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챔피언으로 만드는 리더 경영자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지금 있는 직원들을 그대로 두면서도 업무능률을 200% 올릴 방법이 있다면 귀가 솔깃해진다.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면? 직장 내 인간관계나 다양한 의견차이로 골치 아픈 리더가 복잡한 문제를 자연스럽고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런 도움이 될 사람을 우리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고 부른다. 리즈 와이즈만이 쓴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는 멀티플라이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에는 사람을 더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가 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지성과 능력을 부활시키고 끌어낸다. 우리는 그들을 멀티플라이어라고 부른다. 멀티플라이어는 집단 지성 바이러스에 열광하는 조직을 만든다.” 부하직원들 중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용기 있는 결정이 필요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앤은 팀원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팀원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각 사람마다 어떤 일을 시켜야 회사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졌다. 피터가 능력을 발휘 한 것은 다름 아닌 앤의 탁월한 판단과 결정이었다.
반도체 장비와 OLED장비, 태양전지 제조장비 등을 통해 1조원 대 매출을 올리는 주성엔지니어링(주)의 황철주 대표는 멀티플라이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멀티플라이어다. 그는 직원들을 ‘선수(選手)’라고 부른다.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유대관계에서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그들이 챔피언이 되도록 도와주는 코치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이 사장의 위치에 있게 된 것은 모두 ‘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선수들이 머슴이 아니라 귀족이라고 강조한다. 이 회사는 일 년에 한두 번은 모든 직원들이 자기의 철학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업무 보고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창조를 위한 회의를 한다. ‘행복을 만드는 회사’라는 슬로건처럼, 팀원들로부터 좋은 생각이 나오면 회사 내에서 적극 적용하고 확산시킨다.
"삼고초려 끝에 일본인 코치를 선임했다. 병역문제로 잠적했던 박주영을 끌어냈다. 한국형 멀티플라이어 홍명보의 코칭이다."
정확히 10년 전, 우리나라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대표적인 멀티플라이어이다. 그는 자신의 권한을 대폭 나누어 체력훈련 담당 코치, 언론담당 홍보관, 상대팀 전력분석 전문가 등의 팀을 꾸려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게 했다. 본인은 선수들과 일일이 소통하되 전문가 팀이 만들어 낸 전력 극대화 방안을 선수들을 상대로 직접 적용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끌어냈다.
당시 주장으로 한국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홍명보 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멀티플라이어적인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소화했다. 2012년 한국축구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2 대 0으로 깔끔하게 물리치고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동메달획득을 이룬 홍 감독은 한국형 멀티플라이어의 모델이 될 만하다. 그는 삼고초려 끝에 일본인 트레이너 이케다 세이고를 선임했다. 선수들과는 ‘형님 리더십’으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과 공감하며 똘똘 뭉치게 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병역기피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다 잠적했던 박주영 선수를 끝내 기자회견장으로 불러낸 사람도 홍 감독이었다. 그는 결국 하나의 평범한 돌과 같았던 선수들을 국가의 영웅, 세계의 챔피언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느 회사의 부사장은 사무실 문에 “일하는데 필요하다면 나를 무시해도 좋습니다”라는 글귀를 붙여 놓았다. 이 짧은 말은 그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준다.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상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판단해서 효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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