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74 --- 조약돌을 줍고 물수제비를 뜨다
조약돌 하나 그냥 생겨나지 않았다. 큰 돌이 깨어지고 부서져서 작은 돌이 되고 허구한 날 비바람에 시달렸겠지. 그것도 부족하여 깎이고 씻기고 물길에 떠내려 오다 저희끼리 부딪치며 모서리가 떨어지고 닳아 둥글납작해졌을 것이다. 수없이 치고받다 보니 이골이 나고 개성이 없어졌다. 이런들 어떠하랴 저런들 어떠하랴 밀리고 쓸리고 가자는 대로 갔을 것이다. 거의 반은 포기한 것같이 반은 비운 것같이 그렇게 내맡겨졌을 것이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우르르 세월에 쫓겨 다녔을 것이다. 냇가나 강변에 끼리끼리 모여 유유자적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픈 상처도 끌어안으니 둥글둥글해진다.
냇가에서 귀엽게 생긴 조약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 녀석 반들반들한 것이 손안에 들어오면서 아프지 않게 살짝 쥐어달라고 엄살을 부리는 것 같다. 아주 기나긴 세월 그 얼마나 많은 시련을 참고 견디며 딛고 여기까지 왔을까. 이제 다시 내 손아귀에 맡겨져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른다. 그렇다고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너의 처지이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보거라. 내 어찌 네 속심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기야 알면 무엇하겠는가만 그래도 조금은 궁금한 것이 있을 법도 한데 어디서부터 묻고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는 너의 자존심마저 뭉개지고 고만고만한 조약돌이란 이름뿐이다.
냇가나 강변에 조약돌이 모여 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시달릴 대로 시달린 작은 돌멩이다. 깊은 산속에서부터 휩쓸려 수없이 부딪치면서 큰 돌이 쪼개지고 부서지고 깎이면서 모난 귀퉁이가 닳고 닳아 밋밋해지고 고만고만한 조약돌이 되었을 것이다. 크기가 자잘하고 모양이 동글동글한 돌이 조약돌로 예쁘장하게 생겼다. 동글납작한 돌을 주어들고 물위에 힘껏 내던지며 물수제비를 뜬다. 물위를 팔딱팔딱 딛고 참방참방 튕겨나간다. 초보는 몇 번 못가 어이없게 물속에 처박히고 약이 빠짝 올라 몇 번이고 내던져 본다. 누가 잘하나 내기에 시시덕거리면서 내던진 추억 속의 물가 돌팔매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