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모른다
주인 내외가 손톱을 깎아 내버린 것을 쥐가 오랫동안 주워 먹고, 그 집 남편과 똑같이 생긴 사람으로 둔갑하여, 진짜 남편을 쫓아내고 부인과 함께 살았다.
억울하게 쫓겨난 남편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도사를 만나 그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부적과 고양이 한 마리를 주며 비법을 가르쳐 주었다. 진짜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도사가 시킨 대로 부적을 내보이니, 가짜 남편은 큰 쥐로 변하여 달아나려 했는데, 이를 본 고양이가 따라가 물어 죽였다.
그러자 진짜 남편이 부인에게 다가가, “쥐좆도 모르고 그놈과 관계하며 지냈느냐?”고 다그쳤다. 그래서 ‘쥐좆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는데, 이 말을 좀 점잖게 하기 위해 ‘쥐뿔도 모른다’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쥐뿔도 모른다’는 속담이 ‘쥐좆도 모른다’라는 말에서 왔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 또 ‘쥐뿔’도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쥐의 뿔[角]’을 이르는 말도 아니다. ‘쥐뿔’은 ‘쥐의 불’ 즉 ‘쥣불’이 발음상 굳어져 생긴 말이다. 곧 ‘쥣불’이 ‘쥐뿔’로 변형된 것이다. 이때의 ‘불’은 고환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겁결에 소리소리 지르며 뛰어가는 모양을 가리키는 속담에 ‘불 차인 중놈 달아나듯’이란 것이 있는데, 이 속담 속의 ‘불’이 곧 그런 뜻을 지닌 말이다. 이 ‘불’에 ‘알’이 합해져 ‘불알’이란 말이 생겨났다.
1938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에 ‘쥐뿔같다’는 말이 실려 있는데, 이는 ‘변변치 못한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란 뜻풀이와 함께 ‘쥐불알같다’와 같은 말이라 적혀 있다. 이를 봐도 ‘쥐뿔’이 ‘쥣불’의 굳어진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쥐뿔도 모른다’는 속담은 ‘쥐좆도 모른다’는 말의 변형이 아니라, ‘쥐의 불(알)’ 즉 ‘쥣불(쥐뿔)도 모른다’는 말에서 온 말이다. 쥐의 좆이나 쥐의 뿔과는 전혀 관계없는 말이다. 쥐의 불알은 매우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처럼 잘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지식을 가지고 아는 체하며 뽐내는 사람을 가리켜 그런 속담을 썼던 것이다. 이 말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점차 그러한 말의 뜻이 정확히 전승되지 못하고 잊히거나 왜곡되어, 사람들이 서두에서 보는 바와 같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쥐뿔도 모른다는 속담이, 쥐는 원래 뿔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비유해서 생긴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이 ‘불’에 대해서 몇 마디 첨가하고자 한다. ‘불’의 원말은 ‘붇’이다. 지금 방언에 ‘붇두덩’이란 말이 쓰이고 있는데, 이 말의 ‘붇’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말에는 ‘ㄷ’과 ‘ㄹ’이 서로 넘나드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일러 음운의 호전(互轉)현상이라 한다. 이러한 호전현상에 의하여 ‘붇’이 ‘불’로 변한 것이다.
이 말과 관련하여 ‘불씹장이’란 말에 대하여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 불씹장이는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녀추니, 어지자지, 고녀(睾女)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불씹장이는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씹장이란 말의 ‘불’이 ‘불(不)’의 뜻인 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불’은 ‘불(不)’이 아니라, ‘불(알)’의 뜻이다. 그러므로 ‘불씹장이’는 ‘씹 불(不)능자’가 아니라, ‘불(알)과 씹을 가진 장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