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건축비리] [中] 불법 건축물 눈감는 공무원들
신참에 업무 인수인계하면서 허위서류 작성 방법도 전수
"단속 세게 하면 표 잃는다" 단체장 단속 의지 부족도 원인
지난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졌다. 검찰 수사로 병원 건물이 무허가 증축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월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도 설계도면과 달리 강도가 낮은 자재를 사용하고 자재 간 결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시공 때문에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불법 건축물은 13만5445동이다. 국내 전체 건축물 685만1802동의 2% 정도가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법 건축물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커와 연결된 공무원들이 건물 주인에게 편의를 봐주거나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불법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 건축에는 주로 값싼 패널이 사용되는데,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발생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의 '단속'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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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적발된 서울 중구청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불법을 묵인했다. 서울 중구 인현동에 있는 한 식당(왼쪽 위)은 포토샵으로 탁자와 화기 등을 없애고 다른 사진 일부를 합성해 불법 증축물이 없는 것처럼 보고했다(오른쪽 위).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불법 건물(왼쪽 아래)은 지붕만 없앤 뒤(오른쪽 아래) 철거 중인 것처럼 보고서를 올리고 다시 지붕을 덮게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선배한테 배웠다"…'비리 대물림' 공무원
뇌물을 받고 불법 건축물을 눈감아주다 지난 6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서울 중구청 전·현직 공무원 18명의 나이는 35~58세로 폭넓게 분포돼 있었다. 최연장자가 41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가장 적게 받은 사람은 1100만원이었다. 이들은 2010년부터 4년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을 통해 불법 건축물 439건을 묵인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1년에 100건 이상 한 달 평균 10건 정도의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선배들이 했던 것을 그대로 배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새 사람이 팀에 합류하면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 건축물 관련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도 인수인계했다. 이들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할 때도 나이대별로 서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막내 공무원은 돈 받은 사실을 바로 인정하면서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안 받았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이 많은 공무원들은 '관례'라고 생각해 '죄의식'을 크게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게차에 사진관까지 동원
불법 건축물이 서류상 존재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이 동원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경기 시흥시청 공무원 남모(50)씨 등은 2011년 한 자동차 검사소가 불법으로 설치한 천막을 촬영한 다음 파일을 사진관에 맡겨 천막 2개를 지우게 했다. 이들은 이 사진을 시청에 제출하면서 "원상 복구됐다"고 보고했다. 불법 건축이 이뤄지기 전 찍은 사진의 날짜를 조작해 '복구 후 사진'이라 보고하기도 했다. 야구연습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로부터 "불법 증축된 컨테이너가 시청에 적발됐다"는 얘기를 듣자 지게차로 컨테이너를 잠시 들어낸 다음 빈 공간을 촬영한 뒤 원상 복구됐다고 시청에 보고하기도 했다. 다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한 행위들이다. 서울 동작구청 노모(46)씨는 불법으로 방을 늘려 임대업을 하고 있던 다세대주택 주인 이모씨에게 화장실 변기와 싱크대만 떼어 낸 사진을 제출하도록 한 다음 원상 복구됐다며 불법 건축물에서 제외해주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공무원·브로커·건물주 '삼자 윈·윈'불법 건축 관련 공무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공무원과 뇌물을 주는 건물 주인, 브로커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주인 A씨는 2005년 불법 건축 사실이 적발돼 매년 이행강제금 2500만원을 내야 했다. 이행강제금이란 건물 주인이 관공서의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철거가 이뤄질 때까지 반복 부과되는 과태료다. 이를 알게 된 브로커가 2010년 "4000만원 주면 불법 건축물에서 제외시켜 주겠다"고 제안했고 A씨는 돈을 건넸다. 브로커는 4000만원 중 1200만원을 공무원에게 건네 불법 건축물 목록에서 빠지게 했고, A씨는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게 됐다. 이들의 행위는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공무원들 비리가 없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단속 의지 부족으로 불법 건축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청은 지난 3~4월 개발제한구역 관리 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여 구리시가 3개월에 한 번씩 해야 하는 개발제한구역 점검을 소홀히 하고 2011년부터 작년까지 창고 등 800여건의 불법 건축물에 대해 230여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자체장의 단속 의지가 약해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자체가 강하게 단속에 나서면 단체장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중구나 종로구 등 구도심의 경우 불법 개조로 사무실을 만들면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적발돼도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티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구청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표'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첫댓글 사실 울나라 건물들중, 건축법규100%지키고 있는건물들 사실 몇 없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