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에는 움츠리고 살던 이들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옵니다.
양지바른 곳에 화덕을 설치하고 석쇠를 올려 양미리를 올려 굽거나 은박지에 싼 감자 고구마를 올립니다.
더러 멍석에 큼직하니 윷판을 그리고 편을 갈라 윷가치를 던지는 모습이 활기찹니다.
신분제도가 엄격하고 농경에 의지하던 옛 사회에서는 옮겨다니며 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교통도 발달하지 않아 여행이나 물류 유통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며, 마을공동체가 자급자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말에는 지역 사투리가 발달해 있습니다.
'부추'를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 하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하듯이,
같은 것을 두고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 먹거리가 많습니다.
더러는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널리 통용되기도 하는데요.
겨울철 동해의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 생선 ‘양미리’도 그중 하나 입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양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사투리입니다.
김치를 담그거나 국을 끓일 때 쓰는 액젓의 재료로 익숙한 까나리가
‘겨울 별미 양미리’의 본명이라는 걸 아셨나요?
진짜 ‘양미리’는 요즘 찌개나 구이로 많이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생선인 것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생물종 분류에 따르면 양미리는 몸길이가 5.5∼8.5㎝로 작습니다.
사는 곳도 동해 일부 지역이고, 상품 가치가 없어 이를 잡는 배도 없습니다.
반면 까나리는 우리나라 바다에 두루 살며, 몸길이도 30㎝까지 자랍니다.
이렇게 다 자란 까나리는 토막을 내 찌개에 넣거나 통째로 구워 먹기에 좋습니다.
까나리 어린 것으로는 젓갈을 담급니다.
내장 등이 적은 어린 것으로 젓갈을 담가야 액젓의 빛이 맑고, 맛도 깔끔해진 답니다.
이 생선을 강원도 바닷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양미리’라고 불렀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까나리가 일부 지역에서 양미리로 불리고 있음을 밝히고 있지요.
다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런 설명이 없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생물종 분류의 설명과도 내용이 조금 달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이럴 때 두 국립 기관의 의견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편 까나리나 양미리와 비슷하게 생긴, 일식집에서 안줏거리로 인기가 많은
‘시사모’라는 생선도 있지만 이는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우리말로는 ‘열빙어’가 바른 표기입니다.
출출할 때 여럿이 모여 까나리를 굽거나 찌개를 끓인다면 봄 기운이 물씬 풍기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