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엔 오이도에 가자
서울 지하철 4호선이나 수인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어
해변 산책코스 2.2km, 약 1시간 남짓 소요
오이도는 시흥시에 속한 섬이다. 원래는 독립된 섬이었는데 육지와 섬 사이의 바다를 매립하여 지금은 육지가 되었다. 하지만 오이도에 가면 선착장과 등대, 갯벌 등 바다경관이 그대로 살아 있어 섬과 바다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오이도는 서울 지하철 4호선이나 수인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어 서울 및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의 섬이다.
오이도행 서울 4호선 전철을 타면 평일에도 노인들이 많은 편이다. 시간 여유가 많은 노인들은 65세 이상일 경우 전철 무임승차가 가능해 오이도 종점까지 가서 바닷바람을 쐬고 지인들과 가벼운 산책 후 점심은 해물칼국수 등으로 때우고 하루종일 소일하다 돌아오곤 한다고 한다. 직접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그럼직한 얘기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오이도를 다시 가봤다. 10년전 쯤 사진모임에서 가본 후 두 번째다.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을 들른 후 아내가 나온 김에 오이도라도 가보자고 한다. 아내는 오이도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도 흔쾌히 동의했다.
전철 오이도역에서 내려 주민인 듯한 사람에게 오이도 가는 방법을 물으니 1번 출구로 나가 30-2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30-2번 버스가 온다. 탑승할려고 하니 저 버스는 목감행이라 안되고 반드시 오이도행이라고 쓰여진 버스를 타야 한단다. 같은 정류장에서 목감행과 오이도행이 교대로 오기 때문에 초행길일 경우 혼동하기 쉽다. 주민의 친절한 조언이 고맙다.
전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오이도 해안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버스를 타고 20여 분 가야 오이도 해안에 도착한다. 왜 전철노선을 오이도 관광단지까지 연결시키지않았는지 모르겠다. 버스를 안내해준 주민 아주머니도 이 때문에 오이도 관광객들에게 적지않은 불편을 준다고 푸념한다.
오이도 전철역사에는 오이도 관광안내사진이 여러장 붙어 있다. 오이도 함상전망대에서 내려 해안산책로를 걸으면 될 것 같다. 오이도 도보코스는 함상전망대-노을의노래 전망대- 빨강등대-생명의 나무-황새바위길(또는 역순) 코스가 2.2km(약 60분 소요)로 가장 부담없고 핵심적인 코스이다. 시간여유가 많을 경우 오이도역에서 버스를 타지않고 옥구공원-덕섬-황새바위길-생명의 나무-함상전망대까지 걸을 수도 있다. 이 코스 거리는 6km, 약 1시간 40분 쯤 걸린다. 자전거코스도 잘 정비되어 있다. 단순 거리만 보면 3km, 15분 정도면 돌 수 있다. 황새바위길 앞에 공공자전거 무인대여가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제일 먼저 함상전망대에 올라가 봤다. 함상전망대는 바다와 낙조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꾸며놨다. 인천해양경찰서의 250톤급 퇴역경비함을 활용하여 문화공간으로 개방한 것이다. 그림이나 사진 등 전시 갤러리로도 활용되고 있다. 데크전망대 규모도 넓다. 전망대 바로 앞은 서해바다. 필자가 방문한 시각은 마침 간조 때여서 갯벌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함상 전망대에서 해안길을 조금 걸으면 ‘노을의 노래 전망대’라는 아담한 정자형 휴식공간을 만난다. 안내판을 보면, 오이도 갯벌과 바다에 비춰지는 노을과 낙조는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서해 낙조를 보러 또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바다 건너 시화호 방조제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송도국제도시 빌딩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산책로 벤치에 외국인 한 분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오이도는 안산에서 멀지않기 때문에 산업노동자로 우리나라에 오신 분이 아닌가 싶다. 늦가을 평일 대낮에 혼자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있는 이 사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행여 일자리를 못구해 시간을 때우고 있는 건 아닐까? 먼 나라 고향과 가족생각에 젖어 있는 건 아닐까?
오이도 해안산책로에는 젊은 남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조형물과 시판들이 적지않다. 노을의 노래 전망대와 빨강등대 중간 쯤에는 ‘Wind-Human’이라는 제목의 조형물을 만난다. 강성훈 작가의 작품인 이 조형물은 남녀의 형상으로 바람을 표현한 작품이다. 동선으로 이루어진 곡선들의 뭉침과 풀림으로 바람의 느낌을 표현하고, 바람의 사이와 사이의 공간은 서로 얽혀있는 인간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측면에는 사람 모양이 형상화되어 있다.
10년전 저녁무렵 오이도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사진을 찾아본다. 당시 일몰이 가까워서인지 연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산책로 벤치에서 다정하게 해지는 장면을 기다리는 연인인 듯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선착장 인근에는 독살도 보인다. 독살은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바다 쪽을 향해 말굽[U] 모양으로 쌓은 돌담이다. 밀물과 함께 바닷가로 밀려온 어류들은 썰물이 되어 빠질 때 자연스레 돌담 가운데 갇히게 되고, 어민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고기를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되는 지극히 단순한 전통고기잡이방식이다.
‘옛시인의 산책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책로 역시 감성적이다. 약 1.85km에 이르는 산책로 중심에는 윤동주, 김소월, 김영랑 등 우리나라 유명시인들의 대표작들이 시판으로 세워져 있다. 영화제목 같은 옛시인들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면서 갯내음과 바닷바람에 흠뻑 취해 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오늘따라 더욱 신선하게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오이도 해안산책로에서 가장 대표적인 조형물은 ‘빨강등대’이다. 2006년 10월에 방영된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등대 상단에는 전망대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누구나 전망대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전망대 높이 21m, 직접 올라가 보니 80여 계단이었던가? 등대 전망대에서는 오이도 선착장은 물론, 좌우 해안산책로와 음식점들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이고 해안갯벌도 한 눈에 들어온다.
등대에서 내려와 선착장을 걸어본다. 선착장 입구에는 좌우로 생선가게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안쪽에는 갯벌체험안내소도 보인다. 누구나 10,000원(성인)이면 간조시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다양한 칼러의 장화들도 예쁜 모습으로 진열대에 걸려 있다.
곡선으로 이어진 갯골도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물 들어올 때에 맞춰 장노출사진을 찍으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해안산책로는 생명의 나무-황새바위길로 이어진다. 생명의 나무 조형물은 너무 인공적이어서 어색함이 느껴진다. 좀 더 자연친화적인 조형물로 했으면 좋지않았을까?
생명의 나무 뒤 바다 가운데에는 거대한 바위섬이 보인다. 이 섬은 ‘황새바위’란다. 그래서 이곳 바다 위에 띄운 부교 이름도 ‘황새바위길’이다. 황새바위길 옆 배다리선착장에서 오이도 해안산책을 일단 마무리한다.
오이도 해안산책로는 국토교통부가 수여하는 2014년 ‘대한민국 경관대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제목은 ‘바람 부는 날엔 오이도에 가자’. 제목 역시 감성적이다. 바람 부는 날 오이도에 오면 설렘과 그리움 등이 더욱 클 것 같다. '옛시인의 노래'처럼 말이다.
가수 한경애가 부른 '옛 시인의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작은 잎새 하나/그대가 나무라 해도/내가 잎새라 해도//(중략)//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
수도권에서 오기 쉬워서인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꽤 많다고 한다. 함상전망대에서 배다리선착장까지 도로 주변은 온통 식당들 뿐이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관광객들이 많으니 이들 식당들이 나름대로 유지되는게 아닐까? 식당 숫자가 오이도의 인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평일인데도 일부식당은 밖에 나와 호객행위를 한다.
대부분 메뉴가 비슷한데 기왕이면 밖에까지 나와서 고객을 환영하는 집으로 가고싶어진다. 황새바위가 보이는 코너의 ‘소문난 횟집’(031-431-1251). 실내가 꽤 넓은 3층건물이다. 해물칼국수를 주문했다. 1인분 12,000원.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해물칼국수가 정말 맛있다. 양도 많다. 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도 적당히 익어서 감칠 맛이다. 맛있다고 말하면서 반찬을 더 주문했다. 종업원도 칭찬하니 기분좋은 모양이다. 접시 가득 익은 김치를 추가로 담아온다. 이래저래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걸으니 오이도 산책길이 더욱 뜻깊었던 하루였다.(글,사진/임윤식)
첫댓글 오이도 빨강등대까지 갔었는데 함상전망대는 못 가봤네. 다시 가야겠구만. 친절한 해설과 함께 오이도 구석구석 관광 잘 했습니다.
산책로를 한바퀴 돌면 괜찮더군. 권사님과 한번 산책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