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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글 스크랩 인간 승리 (雪山 후담)
김영원 추천 0 조회 143 07.04.22 21:19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내 나이 50 넘어 스키를 시작했다는 것을 과거에도 말한 바 있지만 그나이에 처음 배우며 제법 가파른 언덕도 과감히 내려가는 용기를 갖을 계기가 몇번 있었다. 한번은 불구자용 스키를 탄 사람이 있었다. 걸터 앉은 의자 아래에는 폭이 넓은 스키가 하나 달렸다. 두손에 잡은 폴에는 작은 스키날들이 하나씩 달렸다. 그사람이 그냥 쉬운 트레일을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길도 없는 더블 다이아몬드에서 내려오다가 넘어져 친구가 일으켜 앉혀주는 것을 lift를 타고 올라가다 보았다. (스키 트레일은 어려운 정도에 따라 색갈로 구별된다. 제일 초보는 그린, 중급은 blue, 고급은 black diamond이고 길이 없는 나무사이의 어려운 곳은 다이아몬드 두개이다.) 그런 사람이 더블 다이아몬드를 시도한다면 팔다리 성한 나는 기계로 다듬은 길을 못하랴.

 

또 한번은 꽤 어렵게 보이는 언덕을 내려다보다 한숨을 쉬고 포기를 하고 쉬운길로 돌아 내려가기를 몇번 한 후에 또 그곳엘 올라가니 젊은 청년이 몸이 불편한지 삐딱하게 서있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었다. 언덕 가까이 가 내려다보니 벌써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저런 곰배팔이가 다 하는데 난들 못할소냐" 나도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 언덕은 blue였다. 집에 오는 비행기안에서 딸에게 그이야기를 하니 그애가 같은 비행기에 탔는데 보행 보조기 walker를 짚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걸을 때는 walker를 짚어야 하나 스키를 타면 그것이 필요없는 그아이가 나에게는 훌륭한 선생보다 더 영감을 주었다.

 

lift를 타면 평소에는 같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을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난다. 한번은 70이 넘었다는 독일 노인을 만났다. 그 lift를 처음 탔는데 어디 좋은 트레일로 가면 따라가겠단다. 나는 내가 아직 내려가보지 않은 언덕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다이아몬드였다. 나는 아직 내려갈지 말지 마음의 결정을 못한 터였다. 노인은 쓱쓱 몇번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순식간에 밑으로 내려가 빨리 내려오라는 듯이 나를 올려다본다. 에라 한국인의 기개가 있지 70넘은 독일 영감에게 꿀릴세라 나도 내려가니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한번은 내 앞에서 표를 사는 아줌마들이 시니어 활인을 해주냐고 묻는다. 매표원은 80이 넘었으면 무료라고 대답하니 아줌마들이 깔깔 웃으며 아직 거기까진 않됐다고 말한다. 80 노인이 설마 스키를 타는 사람이 있으랴 싶었는데 스키복에 80+ 라는 표시를 붙인 노인을 만나 정말 80이 넘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건강의 비결을 물었더니 스키를 타는 것이란다. 눈이 없는 여름에는 뭐하냐고 했더니 골프 골프 골프 한다. 나도 지금이라도 골프를 배울까보다. 그 후에도 80 노인들을 심심찮게 만났다. 주로 할아버지들이었는데 할머니도 한분 봤다. 나도 20년은 스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주에 가서 아직 시도하지 않았던 다이아몬드 한곳을 한번 내려가니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아니다. 한군데 좀더 어려운 곳을 해보려다가 봄눈이 내린지 이틀되어 비교적 단단해진 상태여서 포기했다. 아직 해보지 않은 어려운 트레일은 새 눈이 내렸을 때에나 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실 대여스키를 타고 헬멧도 쓰지 않고 다이아몬드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다.

 

둘째날에는 정상에서 시계를 보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정상에서 시계를 보니 10분 지났다. 요즘 lift는 사람이 타고 내릴 때는 천천히 돌고 올라갈때는 속력이 빠른 detachable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계속 탔던 것은 고속으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7분에서 8분 정도 걸린것 같다. lift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lift를 다시 타는데 1분 정도가 걸린 것을 감안하면 스키로 정상에서 lift까지 오는데 2, 3분 걸린 셈이다. 초기에는 25분 정도 걸렸으니 거의 10배의 발전을 한것이다. 골프와 달리 남이 알아주지 않는 기록이지만 스스로의 성장에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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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4.22 23:16

    첫댓글 에구 영원공 대단하외다, 나는 슬슬 겁이 나서 스키 타러 가자고 말도 못하는데, 하여튼 타보면 스키 만큼 재미 있는 것도 없지요

  • 작성자 07.04.23 06:29

    워낙 운동신경이 둔하다는 핀잔을 받으며 자란 제가 잘한다는 소리 듣는 것이 이것 하나라 기회있을때 마다 자찬을 한답니다.

  • 07.04.23 09:55

    부디 조심하시길.

  • 07.04.23 11:19

    만학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만스키(...)는 처음입니다. 정말로 대단 하십니다. 아자....다이아몬드 저리 비켜라

  • 07.04.23 14:06

    아무리 나이 들더래도 이렇게 도전하는게 있어야 재미가 있죠..人生如雪山 이요 雪山如人生이라.. 미끄러 지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곧 인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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