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의 사과 - 의도적으로 왜곡된 요약과 피장파장의 오류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박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국어선생인 내가 아무리 읽어 봐도 이건 사과가 아니다. 이걸 사과라고 한다면 독해 또는 청해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해서 요약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제대로 된 요약을 한 번 해보자.
이번 대선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지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건국이후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60~70년대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라는 절대 빈곤과 북한의 무력위협에 늘 고통을 받고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 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좀더 짧게 요약해 보자.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60~70년대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라는 절대 빈곤과 북한의 무력위협에 늘 고통을 받고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로 정치(5.16과 유신)를 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하지만 저도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서로 과거를 물어서 분열하지 말고 관용을 베풀고 통합해야 합니다.
다른 말로 좀더 짧게 표현해 보자.
이번 대선은 과거사 논쟁을 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60-70년대 우리나라는 가난하고 북한의 위협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도 있 었다. 사과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될 줄 알고 계셨다. 더 큰 것을 위해 그렇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나도 피해자다. 이제 우리 서로 과거를 묻지 말고, 피해자들도 모두 내 하는 일에 동참해 달라.
이것이 어디 사과인가? 5.16과 유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었지만 나도 피해자다. 이제 더 이상 과거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자. 이런 내용 아닌가? 그런데 언론은 의도적으로 사과한다는 부분만 요약해서 발표하고 있다. 전문을 읽을 여유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사과한 것으로 오해하게 생겼다.
한마디로 말해서 닥치고 나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분열이라고 한다. 이승만과 박정희식의 독재가 그대로 살아 있는 기자회견이다. 그리고 나도 피해자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사과라고 하다니.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사과는커녕 독재에 대한 합리화와 독재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사과로 포장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언론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