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속초시의 심각한 물 문제
갈수기에는 해안에 인접한 우물들이 마르고,
그 공간에 해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여름철이면 서청 앞에서 주부들이 물동이를 들고 시위(示威)를 했다.
속초시 재정으로는 양양 남대천에서 도수(導水)하여, 상수도 시설을 갖출 형편이 못 되었다.
급기야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미 국무성에서는 수리(水理)전문가인 칼라한을 파견했다.
정부는 카운터 파트로 허주를 지정했다.
우리는 여의도 공항에서, 세스나 2인승 비행기를 타고 속초로 향했다.
한강을 따라 저공비행하다가, 중간 지점인 원주 캠프 롱에서 급유를 하고, 미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속초 군용 비행장에 내리자, 속초시장이 나와 있었다.
인벤토리 스터디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 지역 지질은 그 지역 출신이 제일 잘 아는 법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맡으세요. 하고 떠나버렸다.
후진국이라고 깔보는 거야!
아니야. 물이 없으니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용빼가 재주가 없을 것이야!
수원 개발
태백산맥은 동쪽으로 치우쳐, 빗물이 서쪽으로 떨어지면, 천천히 서해로 흘러가지만, 동쪽에 떨어진 빗물은, 바로 동해로 빠져버린다.
청초천은 태백산맥의 미시령(826m)부근에서 발원하여, 학사평을 질러 노학동, 청학동을 지나 조양동에서 청초호로 들어간다.
그런데 단서가 하나 잡혔다.
척산온천(尺山溫泉) 조사에서, 화강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상부근에서 조개껍질이 붙어있는 퇴적암이 나왔다.
과거에 해안이었던 곳이, 융기한 지각변동의 흔적이다. 단층이다.
단층은 동쪽인 청초호까지 연장되었다.
척산온천과 청초호로 이어지는 단층선을 통해, 지하수맥(水脈)이 흐른다고 가정하고 조사해보니, 노학동과 청학동 논에서, 물방울이 솟아올랐다.
시추작업
7m쯤 들어가자, 갑자기 물기둥이 솟구쳤다.
지하수가 지진대를 따라 흐르다가, 치밀한 점토층(粘土層)에 막혀, 용출하지 못한데, 그 곳에 구멍을 뚫으니, 압력을 받은 물이 솟아오른 것이다.
주민들의 혜택
지하수라 겨울에는 따뜻하지만, 여름에는 수도관에 이슬이 맺힐 정도로 시원하다.
지하 심부에서 올라오는 물이니, 오염되지 않아, 염소 소독할 필요가 없다.
상수도와 달리 여과지, 침전지, 배수지가 필요 없다. 그러니 양수해서 그냥 가정으로 보내면 된다.
온천수가 식은 물이니, 수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량의 유황 성분은 피부를 보호하고, 불소성분은 충치를 예방한다.
하루 2500톤, 일만 드럼 이상이니, 한사람이 한 드럼씩을 쓴다 해도, 일만 명 이 사용할 수 있다.
청학동과 조양동 주민들은 신선들도 마시지 못한 물을, 마시고 밥도 짓고 목욕을 한다.
1968년도에 완공한 시설이, 지금도 물을 생산하고 있다. 수도료로 징수한 금액도 상당하리라.
몇 년 후에 문제가 생겼다.
수위가 갑자기 낮아져, 양정이 스트레이너 아래로 떨어졌다.
농경지 정비 공사로, 중장비를 동원해서 지하수를 가두고 있는, 불투수층을 걷어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수(揚水)로 인해, 공기가 같이 내려가, 양수기가 가동이 멈춘다.
구멍이 없는 블라인드 파이프를 더 깊이 설치해서, 공기 유입을 막았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속초시는, 조양동 일대를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전에는 관정을 설치할 때, 철판에 구멍을 뚫어 사용했다. 지하수는 년 중 13도, 철은 지하 물속에 쉽게 부식한다. 그래서 관정의 수명은 끝난다.
그래서 합성수지 파이프로 대체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속초시 상수도가 최초의 사례다.
스트레이너는 집수용(集水用) 천공관(穿孔管)
모범사례
당시 돈 76만원으로, 주민들의 물 문제를 해결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정부에서는 대한 뉴스로 영화를 만들어 홍보자료로 사용했다.
건설공무원훈련원에서는 지하수 개발 전 과정을 교재로 만들어 사용했다.
조시형 농림부장관
각하! 속초 관정은, 철판으로 만든 집수관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철판은 지하에서 쉽게 부식하니까요, 그러니 관정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래서 12mm의 PVC관을 사용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지하수개발공사 장춘권 사장
각하! PVC관이라니요? 박테리아가 먹어치운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겨울철에는 동파(冬破) 우려가 있고요.
허주
각하! 아닙니다. 만일 먹은 박테리아를 발견한다면 노벨상 감입니다.
지하수는 년 중 12-13도입니다. 집수관은 수중에서 오히려 안전합니다.
배석한 분
김종필 총리, 이후락 비서실장, 전유상 국회농림분과위원장, 왼쪽 허주
정부기록물 보관서 제공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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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eCzKDIXw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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