]() 축원카드를 들고 직접 축원을 하고 있는 불자들.
"네, 스님께서 일주일에 참회기도 5백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잘 되면 더 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 못했습니다. 변명 같지만 제가 회사에서 한 부서의 장을 맡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공사 수주를 해야 할 걱정 등으로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5백념에서 늘리지는 못했지만, 3일 전에 성북동 길상사에 다녀왔는데, 지장전에 들어가서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평생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부처님 전에 발원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거사님도 7가지의 참회할 내용들을 적으세요. 용서 못할 사람을 용서하기로 한 것은 참 잘했습니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다음 생에 그 사람과 부부로 만나요. 그 사람과 부부로 살고 싶으세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용서하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족이 너무너무 좋다고 여기시면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자고 기도하세요. 그러나 한 차원 더 높게 생각해보세요. 만일 이 가족이 북한이나 에티오피아 등 척박한 곳에 태어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생각도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 결혼하기 전에 신부들은 깨끗하게 목욕을 하죠? 난 안 해봐서 모르지만.(웃음.=)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때 그동안 지은 모든 죄업 참회하는 것입니다. 지섭 거사님은 오늘부터 다음번까지 500독에서 700독으로 늘려주세요. 그리고 운전하면서 기도하고, 일하면서 기도하고, 또 틈 나면 절을 하세요. 아셨죠?”
"사실 저는 절은 거의 안했습니다. 아내는 55배를 했는데요."
“절을 하세요. 절을 하시면 참 좋습니다. 왜 사람들이 봉정에 가는 줄 아세요? 봉정 다녀오신 법장 거사님 말씀해보세요.?
"봉정은 갑자기 가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들어왔다가 약 1주일 전에 용진신행회에서 봉정암에 간다고 하기에 따라갔습니다. 봉정암 법당에 도착해서 기도를 하려고 했으나 워낙 사람이 많고 부산에서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080배를 하려고 들어갔는데, 좁고 산만해서 한 800배 정도 한 것 같아요. 새벽부터는 맑아지면서 기운이 났습니다. 절을 하면서 그래, 이거 별거 없는데, 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사실 집사람과 애들은 미국에 있고 싶어 하고, 저는 다시 한국으로 오고 싶고 해서 조금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이거든요. 노환으로 아픈 어머니가 집에 계셔서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어서 이번에 한국에 왔는데요. 한국에서 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미국에서 지금의 제 나이면 막일을 합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여기(한국)에 오니까 노인네 취급을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이 참 힘든 곳이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미국이 싫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3개월 동안 참 힘이 들었어요. 영주권자이니까 다음 달에는 미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안에 뭔가 정리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봉정을 다녀와서 환희심이 꽉 찼습니다. 108배를 하고, 1080배를 조금 못 채운 것이 아쉽지만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기도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마음 정리가 다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야 되겠어요?”
"그래서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스님께 야단을 맞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입니다."
![]() 보산선원에서의 기도상담은 불자 모두가 동참한 가운데 이어진다. 도반의 상담을 들으면서 치유의 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도 카페에서 법장거사의 활동이 뜸하고, 잘 방문도 않고 글도 남기지 않는 것을 보고 무슨 복잡한 것이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멀리 가려면 친구와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죠. 그럴수록 더 열심히 기도를 해야 합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연다정 보살(법장 거사 동생)도 기도 제대로 안하고 그러니까 어때요?”
"…(눈물만)"
"연다정은 제 셋째 동생이지만 정말 효녀입니다. 제가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옆에서 도닥여 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음을 다잡아야죠.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다정 보살님, 지금 울고 있는데, 우세요.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요. 그런데 우는 이유가 뭐죠?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눈물이 나는 이유를 말해보세요.”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눈물만 나요."
“뭐라고요! 모르기는 왜 몰라요. 나를 낳아준 엄마이니까, 그 엄마가 병상에서 고집을 부리니까 화도 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눈물이 나지 모르기는 왜 몰라요. 병원에 가보면, 밥도 잘 안 먹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또 화가 나고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고 구박도 해보지만, 막상 돌아서면 후회가 되고, 그것을 참회하고, 그렇겠지요. 그러니까 기도를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기도도 안 했겠지. 안 그래요?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럴수록 엄마에게 더 잘하세요. 그 엄마는 더 괴롭습니다. 엄마가 어떻든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끝까지 갖고 가도록 노력하세요. 기도하세요. 무슨 기도? 참회기도 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엄마에게 소리 지르지 말고, 구박하지 마세요. 아셨죠?”
"네 스님, 압니다. 그런데 스님, 막상 보면 소리를 지르지 않고, 구박을 안 할 수 없어요. 아침저녁으로 가보는 데 화가 나요. 못 드셔서 아픈 것인데, 제가 해드리는 것은 다 싫다고 해요.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 내가 장을 안 보니까 모르겠다고 그래요. 화가 안 날 수가 없어요."
"맞습니다. 스님, 그런데 사실, 어머니가 죽겠다고 안 먹는 것도 있어요. 그러니까 구박을 하는 것이지. 소리도 지를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기도를 하시라고 그럽니다. 나무아미타불이라도 하라고 부탁을 합니다."
“네.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드실 지 이제부터는 묻지 마세요. 연다정 보살님, 어머니가 무엇을 먹고 싶다고 할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배고파서 속이 쓰리다고 해도. 일단 묻지 마세요. 무얼 해줄까 무얼 해줄까 묻지 마세요. 무엇이라도 하나라도 먹이려고 하면 둘 다 괴롭고 더 고민만 커질 뿐이에요.”
"그런데. 무엇이든 먹을지 말지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실랑이를 하다가 먹을 것만 엄마 병상에 놓고 나오고, 그 다음날 다시 찾아갈 때는 내가 엄마가 죽었나, 살았나를 확인하러 가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요."
“그러니까 뭐든 물어보지 말고, 기도만 하세요. 지금은 그래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스님."
![]() 스님의 염불에 맞춰 절을 하고 공양을 올리고 있는 불자들.
“오늘 미국에서 선련화 보살님이 여기까지 오셨는데, 미국에서 기도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잘 하고 계신다고 소식을 전해주셔서 고맙고 반갑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선련화 보살님이 헌신적으로 하고 계신 덕입니다.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보살님은 금강경 공부를 다 섭렵하신 분이신데, 그것을 300자 이내로 줄여서 옮기는 정성과 노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런 정성스런 마음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또 지섭 거사도 매일 아침 카페에 너무 좋은 말씀을 올려주시는 데 정말로 고맙고 어려운 일이거든요. 선련화 보살님, 기도수행 도반들에게 인사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제가 무릎이 안 좋아서 이렇게 펴고 있는 것 죄송합니다. 저는 기도를 5년 이상 해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우리 시어머니가 수양아들을 삼은 분이 돌아가실 때가 다 되었다고 해서 살아서 뵙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해서 왔습니다. 오는 김에 여행도 조금 하려고 했는데, 하필 그날 돌아가셔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결과가 되었지요. 그러자 남편이 아까워하지 말자, 초상이 나서 급행 티켓을 사서 왔다면 그 돈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남편이 위로해주었어요. 그런데 돌아가신 그 분이 굉장한 불자이거든요. 상가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참 잘 사시고 갔구나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실망을 했습니다. 화장을 한다고 해서 불자니까 그렇구나 생각을 했죠. 저는 화장을 하고 납골당으로 가거나 수목장 같은 것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성남 어디에 대리석으로 만든 엄청나게 큰 돌관(집)에 넣는다는 거예요.. 그 공간에는 항아리 단지가 32개나 들어간다고 해요. 저는 그것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마음자리가 다 공으로 돌아가고, 애착과 집착을 다 놓아야 성불이 가능하다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그분은 마음자리는커녕 집착을 하나도 내려놓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된 불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죠. 죽어서라도 내 자식, 내 손자 다 여기서 모여 살자는 것이 아닌가요. 모든 것이, 자식이든지 남편까지도 집착과 애착을 놓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래야 성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본 불자들 대부분은 자식은 나의 분신이어서 자식에 대한 집착은 끊어버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선련화 보살은 모든 집착을 잘 끊어낸 분이신 것 같습니다. 기복을 떠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제 눈에는 보입니다. 끝까지 그 마음을 잘 지켜 행복하게 회향하는 날이 있도록, 지켜보겠습니다.”
"네, 스님. 잘 지켜봐주십시오. 그것이 제겐 힘이 됩니다."
“능소화 보살은 이제 인연을 맺은 지 일주일 되었는데, 어떻게 지냈나요?”
"네. 제가 대학교에 가서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배식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7남매 중에 제가 너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기도를 한 후에 다 받아들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식으로서의 부담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제 일이다 싶어서, 생신도 형제들끼리 따로따로 해먹고 그랬는데, 생신 전날 가서 해드렸습니다. 요즘은 5시 출근해서 2시 퇴근하는데, 먹을 것 사서 갖다 드리고, 일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조물주가 소를 만들면서 60년 살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소가 생각하기를 60년이 길어 보이니까 30년만 살겠습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에게는 30년의 수명을 주겠다고 했더니 개가 너무 길어 지겹다면서 15년만 살겠다고 하더랍니다. 원숭이에게도 30년 주겠다고 하니까 그도 15년 만 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들어놓고 너에게는 25년을 주겠다, 단 생각하는 능력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소와 개와 원숭이의 삶까지 살게 해달라고 했데요. 그래서 사람은 25살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부모님 덕으로 살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소가 양보한 30년을 소처럼 일해야 하고, 그 다음 15년간은 개처럼 집을 지켜야 하고, 남은 15년 동안은 손주들을 돌보며 원숭이처럼 재롱떨며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요. 사람은 일을 할 때는 일을 해야 합니다.”
"스님, 저는 소띠라고 해서 정말로 일이 넘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일이 기다리고 있는 삶이다. 정말 힘들어요"
“기왕 하는 거, 행복하게 기분 좋게 하세요. 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즐겁게 하자, 그 일을 하면서 기도를 하자, 이렇게 마음을 바꿔보세요. 기도를 하면서 이것이 다 내 노후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른데 가서 봉사도 하는데, 내 남편에게 잘하고, 부모에게 잘하고 그래야 합니다. 기도는 점검이 아주 중요해요. 기도 안 하려는 분이 있다면 여기에 안 오셔도 됩니다. 혜일심 보살님은, 자식이 대입기도 준비 중이라서 열심히 기도하는 중인데 어떤가요?”
"네, 첫 아이 때는 조바심도 있고 그랬는데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둘째부터는 나아졌습니다.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기, 구렛나루 기른 남원에서 오신 거사님, 구렛나루 수염을 기른 이유는 연극에서 암행어사 출두요, 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부득이 기른 것이니까 이해를 하시고요. 요즘 술은 어느 정도 드시나요?”
"자제를 하는 편입니다."
“그래요. 자제를 하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거사님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술을 안 먹고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자제하세요.”
"네."
“진실행 보살은 기도, 어떻게 잘 하고 있나요?”
"제가 카페에 못 들어간 것은 제 아이디가 해킹을 당해서였고요. 기도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거사님과는 잘 지내고 있나요?”
"우리 거사님은 한 번 싸우면 일주일 동안 말을 안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풀려고 ‘이번에는 일주일 짜리야, 열흘 짜리야;라고. 묻습니다. 언제나 제가 먼저 풀어요. 옆구리 찔러서 풉니다. 그러면 좋다고 그래요. (웃음)"
"저는 오늘 여기에 와서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조금 전 미국에서 오신 선련화 보살님의 말씀을 듣고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한 줌 재까지도 다 회향을 해야 한다는 것에 큰 가르침을 받았어요. 저는 돌아가신 우리 형부가 호화로운 석관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몹시 부러웠었는데, 선련화 보살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절에 심은 나무에 수목장을 하면 안 될까요?"
“얼마든지. 대신 그 나무 잘 키워야 해요. 자, 오늘 철야기도 하려고 했는데, 참석자가 적어서 취소했습니다. 사실 저는 3명 이상 빠지면 점검 안 한다는 것이 철칙인데 오늘은 예외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어림도 없지요. 그리고 1년에 한 번, 12월에는 절에서 가까운 펜션을 하나 얻어서 우리 신도님들에게 파티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12월 달 모임에는 한 가지씩 음식을 해가지고 오세요.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을 위해 공양 준비를 하는 정성을 들여 보세요.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고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셨죠?”
1시간 30분 동안의 기도점검 법회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신도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는 기도를 숙제로 내려주고, 매월 일일이 점검하는,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도법회였다.
참회기도, 감사기도 등 각자에게 맞는 기도를 내려주고 세심하게 점검하는 정율 스님의 기도 지도는 스님이 스리랑카와 미국에서 살며 찬불가 포교를 위해 정진하면서 직접 체험한 기도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 스님은 당신이 직접 체험하고 얻은 기도의 힘, 기도의 노하우를 인연이 닿는 불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5년 간의 미국 거주 동안 기도법회를 진행했다.
기도를 하면서 신도들의 표정이나, 목소리, 카페에 올리는 글귀 하나만 보더라도 그들 이 처한 상황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었고, 신도들의 고민과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자비심이 기도법회가 탄생한 동기가 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약 60여 명의 불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기도지도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도 40여 명의 불자들이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보산선원을 찾아 기도법회 및 기도점검을 받고 있다. 미국은 스님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점점 기도 상담을 받는 불자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찬불가를 연주하는 소프라노 성악가 스님으로만 알려졌던 정율 스님. 스님은 ‘기도 지도스승’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이렇게 묵묵히 걷고 있는 중이다. 신도들의 호응을 보면서 한순간도 게으르거나 나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정진의 고삐를 죄고 있는 정율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는 길에 한 거사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넨다.
“기자님, 이런 것이 불교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부촉하신 불교의 모습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