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3일 쇠날
꽃내음이 가득한 3층
날씨 – 비가 와서 씨감자를 못 심으면 어쩌다 했는데 날은 흐리지만 비는 안 온다. 낮에는 해까지 반짝.
깊은샘 선생으로 산 지 한달이 지났다. 마음이 바쁜 건지 몸이 바쁜 건지 모르겠지만 정신 없이 한 달이 흘렀다.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고 1년 살 계획을 짜다보니 다 간 듯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고 공부내용에 깊이를 더해 가야한다. 6학년은 세 번의 졸업여행과 길찾기, 직업탐구, 졸업여행 경비마련하기 따위의 다른 학년들과는 다른 큰 활동들이 많다. 낮은샘 선생일 때 와는 다르게 크게크게 그려 나가는 활동이 많으니 내 몸도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저저번주 약수터로 몸놀이를 가는 길에 노랗고 예쁜 꽃이 있어 땄다. 송순옥 선생님에게 이 ‘ 이 꽃은 무슨 꽃이예요?’ 하고 물으니 ‘ 음... 산수유 같은데~!’ 하신다. ‘ 그런가~? ’ 하고 한 주먹을 땄다. 향기가 참 좋고 노란색을 띄는 꽃이 마음을 잡아 끌었다. 꽃을 보고 이 꽃 말려서 차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따고 말리고 살짝 쪄서 맛을 보니 향기와 색이 참 예쁘다. 눈으로 먹는 다는 말이 생각났다. 청계산 매봉까지 가는 길에도 이 꽃이 참 많이 피어 있어서 따고 또 땄다. 물론 벌들이 먹을 껄 생각해서 하나 따고 건너가서 또 따고 ^^ 나중에 꽃 이름을 알고 보니 생강나무 꽃이었다. 꽃을 차로도 만들어 먹고 가지도 꺽어서 말린 뒤에 차로 우려내서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단다. 청계산 가는 길목에서도 신나서 꽃을 땄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우리의 졸업여행 경비 마련 첫 번째는 차 만들기를 하자고 했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꽃을 따고 예쁘게 말려 병에 만들어 팔기로 했다. 처음엔 생강꽃차를 만들 생각으로 생강꽃을 찾다보니 학교 바로 옆에 산수유꽃이 정말 예쁘게 많이 피었다. 그래서 산수유를 따고 생강꽃을 따러 가는 길에 보니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서 개나리도 한 소쿠리 땄다.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꽃 우선이 세 가지를 말려 보기로 했다. 쪄서 말리기도 하고 그냥 말리기도 하고 덖는 방법도 있고 차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번에는 그냥 실내에서 자연건조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꽃향이 날아 갈 수도 있겠지만 그냥 자연 건조를 했을 때는 꽃이 부서지거나 하는 것을 가장 잘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3층 미끄럼틀 옆 공간에 꽃을 잘 말려 두었다. 3층 올라 갈 때 마다 여러 가지 꽃향기가 난다. 색도 예쁘고 향도 참 좋다.
경비마련을 위해 가장 처음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올해 깊은샘 큰 밑그림은 자급, 자족, 자립이다. 내가 살 때 필요한 것들은 공장에서 만든 것을 사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을까는 끊임없이 고민해 보기로 했다. 돈을 버는 일에서도 예외는 없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뭔가를 만들어 팔아 보자고 이야기 했는데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겐 어려운 숙제 같다. 꽃차를 만든 뒤 포장을 어찌 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이 된다. 쓸데없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예쁘게 포장 할 수 있는 방법! 나중에 다시 쓸 수 있는 포장을 생각해 보는 것. 물론 어렵다 이것도.... 물건을 사는 사람은 겉모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포장 법에 대해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듯하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면 생리대를 만들 때에도 버려지는 천이 없도록 본을 그릴 때 다닥다닥 붙여서 그리고 오리라고 했었다. 면 생리대는 몸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유기농 천을 샀는데 값이 만만치 않았다. 비싼 천이기도 했지만 조각조각 난 천은 나중에 다시 쓰기가 어려워서 아껴 쓰자 이야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 선생님은 환경을 너무 생각하시는 거 아니예요?’ ‘ 아니 도대체 종이 한 장을 쓰면서도 아마존 숲을 생각해야 되요?’ 라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내가 이야기 하는 것들이 지나친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 그래도 펑펑쓰는 것 보단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오늘은 텃밭공부를 하는 날. 아침나절 비가 안 오니 씨감자에 재를 묻혀서 심고 깊은샘은 며칠 전 물에 불려놨던 목화씨앗으로 모종을 만들었다. 목화씨앗에 붙어있는 솜을 하나하나 다 뜯어내고 비눗물에 불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씨앗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모종이 잘 날지 모르겠다. 열심히 모종을 만들며 걱정스런 마음에 ‘ 얘들아... 씨앗 상태가 안 좋은데 싹이 안나면 어떡하지?’ 라고 했더니 ‘ 그럼 어쩔 수 없죠 뭐...’ 한다. ‘ 뭐 실패하는 것도 공부잖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 맞다. 실패하는 것도 공부다. 어찌 늘 잘 될 수만 있겠는가. 그래도 잘 됐으면 싶은 게 또 나의 마음이기에 ‘ 이번에 잘 안되면 잘 될 때까지 해보자!’ 했더니 ‘ 에휴... ’ 한 숨을 내쉬는 아이들. 좋은 마음 담아 모종을 만들었으니 싹이 잘 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해에 다른 사람들에게 씨앗 나눔을 할 수 있기에. 아직도 해야 할 공부들과 일거리들이 많지만 역시 높은 학년 아이들과 하니 참 빠르다. 손이 여럿이고 일머리가 좋아서 금방금방 잘 해낸다. 낮은샘일 때는 ‘ 우리 20개만 따고 놀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요즘엔 ‘ 몇 시까지 하고 가자~!’ 라는 말만 하면 이미 한 소쿠리씩 해야 할 몫을 다 해놓는다. 쇠날엔 점심 시간이 길다. 꽃을 따놓은 것도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오늘 점심 때 꽃을 좀 더 따러 가자고 하니 신나서 산으로 가는 아이들. 그 뒷모습이 참 예쁘다. 좋은 마음으로 만들었으니 부디 첫 경비마련인 꽃차가 잘 팔리기를........^^
첫댓글 자급 자족 자립.. 선생님 말씀대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네요. 깊은샘 화이팅입니다.
꽃내음이 전해지는 것같습니다. 어여쁜 아이들 손길, 선생님 마음도요. 꽃잎차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