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1.
스톡홀름의 친절한 Bredäng Camping을 떠나 덴마크로 향한다.
스웨덴이 Volvo차와 IKEA라면 덴마크는 Carlsberg 맥주와 LEGO 블럭이다.
스톡홀름에서 673km.
뉘세핑(Nyköping). 노르세핑(Norrköping). 린셰핑(Linköping) 옌셰핑(Jönköping).
셰핑 도시들을 지나고
헬싱보리(Helsingborg)와 말뫼(Malmö) 너머 대교와 해저터널을 통과하니 덴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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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은 코펜하겐을 쾨벤하운(København)으로 발음한다.
넓은 Roskilde 캠핑장이 이미 가득찼다. 캠핑장을 들어서는데 진입로 양쪽에 줄지어 앉아있던 덴마크인들의 눈이 일제히 집중된다.
덴마크인들이 원래 유쾌하단다.
혼자 텐트를 치고 있는데 거구의 한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올 줄 알았다)
... 웨어 아유 프롬?
요래 시작하는 대화는 휙휙 난다.여러 번 해 봤으니까. 시베리아 어쩌고 하니 오오한다.
그런데 노르웨이 노르캅 이야기하니 깜짝 놀란다. 훨씬 먼 러시아보다는 노르캅이 실감나는거다.
머리로 아는 것과 경험의 차이다.
못하는 외국어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덴마크 길에서는 자가용보다 버스. 버스보다 자전거. 자전거 위에 유모차란다. 나도 담에는 유모차 하나 끌고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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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2.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진짜 법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문화가 있는데 그게 '얀테의 법칙'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아마 TV '비정상회담' 때문이지 싶다.
애써 자신의 개성을 찾고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외워야 하는 우리 마음 속에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다. 일등만 인정받는 경쟁사회에서 생겨난 아픔이다.
'넌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아' 에는 그런 각박함이 없다. 특별하지 않아도 편안할 수 있고 충분히 부족함이 없는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행복국가 상위순위에 늘 오르는 복지국가이면서도 가계부채가 연소득의 3배인 나라. 국가가 다 해 주는데 저축을 왜 하는가라는 의식이 위험해 보이는 나라이다.
변화에 투표하지 않는 것은 자기 생계를 국가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근본은 베네수엘라와 같은 현상으로 보인다. 국가를 믿고 적자상태에서도 마음 편하게 사는 덴마크인들의 삶이 한면으로 위험한 평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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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코펜하겐에도 투어할인카드가 있다.
이번에는 남는 장사가 될까?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는 버스승차부터 전철 승하차 위치는 물론 집에 돌아올 때의 버스 탑승장 위치까지 내 가족처럼 일러주었다. 나도 조래 늙어야제.
신난다요숙.
버킷리스트 방문지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덴마크 말로 릴레 하우푸(lille Havfrue).
어제 덴마크 사람은 조고만한게 실망할거라 했지만 노노. 동심 충만.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갑고 행복했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한동안 잠겼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서러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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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걸어서 St. Alban's Church.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버드나무가 물 위에 까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요숙을 세워 찰칵. 손에 묵는거 머고?
또 걸어서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
디자인박물관은 의자로 시작한다.
의자 디자인은 모든 디자이너의 입학시험과 같다고 한다. 편안하고 튼튼해야 하지만 그 기능이 문제가 아니다.
의자에는 인간이 문화라고 여기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한다. 취향. 힘, 권위. 품격 따위...
어떤 의자에 앉느냐에 따라 그 의자에 앉는 태도가 다르지 않나?
Show me your chair and I will tell you who you are.
멋진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디자인의 대상이다.
박물관 자체도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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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교회라고하는 프레데릭교회 전망대는 하루 단 한번 오후1시 정각에만 올라갈 수 있다.
교회 앞은 아멜리온보리(Amailenborg)궁전으로 이어진다.
누가 사진 좀 찍어 달란다. 요런 때 요숙의 순발력은 대단하다.
슈어~
우리도 쫌 찍어 주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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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뉘하운이다. 전세계 모든 화보집에 올라 있을 곳. 뉘하운. New Habour.
파란 하늘이기를 바랬는데 이 또한 좋구나.
점심먹은 뉘하운17 식당. 강추. 그런데 나중에 알았는데 그 옆집 18호에 안데르센 거처 (1845~1864)였다는 기념표지가 있단다.
떠들석한 인파 속에 묻혀 즐거움을 나눈다.
날씨가 좋아 항구의 색이 살아난다.
아름다운 거리다. 사람이 없으면 이 거리도 황량할 것이다. 익명의 인파 속에는 특별한 편안함이 있다.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
티볼리 공원. 공연이 있었지만 바쁜 한국인은 기다리지 않는다.
코펜하겐 중앙역(Central Station)에 들어가니 똑똑한 요숙이 글자도 모르면서 희안하게 예정된 기차보다 더 빠른 기차를 알아왔다.
요숙 덕분에 직행을 타고 일찍 귀가했다.
(억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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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3.
덴마크 Gedser에서 독일로 가는 페리 Scandlines을 139유로 주고 탔다.
몇 백대 차량이 실리는데 끝에서 일곱번째로 가까스로 승선했다. 덴마크 안뇽~
2시간 만에 독일의 Rostock항으로 들어간다.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속도 표지판이 요상하다.
100. 그 담에 130. 그담에 130에 사선이 그어져 있다. 130 속도 구간 끝이라는 표시다.
그라마 얼마로 가라꼬?
그냥 130km/h로 정속주행하고 있는데 뒤에서 번개같이 추월해 나간다. 아하~ 무제한이다.
미송도 해병출신이다. 160으로 션하게 달렸다.
이만하면? 했는데 머리하얀 늙은이가 포르쉐 오픈을 딱 타고 싹 추월해서 쪼메하게 멀어진다.
졌다. 160이상은 내 평생 처음이다.
은퇴하고 여행하는 자가 이 무신 객기고? 조신하게 150 정숙주행 했다.
원자력발전소 폐쇄한다더니 풍력발전기가 억수로 많다.
베를린에 토요일에 예약없이 들어가면 노숙이 뻔하니 시골로 들어간다.
15분마다의 교회 종소리가 참으로 평화롭게 퍼진다
베를린 75km전인 아주아주 숭칙한 시골이다.
하루 자는데 2만원도 안 받는다. 대신 인터넷이 오라가락 한다.
비가 차 지붕을 두드린다. 새소리. 개구리 소리. 교회 종소리. 코고는 소리......
덴마크 뉘하운 (7/12 01:02)
첫댓글 미송씨, 처음 만난 덴마크 사람들과 이야기가 통했다니 못하는 외국어가 아니지요. 언어란
소통이 아닌가요. 군대 간 남편에게 집에 아주 급한 일이 있어 빨리 오라는 편지를 보내야
하는 아내가 글을 몰라 다섯 마리 소가 빨리 달리는 그림을 그려 보냈는데 남편이 편지를
받자말다 한걸음에 달려 왔다오. (빨리 오소)
각설하고 날이 갈수록 미송씨 여행가에다 서정시인에 철학자에?..... Know yourself and others - Changkorates -
인어동상앞에 요숙님이 실물보다 더 공주같이 찍은 사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