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서
저는 청각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시각이야말로 각자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는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음 하나하나가 모여있어야 비로소 기억이 완성된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추억할 때 감정들은 소리와 함께 흘러들어오고 그 소리들이 하나가 될 때 정체성의 조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볼 때 느낄 때 어떤 소리가, 혹은 정적이 주는 또 다른 소리가 추억이 되고 느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리가 주는 느낌을 사진으로 찍는 것을 계획으로 하려고 합니다. 제 주변의 음악들, 정적 속의 느낌들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화이트밸런스를 붉은 쪽으로 하고, ISO와 셔터스피드를 조정해 밝은 느낌을 살리려고 합니다.
You can tell a lot about a person what's on their playlist. 그 사람이 듣는 음악을 보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영화 비긴어게인 |
저는 제 정체성과 청각이 가장 큰 연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를 이루는, 이루었던 것들을 청각과 연결하며 그를 사진으로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ISO : 200 셔터스피드 : 1/60s WB : 6000k F : 1.8 초점거리 : 5.23mm
삼성 갤럭시 A 퀀텀
이 사진은 제가 과거에 썼던, 그리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을 찍은 사진입니다. 청각을 생각하며 저와 가장 깊게 연결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이어폰이 생각나서 이를 사진으로 찍어보았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의 색이 반대라서 배경 색을 반대로 하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이트 밸런스는 붉은 계열로 하여 조명이 은은한 붉은 색으로 찍혔습니다.
ISO : 50 셔터스피드 : 2s WB : 6300k F : 1.8 초점 거리 : 5.23mm
삼성 갤럭시 A 퀀텀
이 사진은 정적을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생각으로 찍게 된 사진입니다. 정적이 흐르는 때에도 항상 들려왔던 시계의 소리를 사진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최대한 노력해보았습니다. 화이트 밸런스보다도 보라색 조명이 더 돋보이게 찍었고, 시간이 흐르는 형태를 긴 셔터 스피드로 표현하였습니다. 보라색 조명을 사용한 이유는 원래 검은 색으로 표현할까 하다가 조명과 실력의 한계로 그나마 어두운 느낌의 조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초점을 더 잘 맞추고 싶었는데, 스탠드가 없는 이상 2초 동안 사진을 딱 정지하고 찍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ISO : 3200 셔터 스피드 : 1/60s WB : 6300k F : 1.8 초점 거리 : 5.23mm
삼성 갤럭시 A 퀀텀
이 사진은 저의 학생시절의 정체성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쓰기 시작한 휴대폰과 안경을 찍었습니다. 약 7년 동안 사용했던 휴대폰을 찍은 이유는 이 2G 휴대폰과 함께 들어왔던 수 많은 노래가 저의 많은 부분을 이루어왔다고 생각하여 사진에 넣게 되었습니다. 안경은 그와 더불어 학생시절을 이루었던 물건이어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김규식 작가의 사물전송 감상평
사진이 기록하는 방식을 빛을 넘어서 입자의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발상부터가 저에게는 새로웠습니다. 보통 사진은 빛을 통해 찍힌다고 생각하고, 그 빛을 이용해서 많은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는데, 도달하기까지의 방식을 입자로 바꾼다는 게, 또 이를 은 입자의 확대로 표현해낸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색이 있는 모래나 자석 가루로 사진을 표현해서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진이 생기는 은 입자라는 관점에서 찍은 것을 보고 그제서야 이해가 갔던 것 같습니다. 설명 중 연속성이라는 것은 실제 전시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을 읽고 사진으로는 보지 못하는 걸까 하며 의구심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