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가 나를 보더니 놀라 도망간다. 같이 놀란 나는 어둔 골목을 개처럼 어슬렁거리다 파지 줍는 젊은 여인을 만났다. 눈치를 보다 말을 걸었다. 애 아빠가 고-공장에더 짤렸더요. 혀 짧은 어리바리한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책꽂이에 꽂힌 시집을 닥치는 대로 뽑아손수레 가득 채워줬다. 고-고마워요, 이-이거 처-천원은 바더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저 무거운 책이 천원이라니! 시인은 얼마나 가벼운 싸구려인가. 나는 천원에 걸려 넘어졌다. 그 밤 허리디스크가 재발했다. 너를 무시한 죄, 비웃은 죄, 아무 말이나 지껄인 죄, 술주정한 죄, 밥만 축낸 죄, 詩 쓴 죄, 나는 안다. 과분하게 너무 큰 집에서 살았다. 큰 내 몸이 드디어 반 토막 나다
첫댓글 읽히지 않는 시를 쓴 죄! 흰 건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일 뿐이라니!! 갑자기 선잠이 확 깨는군요. 어째 허리도 아픈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