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도 안되서 잠이 깨서는 3시까지 잘 버틴다 했는데 잠시 잠의 나락으로 간 듯 찰라의 백일몽을 꿨다싶었는데 눈을 딱 뜨니 4시 47분! 4시부터 집마무리하고 아이들 깨워 준비시키고 5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는데 큰 일입니다.
부랴부랴 태균이부터 깨워서 샤워마무리하고, 완이는 아직 몸이 가벼우니 간단히 힘으로 끌어내서 화장실다녀오게 하고 서둘러 옷입혀 어둠을 뚫고 마당을 가로질러 일단 차에 앉혀놓고, 문제는 준이입니다. 안가! 싫어!하며 잠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준이를 힘으로 일어나게 할 수도 없거니와 힘을 쓴다고 일어날 리도 없습니다.
우선 이불부터 걷어내서 빨래통에 던져버리고 살살 달래는 정책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서둘러 입히는 바지하며 티셔츠를 순순히 입어줍니다. 우리는 모두 가버릴 것이라 했으니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잘 인지하는 듯 합니다. 더불어서 오늘 배타러 갈꺼라고 며칠 전부터 이야기해놓았으니 아 그게 오늘이구나! 정도의 생각은 들었을 겁니다.
오늘 배타는 것 알고, 태균이 어제 미리 보충제 각각 열흘치 자기것과 준이것 꼼꼼히 포장하는데 큰 일조를 했습니다. 태균이한테 넣으라고 하니 빠지는 것 하나없이 아주 열중해서 다 마무리할 때까지 참견하고 지켜봅니다. 태균이에게 보충제는 보물입니다. 어떤 보물도 이렇게 소중하게 다루지 않을 듯 합니다.
보충제 포장마치자 운동은 해야되지 않냐는 제스츄어에 모구리야영장을 갔습니다. 비는 그쳤으나 겨울 끝무렵의 음산하고 싸늘한 냉기가 엄습하는 날입니다. 옷깃을 자꾸 조이게 되는 날씨, 그래도 완이는 신나서 인라인을 탑니다. 너무 놀라운 것은 인라인을 신은 채 축구공을 다루는 실력! 완이형이 대성가능한 청소년 축구선수입니다. 완이도 멀쩡했다면 운동으로 한끗발 날릴 유전적 소질인데요...
너무 감탄해서 완이녀석 와락 안아주게 됩니다. 모구리야영장에서의 신나는 인라인도 어제가 마지막이니, 아쉬운 마음에 녀석과 함께 사진이라도 남겨봅니다. 제발 녀석이 이 사진달라고 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태균이, 엄마의 절반도 걷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걷거나 뛰거나 하면서 흉내는 충분히 냅니다. 조금만 더 열성적으로 해주면 뱃살도 상당부분 해결되련만 다시 돌아오면 작전을 잘 짜보아야 되겠습니다. 슈거프리 스프라이트는 보상물인데 슈거프리를 사면 스프라이트를 그렇게 좋아하는 완이가 먹질 않습니다. 제대로 설탕맛을 아는 모양입니다.
명절 전이라 완도행 배를 이용하는 승객도 차량도 만원입니다. 그래서 독방배정은 기대를 버렸는데 혹시나해서 선박담당자 (우리에게 너무 친절한 여자승무원)에게 문자를 보내보았더니 자기가 근무일이라고 걱정하지 말고 오랍니다. 그렇게 배정받게 된 독방... 오늘은 정말 승객이 많아 2등석 3등석 방마다 가득 사람인데 정말 염치없고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컵라면의 아침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이럴 때 먹는 컵라면이란... 여행길이 붙어있으니 더 꿀맛이고 더 탐닉하게 됩니다. 바쁜 와중에도 새벽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 두 줄에다 어제 쪄놓은 고구마까지 행복을 보태줍니다. 고구마는 훌륭한 완이의 선박 안에서의 아침식사였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한 일 투성이! 무사히 배에 승선했고 소소한 아침 행복을 나누었고, 자꾸 나가자고 보채는 완이에게 바다만 보여주면 금상첨화일 듯 합니다.
첫댓글 와~~바다를 바라보는 완이의 표정이 넘 즐거워 보입니다. 일년 사이 키도 훌쩍 큰듯 합니다.
순조로운 출발이니 여행 끝나고 돌아오실 때 까지 순조롭게 진행될것 같습니다.
안녕히 잘 다녀 오세요.🙏‼️🍒
마지막 사진 아이쿠 신나부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