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가 장기흥행중일 때, <보고 또 보고>는 최장기 흥행중이었다. <쉬리>는 안방에 있는 아줌마를 극장으로 끌어낼 정도로 성공했다는데, <보고 또 보고>는 매일 저녁 그 아줌마들을 도로 불러다 앉혔다.
4월2일 27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보고 또 보고>는 몇가지 기록을 남겼다. 일일연속극 최고의 시청률 51.2%를 지난해 7월8일 돌파한 뒤, <보고 또 보고>를 따라잡을 드라마는 <보고 또 보고>밖에 없었다. 그 파죽기세는 10월12일, 57.3%라는 신기록을 세우기에 이른다.
8시는 황금시간대다. 가장 많은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켜고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중독성이 가장 강한 시간대라는 뜻도 된다. 일일연속극을 시청자들이 버릇들여 보기 시작하면 시청률 최강자가 된다. 시청률 40%가 우습다. <정 때문에>나 <바람은 불어도> 같은 경우들이 그랬다. 일일연속극이 생긴 이후로 <그대 그리고 나>나 <용의 눈물> 같은 주말드라마(역시 8시 시간대)를 제외하면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일일연속극이었다. 그래서 많은 폐해에 대한 지적에도 황금시간대 연속극 배치는 정석이 됐다.
이런 호조건을 갖추긴 했지만, <보고 또 보고> 신드롬은 워낙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보고 또 보고>의 완성도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98년 방송기자들이 뽑은 최악의 프로로 <보고 또 보고>가 뽑혔을 정도다.
먼저 일관성 없는 스토리 전개라는 비난. 처음 은주(김지수)는 간호사였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열심히 간호사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자기의 어릴 적 꿈인 미술공부를 하고 있다. 승미(성현아)는 의사였다. 하지만 의사일이 힘들어 유아교육과로 들어간다. 만학도가 여기저기 흘러넘친다. 승미의 동생 영미는 외국에서 유학하다가 돌아왔다. 명원(박용하)의 짝이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영미는 하루 한 장면도 채 나오지 않는다. 승미가 명원의 짝이 됐기 때문이다.
현실성 없는 상황설정. “간호사 은주… 많고 많은 병원 중에 은주가 근무하는 병원엔 은주의 친구가 닥터로 있다. 은주의 친구 닥터의 어머니는 은주 어머니의 친구다. 은주의 친구 닥터는 많고 많은 검사 중에 은주가 사랑하는 기정과 선을 본다.… 은주에게는 초등학교 선생으로 발령난 남동생이 있는데 기정의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다. 남동생은 많고 많은 학생들 중에 은주 애인인 기정의 아빠의 동생의 아들의 담임이 된다.”(<씨네21> 168호 정훈이 만화). 그래서 <보고 또 보고>는 ‘꼬고 또 꼬고’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질질 끈다는 비판. “<보고 또 보고>는 초장편 대하드라마다… 1999년 1월20일분에서 은주가 임신을 한 것 같다는 가능성을 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우려먹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끝낸다… 1999년 6월 모일… 새로 들어온 가정부가 집의 분위기를 바꾸어 얘기가 가정부 중심으로 나아간다. 이 가정부는 지구종말론을 믿는 사람이어서 보고 또 보고가 점점 다큐멘터리식으로 변한다.”(하이텔 demi5555, 99년 1월12일)이라며 비꼬았다.
그리고 인물 성격상의 문제다. 드라마 초반 ‘은주는 사이코다’라는 논란이 달구어졌다. 집안에서 구박받던 은주는 집안에서는 언니를 막 대하다가도 기정 앞에서는 연약한 인물이 된다. 지여사(김민자) 역시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없이 마음이 넓어보였던 그는 갑자기 은주를 며느리 삼는 시점에 이르러서 전형적인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됐다.
<보고 또 보고>는 98년 최악의 프로로 뽑힌 것과 동시에 히트상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사실은 상품으로서의 드라마를 설명한다. 히트상품의 제조를 중단하면 그 회사는 망한다. 상품으로서의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장두익 PD는 질질 끈다라는 비판에 대해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상품의 상업적 전략은 <보고 또 보고>라는 ‘중독성’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전술은 곳곳에 사건을 숨겨두어 적절한 시기에 터지도록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 사이에 고조되곤 하던 <보고 또 보고> 논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지뢰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치됐는지 알 수 있다.
초기 <보고 또 보고>의 최대 논란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직업에서 왔다. 기정을 사이에 두고 다툼을 벌인 은주와 승미는 각각 간호사와 의사였다. 승미가 물러나고 기정과 은주의 사랑이 깊어가자 검사와 간호사라는 신분적 격차가 두드러지게 된다. 그 격차 역시 수긍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자, 겹사돈 문제가 일어난다. 이는 장안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고, 시청률도 급상승, 최고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리고 후반에는 불임문제, 명원과 승미의 연상·연하 문제, 정사장(정욱)과 무용단장(김자옥)의 불륜까지 한몫을 하게 됐다. 현실세계의 논란이 드라마로 유입되기도 했다. 왕따문제나 힙합바지, 촌지문제 등이 그것이다.
편가르기로 상징되는 등장인물들간의 반목은 드라마 전체에 걸쳐 있다. 은주편은 할머니(사미자), 정사장, 박교장(이순재), 기정(정보석), 금주(윤해영)편은 지여사, 배여사(김창숙), 기풍(허준호) 등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 반목의 선을 그어서 갈등을 두드러지게 한 것이다. 덩달아 시청자 역시 편이 갈렸다.
<보고 또 보고>의 비난 역시 논란의 중심이 어디에 형성되고 있나를 보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시어머니의 구박이 심할수록 시청자들의 ‘비현실성에 대한 질타’는 강도가 세어졌고, 시어머니의 구박은 더욱더 심해지는 식이다.
일일연속극은 애초에 시청자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드라마다. 장두익 PD는 “사전제작제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시청자의 반응이 드라마로 유입되는 것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4월1일 <임성훈입니다>에서도 장 PD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보고 또 보고>에서 시어머니가 구박을 하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다’라고 하더라”며 그런 시청자 의견을 반영했음을 시사했다. 당연히 시어머니는 더욱더 구박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보고 또 보고>는 시작단계에서 볼 때 모험심이 강했다. 주인공 김지수나 윤해영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스타가 아니었다. 상대역 정보석이나 허준호도 마찬가지였다. 박용하도 <보고 또 보고>를 통해서 떴다. <보고 또 보고>의 가족극 역시 다른 극들과 차별성을 띤다. 할머니가 있는 대가족이 등장하되, 결혼하는 남녀의 줄다리기가 주요한 이야기 근간이 됐다. 이것은 대체로 주말극의 패턴이다. 작가 역시 고작 <베스트극장> 네개를 쓴 신인이었다. 이 보기드문 모험의 배후에는 치밀한 기획단계가 있었다. 97년 7월부터 준비됐고 9월, PD가 투입됐을 때는 이미 20회 분량의 대본이 나온 뒤였다. 주말극으로 원래 기획됐기 때문에 일일극으로 따지면 40회에 이르는 분량이다. 겹사돈 역시 처음 대본에 나와 있었고, 성격 다른 자매의 화해 역시 겹사돈의 매개로 이뤄지는 것이었다. 이미 6개월 이후의 계획까지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치밀한 모험심’은 ‘눈치보기와 곁눈질’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보고 또 보고>에는 넉넉하게 이끌어가는 품이 없었다. <보고 또 보고>는 반목과 갈등만이 존재한다. 결말 부분 화해의 제스처 역시 형식적인 것으로 보인다. 돈으로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도 그렇고, 아기를 낳았다고(그것도 아들을) 고부간의 갈등이 해결되는 면도 그렇다. 시청자 역시 <보고 또 보고>를 보면서 정 붙이기보다는 누구누구 욕하기에 바빴고, 사람 사이의 정에 목메기보다는 미움에 복받쳤다.
<보고 또 보고>의 성공사례는 이제 일일연속극의 원형이 될 것이다.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점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잘 나가는 드라마답지 않게, 불안에 시달린 작가가 속내를 비춘 것일까. 3월31일 금주는 “데뷔작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아”라고 말한다. 작가에게 이번 작품이 이런 불안과 눈치보기의 마지막이기를, 다음은 작가정신이 살아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구둘래 기자
씨네21 1999년 04월 13일 제196호
<보고 또 보고> 1년 2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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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2일 첫회: 전철 안에서 은주는 핸드백이 열려 있자 순간적으로 ‘소매치기야’ 하고 외친다. 범인들은 전철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내리는데 한 남자가 이들의 뒤를 추격한다. 은주는 남자의 탁월한 격투실력에 놀란다. 한편 방송사 안무가인 기풍은 귀걸이를 하고 있다가 아버지 박 교장으로부터 혼쭐이 난다.
6월22일 첫 시청률 1위: 3월 마지막주에 8위에 진입하고 급박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6월22일(6월15일∼21일 통계) 시청률 1위에 등극한다. 그뒤 1위를 놓치 않았다.
11월30일∼12월4일 하이라이트 방송: ARS를 통해 퀴즈 문제를 냈다. 10월5일부터 9일까지 결방하기로 하지만, 작가에게 며칠간의 휴식을 주는 것으로 지나게 되고 하이라이트 방송은 11월 마지막주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12월 초 방송담당기자가 뽑은 최악의 프로 선정
12월30일 김지수 MBC연기대상 수상
99년 1월11일 강릉시 명예시민증: 장두익 PD, 김지수, 정보석 등 7명에게.
2월14일 작가 임성한씨 입원: 2월25일 방영분부터 2주간 김홍주씨가 집필.
4월2일 마지막회: 기정집 화실, 만삭의 은주는 사진을 봐가며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지여사의 초상화다. 기풍네 거실, 금주도 임신 9개월째라서 좀 부스스하다. 지여사는 금주의 긴손톱을 보며 살림하는 여자답지 않다고 싫은 소리를 한다. 은주는 진통이 오자 배여사에게 전화를 건다. 이즈음 금주도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갑자기 수술실에 실려온다. 거의 동시에 금주는 둘째딸을 은주는 첫아들을 순산한다.
첫댓글 임.성.한!!! 부디 이번 드라마가 마지막이 되거라~~!!!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주말극에서 일일극이 된 게 보고또보고에서의 지 얘기로구먼, 내용 전개상 별 필요도 없는 장면이다 싶었는데 그렇게 지 얘기가 줄기차게 하고 싶은 걸까...? 점점 미쳐가는 임성한
딴 건 몰라도 겹사돈 되서 체제와 형수.. 제수와 처형 왓다갔다 하는거 하고..조랭이 떡국 배운다고.. 전문 식당까지 가서 배워 오는 거 보고..완전 두 손 두팔 다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