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caravane), 프랑스어로 ‘대상(隊商)’.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사막과 초원을 떠돌아다니던 상인들을 말한다. 훗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승용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이동식 트레일러를 가리키는 말이 됐고,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여행객의 로망을 담은 캠핑의 한 분야로 일컬어지게 됐다. 한곳에 매어있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에 대한 로망. 비온 뒤 훌쩍 자라는 대나무처럼 전국 곳곳에 오토캠핑장이 생기고 있다. 가슴속에 묵혀온 로망을 실현하는 게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캠핑의 바람이 거세다. 골프 아니면 등산이던 레저업계가 캠핑이라는 제3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불황이면 주춤하는 게 이 분야인데, 캠핑은 되레 승승장구 중이다. 집짓기와 밥 짓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해야 하는 아날로그 여행. 속도의 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이 찾은 자기치유의 한 방법이다.
TV에 캠핑 프로그램도 줄줄이 생겨났다. <1박2일>은 여행 프로그램이긴 해도 출연자들이 주로 야외 취침을 하기 때문에 캠핑이라고 보기엔 왠지 아쉬웠다. 그런데 이제는 캠핑 전문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국내 캠핑 명소를 소개하는 <캠핑크루>를 방영한다.
XTM 채널에서 방송 중인 <아드레날린>에서는 이천희, 최원영, 정겨운, 유하준 네 남자가 슈트를 벗고 배낭을 멘 채 매주 캠핑을 떠난다. 4년 전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천데렐라’였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능해결사 ‘천가이버’로 변신한 이천희는 “캠핑이라는 여행 장르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짐 싸는 법, 텐트 치는 법, 자동차에 트레일러 연결하는 법 등을 꿰고 있는 캠핑 마니아. 집 거실에서도 가끔 텐트를 치고 잠들 만큼 캠핑을 좋아한다. 멤버 중 최고령자이자 초보 캠퍼인 최원영은 카라반 캠핑을 추천한다. 초보자나 가족 단위의 캠핑족들에게 권할 만하다고.
잘못 싸면 짐 된다, 센스 있게 짐 싸기
1 모든 짐을 펼쳐놓고 장비, 식기 등 항목별로 분류한 다음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
2 침낭은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을수록 좋다. 처음 구입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3계절용 침낭은 보통 300g, 가격은 16만 원대다.
3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캠핑장에서는 기름을 사용하는 램프가 유용한 필수품이다. 클래식 오일램프는 기름을 한 번 넣으면 20시간 정도 쓸 수 있다. 무게 520g, 가격은 5만 원대.
4 초보자의 경우 텐트는 원터치 텐트나 경량 텐트를 사는 것이 좋다.
5 팩이 손상되는 걸 막으려면 반드시 팩 해머(팩용 망치)를 사용해야 한다. 모래에 팩을 박을 때는 지면과 45도 각도로 기울여 박아야 한다. 모래용 팩이 없을 때는 T자나 Y자형 같은 각진 도구를 사용한다. 팩이 부족할 때는 나무나 돌에 스트링을 연결해 사용한다.
6 음식 조리기구인 코펠은 가볍고 튼튼한 티타늄 소재가 좋다.
7 랜턴은 메인용 1개, 비상용 헤드랜턴 1개를 꼭 챙긴다.
- 1 캠핑 카라반 외부의 모습. 2 타프를 치면 그늘이 생겨 야외활동이 편하다.
카라반의 장점 중 하나는 편리하다는 거다. 텐트와 침낭 각종 조리기구와 식탁 등이 카라반 안에 모두 있다. 이동식 주택이니, 작은 집 한 채를 끌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다. 텐트나 리빙셸(Living Shell)의 경우 한 번 치고 접는 데만 한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성인 남성이 없으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카라반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취사 공간이 넉넉하고 비교적 편안한 잠자리가 제공되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데도 부담이 덜하다. 거기다 국내에서 특수 제작한 폴딩형 카라반은 5성급 호텔이라 불린다. 평소에는 접어두었다가 캠핑장에서 사용할 때 지붕을 들어올려 숙소로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카라반과 캠핑카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둘 다 차 안의 넉넉한 공간에서 숙박과 취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점, 카라반은 차체와 분리되어 있고 캠핑카는 차와 합체돼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카라반의 경우 견인장치로 앞의 차량과 연결해 끌고 간다. SUV가 일반 승용차보다 편하다. 카라반은 고정하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토캠핑장을 주로 이용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카라반 캠핑장이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에만 1만 6천여 곳의 카라반 캠핑장이 있다.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에는 약 40여 곳의 카라반 캠핑장이 있고, 각 캠핑장에는 평균 450여 대의 카라반이 설치돼 있다.
캠핑카나 카라반은 직접 구입해 떠나기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한 대 값이 적게는 7천만 원에서 8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캠핑카나 카라반을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업체나 캠핑장을 찾는다. 카라반 캠핑장 이용요금은 1박2일 기준으로 4~10만 원부터이고, 프리미엄 카라반 이용요금은 대략 10~20만 원대다. 국내에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2002년도에 처음 들어선 동해 망상 오토캠핑장을 시작으로 2008년에 연천 한탄강과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 등 카라반 시설을 갖춰놓은 캠핑장들이 인기가 높다. 한탄강과 자라섬 카라반 캠핑장의 경우, 2개월 전에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났을 정도로 인기다.
카라반 사용법
카라반 출발 전 체크리스트
1 견인장치 확인 캠핑 트레일러와 자동차가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카라반의 히치와 히치볼이 결합이 잘 되어 있는지도 필수 확인사항. 히치와 볼마운트의 연결핀과 안전 와이어가 잘 결합되어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깜빡이를 켰을 때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트레일러에도 불이 들어오면 확인 완료.
2 카라반의 아웃트리거(스테빌라이저, 고정장치)와 방향조정용 보조바퀴가 위로 완전히 올려져 있는지 확인한다.
3 카라반의 출입문, 창문, 트렁크, 외부 수납도어, 선루프, 벤트가 정확히 닫히고 잠기는지 확인한다.
카라반 이용법
750㎏ 이하(적재 무게 제한)의 카라반은 2종 보통 면허 소지자가 운전 가능하다. 그 이상이면 별도의 트레일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짐을 실을 때는 가벼운 것을 위쪽에 수납한다. 카라반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 연결고리가 들릴 수 있으므로 무게중심이 잘 잡히도록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짐 싣는 법 많이 무거운 물건은 맨 아래 칸에, 조금 무겁고 부피가 있는 것은 중간에 넣는다. 가벼운 것은 맨 위에 넣는다.
2 주행방법 규정 속도는 60~80㎞. 운행 중에는 카라반에 타고 있어서는 안 된다.
3 후진방법 이동하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