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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
[입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학생부 종합전형’]
서울대학교는 2015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일명 ‘학생부’를 아래와 같이 평가한다고 공고하였다.
1) 서류평가
가) 평가자료: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학교소개자료 등 제출된 서류
나) 평가내용: 학업능력, 자기주도적 학업태도,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 지적 호기심 등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함
다) 평가방법: 다수의 평가자에 의한 다단계 종합평가
대입 전형 제도 중,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입학사정관제도’와 박근혜 정부의 ‘학생부 종합 전형’ 때문에 ‘학생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그런데 ‘학생부 종합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종합적으로 평가함’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즉, 평가 항목, 방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공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좋은 대학 못가면 인생 X된다.’라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불투명성은 대학 입시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많은 대입 수험생들이 내신 성적만 반영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는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될 때,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으로 교과 영역의 부족한 면을 만회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학생부 종합 전형’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 영역에서 뒤쳐진 학생이 비교과 영역으로 역전하여 합격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지원할 때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작은 희망을 주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불안감 속에서 고교 3년 동안 비교과 영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시행 이전에는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생부가 10쪽 정도였는데, 지금은 30쪽 정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고등학교에 널리 퍼져 있다.
학생부에 1가지라도 더, 1줄이라도 더 많은 기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학생부가 30쪽이 되려면 학생은 온갖 학교 교육 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교사는 온갖 교육 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
이로 인해 교육활동 보다 학생부 기록이 더 중요해지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학생부 기록을 위해 교육활동을 하는 경우조차 생기고 있다.
한편,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인해 고교평준화가 사실상 페지된 상황에서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교과(내신 성적) 영역이 뒤쳐지는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대학교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고교 3년 동안, 대학 입시에 대한 떨쳐버릴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스펙 쌓기를 하며,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교 3년과 대학 4년을 합쳐 최소 7년 동안 불안감에 시달린 사람에게 능동적이고,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의미를 알 수 없는 ‘종합적으로 평가함’ 때문에 만들어지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학생부의 주요 항목을 통해 살펴본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에 의거하여,
현재 고등학생의 학교생활세부사항기록부(학교생활기록부Ⅱ)에는 아래의 사항이 기록된다.
1. 인적사항
2. 학적사항
3. 출결상황
4. 수상경력
5.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6. 진로희망사항
7.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
8. 교과학습발달상황
9. 독서활동상황
10.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① 수상 경력
상을 몇 개나 받아야 대학입시에서 ‘수상 경력’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상을 1개라도 더 받기 위해 학생들은 애를 쓸 수밖에 없다.
교내에서 상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도 다른 학교 학생이 더 많은 수상경력이 있으면 자신이 평가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또한 *(자격증 취득 상황도 수상 경력)*과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② 봉사활동 실적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하위 항목인 ‘봉사활동 실적’ 또한 수상 경력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많은 실적을 쌓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연간 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 실적을 쌓아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게다가 대학들이 입시 요강에 공지한 적은 없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봉사활동 실적이 있어야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고등학교에 널리 퍼져 있어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③ 진로희망사항 및 진로활동
중학교 때 진로를 결정하고, 고등학교 때는 ‘진로희망사항’에 3년 동안 단 하나의 희망진로(직업)를 기록하고, 이를 위해 활동한 사항들을 진로활동에 기록하고, 이와 관련 있는 전공분야에 입시 지원서를 제출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서울대처럼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수준 이상의 공식적인 언급을 대학들이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진로희망사항이 변경된 학생들은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안해한다.
④ 독서활동상황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 독서활동의 내용(독서 관심분야, 독서 성향, 특이사항 등)을 학생부에 기록한다.
이 또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진로희망사항과 관련해서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 이력이 편협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학생부에 기록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어 학생들의 부담감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⑤ 동아리활동
‘정규교육과정 내 동아리활동’,
‘학교교육계획에 의한 자율동아리활동’,
‘학교교육계획 이외의 청소년단체활동’,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학교스포츠클럽활동’ 등을
자기 평가, 학생상호 평가, 교사 관찰, 포트폴리오 등의 방법으로 평가하여
(참여도, 협력도, 열성도, 특별한 활동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학생부에 입력한다고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4가지나 되는 동아리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없어 학생들은 불안하다. 게다가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수상 경력, 자격증, 독서활동)* 등이 진로희망사항과 유기적 연관성이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고등학교에 널리 퍼져 있어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⑥ 교과학습발달상황
숫자로 표시되는 교과 성적 이외에,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한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는 교과 관련 특기사항 및 교내경시대회, 방과후학교, 야간자율학습 등 학습 관련 교육 활동을 두루 기록하는데, 입시에서 학생들이 교육 활동에 능동적으로 성실히 참여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도 기록한다.
물론, 얼마나 참여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학생들은 각종 교육 활동이 실시 될 때마다, ‘참여하지 않아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으면,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 속에서 참여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