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없이 통하는 그림언어, 픽토그램
픽토그램은 안내, 안전유도, 화재안전 및 긴급, 금지, 경고 및 주의, 지시 등의 뜻으로 나뉘어져 의미마다 그 색깔과 모양이 각각 다르다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도 신도시의 한 공원으로 소풍 나온 표 대리 부부. 오늘은 특별히 처제도 동행했다. 유난히 이모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아이들은 이모와 함께 나온 소풍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아직 조금 덥긴 하지만 이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는지 햇볕도 그리 따갑지 않다. 아담한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 온 피크닉 바구니를 열어 김밥, 샌드위치, 과일 등으로 즐겁게 식사도 했다.
처제와 준이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겠단다. "아빠, 난 자전거 태워줘~." 라며 딸 준혜가 표 대리의 팔을 잡아끈다. 딸아이를 데리고 자전거 대여소를 찾아 나선 표 대리에게 갑자기 준혜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화장실이 보이자 표 대리는 딸아이를 화장실 앞으로 데리고 갔다. "저기 여자 그림 있다. 갔다 올게요." 하며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마치고 나온 준혜. 표 대리는 자전거 대여소로 가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빌린 후 준혜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아빠, 저기 자전거 그림 있어. 저기 빨간 길 앞에. 자전거 그림 왜 있는 거야? 저기로 가 봐요." 준혜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래, 준혜야. 저기가 자전거 길이란 뜻이야." 라며 자전거 전용 도로를 향해 페달을 밟는 표 대리에게 준혜가 또 묻는다. "아빠, 저기 사람 그림은 뭐야?" 자전거 도로 앞에 붙은 보행자 금지 표시를 보고 표 대리가 대답을 한다. "응, 이 길은 자전거만 다니는 길이니까, 사람은 걸어 다니지 말라는 거야." "아~, 그렇구나." 준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오니 아내와 준이, 처제가 짐 정리를 하고 있다. "여보, 우리 이제 그만 가요. 다 같이 극장에 가서 영화나 볼까봐." 아내가 돗자리를 접으며 말했다. "이야~, 신난다. 빨리 가자." 준혜가 기뻐한다. 표 대리가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아내는 준혜의 손을 잡았다. 이들 일행은 주차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늘 마냥 신난 준혜가 조잘거리며 입을 다물지 않는다. 준혜의 말에 처제가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었다.
"이모, 근데, 저기 강아지 그림에 빨간 동그라미랑 줄이 가 있는 건 뭐야?" 라며 준혜가 묻자, "응, 저거? 저건, 강아지 데리고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야. 저렇게 빨간 동그라미 안에 그림을 넣고 빨간 줄로 찍 그은 건, 그걸 하지 말라는 뜻이야." 라고 처제가 대답한다. "근데, 왜 그림으로 저런 걸 그려놓은 거야?" "글자로 쓰는 것 보다, 저렇게 그림으로 표시해 놓으면 누구나 편하게 금방 알아볼 수 있잖아. 사람들 편하라고 그런 거지."
준혜의 질문에 처제가 대답하자, 준이도 거든다. "이모, 그럼 저건 뭐야? 저기 까만색 네모에, 동그란 물음표." 준이의 질문에 이번엔 아내가 대답을 한다. "저건, 물어볼 게 있으면 저기 와서 물어보라는 뜻이지. 안내소야. 준아, 저런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저렇게 글씨 없이 그림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놓은 안내표지판을 픽토그램이라고 해."
아내의 설명에 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런 거 알아요. 스포츠 경기는 다 그림이 있잖아. 픽토그램. 그런데, 왜 어떤 건 동그랗고, 어떤 건 네모고, 모양이 다 다른 거예요?"
준이의 질문에 처제가 친절히 대답을 해준다. "그건 말이야, 뜻에 따라 다른 거야. 일반적인 안내 표지는 끝 부분이 둥근 네모를 쓰고, 대부분 검은 색 바탕에 흰 그림을 써. 저기 보이는 안내소 표지처럼. 그리고 하지 말라는 금지 표지는 저렇게 빨간 동그라미를 테두리로 쓰고,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오는 줄을 긋지. 또, 뭐가 있더라? 아, 안전을 유도하는 표지들은 초록색을 쓴다. 비상구처럼 말이야. 그리고 또, 조심하라는 경고나 주의를 나타내는 그림 표지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 테두리로 된 삼각형을 써. 넘어지는 사람을 그려놓은 노란 삼각형 본 적 있니? 미끄럼 주의하라는 뜻인데..., 이런 픽토그램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걸 사용하도록 되어있어.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쉽게 알 수 있게."
"그럼, 외국에 나가도 저런 똑같은 픽토그램이 있는 거야?" 라며 준이가 물었다. "응, 맞아.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도 누구나 편리하게 알아보라고 만든 거니까. 픽토그램이 있어서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해 질 수 있는 거지." 처제가 대답을 했다. "그런 건 다 누가 만든 건데? 그럼 외국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준이의 물음에 처제가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을 한다. "세계적으로, 국제표준화기구라는 곳이 있어.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 사람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라고 여러 가지 표준들을 만드는 곳이야. 그 곳에서, 나라마다 만들어 온 픽토그램 디자인을 보고, 제일 우수한 걸 뽑는 거야. 우리나라는, 기술표준원이란 곳에서 픽토그램을 만들었어. 우리나라 픽토그램 중에는, 그렇게 전 세계가 인정한 표준이 14개나 된단다."
극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준이와 준혜, 그리고 처제의 픽토그램 질문과 답변이 계속됐다. 극장에 도착해 팝콘 등 간식을 사고, 다섯 명이 일렬로 나란히 앉았다. 이 때 준이, 제법 큰 소리로 말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아, 저기 앞에 이모가 말한 비상구 그림이다!" ♣
[표준 TIP]
말과 글 없이 통하는 그림언어, 픽토그램
문자체계가 확립되기 전인 기원 전, 사람들은 그림문자를 의사소통에 이용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문자 보다 표현이 간단하고 눈에 띄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세계공통어이자 현대판 그림문자라고 할 수 있는 픽토그램은 공항, 역, 터미널 등을 비롯해 교통시설과 대부분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각종 시설 안내표지와 안전표지 등 3백여 개의 픽토그램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관계자 외 출입금지' 를 비롯해 '맹견주의, 인화물질 경고, 비상시 유리창을 깨시오, 의사, 귀마개 착용, 보안경 착용, 비상대피소, 사용 후 전원 차단, 밀지 마시오, 의료용 보안대 착용, 안전복 착용, 머리 위 주의, 손을 씻으시오' 등 14개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채택한 국제표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