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봉조리에서 여름학교 했을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을 구실로 두 차례 가정방문을 갔었지요.
한번은 가정방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섯 살짜리 연우와 손을 잡고 내려왔지요. 말주변도 없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도 몰라 무척 난감했어요.
“연우야, 노래 불러줄까?”
연우가 “응”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표현이 서툰 저는 노래라도 불러 연우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어린 연우에게 전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연우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연우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말이 서툰 연우는 같이 부르지는 못하고 음만 흥얼거렸어요.
이 밖에도 다른 동요며 찬양 노래를 불러주었지요. 노래를 부르다 보니 제 어릴 적 기억이 생각났어요.
어릴 적 어머니가 ‘뽀뽀뽀’를 불러주시며 안아주시고 뽀뽀해주셨던 기억이 났어요. 애정 표현에 있어서 무뚝뚝하셨던 부모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셨을 테지요?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연우에게 ‘뽀뽀뽀’를 불러주었어요. 그리고, ‘뽀뽀뽀’ 구절이 나올 때마다 연우와 뽀뽀를 했지요. 나름대로 간간히 율동도 하였어요.
연우가 어찌나 좋아하던 지요. 그 모습을 보니 제 어릴 적 모습도 생각났어요.
저도 덩달아 좋고 행복했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같이 동요도 부르고, 손을 잡고 내려왔어요.
연우의 기억 속에 ‘뽀뽀뽀’ 노래와 율동이 마음 속에 많이 남았나 봅니다. 여름학교 하는 동안 연우가 ‘뽀뽀뽀’하자는 말을 참 많이 했거든요. 저도 그렇고 연우에게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음에 무척 기뻤습니다.
아마 연우가 어른이 되어 지금의 연우와 같은 꼬마아이를 만난다면 지금을 추억하며 그 사랑을 전할 테지요? 그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흐뭇하고 행복해집니다.
연우와의 뽀뽀뽀는 연우와 저도 행복하게 만들었지만 덩달아 연우할아버지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연우 집을 방문했을 때 연우할아버지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계셨지요. 손수 키우신 감자를 삶아 저희에게 대접해주셨어요. 맛있는 감자를 먹으며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우가 다가오더니 ‘뽀뽀뽀’하자고 보챕니다.
그래서, 연우와 ‘뽀뽀뽀’를 했는데, 연우할아버지께서 보시더니 참 행복해하셨습니다. 어린 손녀의 재롱을 무척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그것을 보니 저도 얼마나 행복하던 지요. 행복은 놀라운 바이러스를 가진 듯 합니다. 여러 사람을 감염시키니까요. 연우 덕에 저도 행복하고, 할아버지까지 행복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농촌에서의 생활이 제 하루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슴 따뜻하고 든든합니다.
첫댓글 나도 봤다. 미가 연우랑 뽀뽀하는 모습
마음두.. 자세도... 외모도... 모두예쁜 미~ 연우란 아이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