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 옆에 자리한 고풍적인 석등. 이 석등을 용인 에버랜드에서
가지고 왔다는 소문도 있다
계명대 성서 캠퍼스와 마주한 대구 달서구 호산동 삼성 한국형아파트’는 이름부터가 색다르다. 삼성건설(주)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내놓기 전인 1999년 지어진 이곳은 이름에 걸맞게 아파트 전체가 ‘한국적 미’로 꾸며져 있다. 주민들은 다른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풍스런 조경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산다.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는 기와 돌담은 조금 이채롭다. 현대식 빌딩을 둘러싼 옛 돌담이라. 뭔가 어색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간다. 아파트 이름이 재미있다고 단순히 생각했던 기자는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빈말은 아니었구나.’ 건물 옆에 그려진 원앙과 수묵화 문양은 멀리서도 이곳이 한국적인 아파트란 인상을 전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오른쪽 한켠의 조경은 한국풍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다. 자그마한 소나무 동산 옆으로 돌담들이 어린이 놀이터를 감싸고 있었다. 돌담 곁에서는 유적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멋스러운 석등이 서있다. 용인 에버랜드에 설치된 석등을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소문도 있다. 그만큼 삼성건설에서 심혈을 기울여 이 아파트를 지었다고 한다. 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팔각정. 마치 하나의 전통 정원을 연상케 한다. 반경호(59) 관리소장은 “이곳에 연못만 만들었다면 완벽한 한국적인 정원이 됐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한다.
관리사무소 다른 한쪽으로는 100년은 족히 된 듯한 감나무 고목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옆으로 자리한 200평 규모의 중앙 광장. 갖가지 기하학적인 그림이 새겨진 조형물들이 늘어서 있다. ‘천.지.인’이라는 합일을 의미하는 거대한 조형물도 한켠을 지키고 있다. 한 가운데에는 아이들이 그물을 밟고 놀 수 있는 ‘거미줄’이라는 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명주(44`여)씨는 “성서 계명대 궁산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면 아파트 배치가 마치 우리 옛날의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극 문양을 하고 있는 건물 베란다 창살. 그리고 와당 형식의 건물 입구. 엘리베이터는 전통 ‘항’ 문양이, 집 현관문은 ‘구름’ 문양으로 입혀져 있다. 곳곳에 ‘고전적인 미’가 풍겨 나온다. 집 내부로 들어가 봤다. 거실과 각 방마다 각기 다른 사방 연속무늬의 문양과 은은한 색상의 벽지로 채워져 있다. 싱크대나 거실장은 옛 궤짝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배성자(41`여)씨는 “보통 현대식 아파트에 살다보면 색깔이 튀어 이내 식상한데 반해 이곳은 전체가 고풍스럽고 부드러워 집 안에 들어서면 마음이 푸근해진다”라고 말했다.
반경호 소장은 곁에 호산공원과 계대 캠퍼스가 자리해 산책 걱정을 안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산공원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반 소장은 “호산공원은 2㎞가 넘는 산책길이 있는데 특히 가을 단풍이나 낙엽이 무척 운치가 있어 낙엽 길로도 손색없다”라고 했다.
|
| 삼성 한국형아파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몸짱들'인 권훈기(45`사진 왼쪽)씨와 김진(30`오른쪽)씨는 2년째 관리사무소 지하 헬스장에 살다시피 한다. 처음엔 그저 운동이 좋아서, 그저 건강을 위해 다녔던 헬스장이지만 이젠 목표를 위해 다닌다. 바로 내년 4월에 있는 아마추어 보디빌딩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권씨는 “대회에 참가한다는 목표가 생기니까 퇴근 시간만 가까워지면 벌써 마음은 이곳에 와있다”라고 했다. 그 만큼 헬스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는 것.
이들은 이곳 헬스장에서 만난 사이. 김씨는 “보통 헬스를 혼자 하면 오래 못하지만 이렇게 같이 땀을 흘리니까 능률도 오르고 공감대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또 헬스를 하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풀린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예전에 술을 많이 마셨다는 권씨는 한때 체중이 90㎏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권씨는 “꾸준한 헬스를 통해 몸이 20대 부럽지 않게 되자 부인이 더 좋아한다”라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