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선조 20)~1671(현종 12).
조선 중기의 문신·시조작가.
윤선도의 글씨/〈명가필보〉에서
정철·박인로와 더불어 조선 3대 시가인(詩歌人)의 한 사람으로, 서인(西人) 송시열에게 정치적으로 패해 유배생활을 했다.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해옹(海翁). 부정공(副正公) 유심(唯深)의 둘째 아들이었는데, 8세 때 백부인 관찰공(觀察公) 유기(唯幾)의 양자로 가서 해남윤씨의 대종(大宗)을 이었다. 11세부터 절에 들어가 학문연구에 몰두하여 26세 때 진사에 급제했다. 1616년(광해군 8) 이이첨의 난정(亂政)과 박승종·유희분의 망군(忘君)의 죄를 탄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를 당해, 경원(慶源)·기장(機張) 등지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 풀려났다. 고향인 해남에서 조용히 지내던 중 1628년(인조 6) 봉림(鳳林)·인평(麟坪) 두 대군의 사부가 되면서 인조의 신임을 얻어 호조좌랑에서부터 세자시강원문학(世子侍講院文學)에 이르기까지 주요요직을 맡았다. 그러나 조정 내 노론파의 질시가 심해져 1635년 고향에 돌아와 은거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가복(家僕) 수백 명을 배에 태워 강화로 떠났으나, 이미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남한산성을 향해 가다가 이번에는 환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을 등질 결심을 하고 뱃머리를 돌려 제주도로 향해 가던 중 보길도의 경치를 보고 반해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하고 여생을 마칠 곳으로 삼았다. 1638년 인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죄로 영덕(盈德)으로 유배를 당해 다음해 풀려났다. 보길도로 돌아와 정자를 짓고 시(詩)·가(歌)·무(舞)를 즐기며 살았으며, 효종이 즉위한 이래 여러 차례 부름이 있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무민거(無憫居)·정성당(靜成堂) 등 집을 짓고, 정자를 증축하며, 큰 못을 파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1659년 효종이 승하하자 산릉(山陵)문제와 조대비복제(趙大妃服制)문제가 대두되었다. 남인파인 윤선도는 송시열·송준길 등 노론파에 맞서 상소로써 항쟁했으나 과격하다고 하여 삼수(三水)로 유배를 당했다. 1667년(현종 9) 그의 나이 81세에 이르러 겨우 석방된 뒤 여생을 한적히 보내다가 1671년(현종 12) 낙서재(樂書齋)에서 세상을 마쳤다. 그는 성품이 강직하고 시비를 가림에 타협이 없어 자주 유배를 당했다. 한편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풍류인이기도 했다. 특히 그가 남긴 시조 75수는 국문학사상 시조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진다. 그의 시문집으로는 정조 15년에 왕의 특명으로 발간된 〈고산유고〉가 있다. 이 시문집의 하별집(下別集)에 시조 및 단가 75수가 〈산중신곡 山中新曲〉 18수, 〈산중속신곡 山中續新曲〉 2수, 기타 6수, 〈어부사시사 漁父四時詞〉 40수, 〈몽천요 夢天謠〉 5수, 〈우후요 雨後謠〉 1수 순서로 실려 전한다. 〈산중신곡〉 18수 가운데 〈오우가 五友歌〉는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을 읊은 시조로 널리 애송되었다. 〈어부사시사〉는 효종 때 부용동에 들어가 은거할 무렵에 지은 것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각각 10수씩 읊었다. 그의 시조는 시조의 일반적 주제인 자연과의 화합을 주제로 담았다. 우리말을 쉽고 간소하며 자연스럽게 구사하여 한국어의 예술적 가치를 발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숙종 때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추증되었다.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백과사전>
고산(孤山) 윤선도의 작품 윤선도 시비 /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지공원내
五友歌(오우가)
1642년(인조 20)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하면서 지었다 서사(序詞)에 해당하는 첫 수와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에 대한 각 1수씩으로 되어 있다.
둘째 수는 구름·바람과 비교하여 물의 그침 없음을 노래했다.
셋째 수는 꽃·풀과 비교하여 바위의 변함없음을 노래했다.
넷째 수는 꽃 피고 잎 지는 나무와 달리 눈서리를 모르는 소나무의 뿌리 깊음을 노래했다.
다섯째 수는 나무도 풀도 아니면서 곧고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의 푸르름을 노래했다.
여섯째 수는 작지만 밤에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춰주는 달의 말없음을 노래했다. 자연관찰을 통해 의미를 끄집어내고 그것을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과 연결해 생각하도록 언어화했다. 이 노래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덕목보다는 특별히 신하로서의 도리, 즉 충(忠)의 개념이 우선시되고 있다. 충의 지속성·불변성·강인성·절조성·불언성(不言性)을 자연물에 대입하여 윤선도의 충에 대한 의지와 정신을 대변했다. 조윤제가 "시조가 이까지 오면 갈 곳까지 다 갔다는 감이 있다"라고 극찬했던 이 시조는 윤선도의 시조 가운데서도 백미로 평가된다. 〈고산유고 孤山遺稿〉 권6 하권에 실려 있는
〈산중신곡 山中新曲〉의 1~6번째 수로 기록되어 전한다.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水> 구룸빗치 조타 하나 검기랄 자로 한다 바람 소래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난 믈뿐인가 하노라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난 닷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산 바회뿐인가 하노라
<松> 더우면 곳 피고 치우면 닙 디거 솔아 너난 얻디 눈서리랄 모라난다 九泉(구천)의 불희 고단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四時(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光明(공명)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 현대어 전문 풀이 [1]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물과 돌, 소나무와 대나무로다. 게다가 동쪽 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 더욱 반가운 일이로구나. 그만 두자, 이 다섯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2] 구름의 빛깔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게 들리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3]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져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르러지자 곧 누른 빛을 띠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4]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우면 나뭇잎은 떨어지는데,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에도 변함이 없는가? 그것으로 미루어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알겠노라.
[5]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6]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이해와 감상]
윤선도(尹善道)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표백하였다. 이는 고산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백미편(白眉篇)이다.
[서시] '오우가(五友歌)'의 서시로서, 초,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였다.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고유어의 조탁(彫琢)으로 잘 표현하였다. 작자의 동양적 체관(諦觀)을 발견할 수 있다.
[水] '오우가(五友歌)' 중 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이다.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可變的)이요 순간적(瞬間的)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永久的)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孤山)이 좋아하는 자연이 되고 있다.
[石] '오우가(五友歌)' 중 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超然)하고 달관한 군자의 모습이다.
[松] '오우가(五友歌)' 중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껴 찬양한 노래이다.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 열사(烈士)의 상징으로 여긴다. 여기에서도 절의의 상으로서의 소나무를 칭송하면서,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었다.
[竹] '오우가(五友歌)' 중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月] '오우가(五友歌)' 중 달(月)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 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다.
전남 해남 보길도 유물전시관 앞쪽의 고산 윤선도선생 시비 / 어부사시사가 계절별로 한수씩 새겨져 있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어부사시사는 1761년 윤선도가 자신이 은거하던 보길도를 배경으로 읊은 40수의 연시조이다. 이 작품의 구조는 상당히 정제되어 있으며 춘하추동 사계절의 각 계절에 따라 각 10수씩이며 계절의 변화에 따른 경물의 변화 내지 어부의 생활을 차례대로 형상화 하였다. 또 이 작품에 삽입되어 있는 여음은 배의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질서있게 보여준다. 춘사는 이른 봄에 고기잡이를 떠나는 광경을 동양화처럼 그렸으며, 하사는 소박한 어옹의 생활을 노래하고, 추사는 속세를 떠나 자연과 동화된 생활을 그렸으며, 동사는 은유를 사용하여 정계에 대한 작자의 근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 노래에서 겨울(동사)의 마지막 수는 단순히 동사의 끝이 아니라 노래 전체에서 반복되어 온 흥취를 강렬하고 도도하게 집약해 주어 가사의 결사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春詞 10수>------------------------------ (어부사시사 - 춘사1) 압 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해비칀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江村(강촌)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 <현대어 풀이>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뛰워라 배 뛰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내용 이해> 앞 개에는 안개가 걷히고, 뒷 산에는 해가 비친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썰물은 물러 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강촌에 피어 있는 온갖 꽃이 멀리서 바라볼수록 더욱 좋다. 봄 아침에 어부들이 고기잡이 배를 띄우고 강촌을 떠나가는 광경을 노래한 것이다. 앞 개에는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는 햇살이 비치며, 밤 사이의 조수(潮水)는 물러가고 밀물이 밀려 온다. 생기가 돌고 희망이 넘치는 분위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윽고 배가 바다로 밀려 나가자 멀리서 바라보이는, 온갖 꽃이 피어 있는 강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부사시사 - 춘사2) 날이 덥도다 물우희 고기떳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갈먹이 둘식 셋식 오락가락 하난고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낙대난 쥐여잇다 濁酒甁(탁주ㅅ병) 시럿나냐 <현대어 풀이>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내용 이해> 햇살이 퍼지니 날씨가 매우 덥구나. 물 위로 고기가 떠 오른다. 닻 들어라 닻을 들어라. 갈매기는 두 마리씩, 세 마리씩 한가로이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그덩 찌그덩 엇사, 낚싯대는 손에 쥐어져 있거니와, 탁줏병은 잊지 않고 배에다 실었느냐? (어부사시사 - 춘사3) 東風(동풍)이 건듣 부니 믉결이 고이 닌다 돋 다라라 돋 다라라 東湖(동호)랄 도라보며 西湖(서호)로 가쟈스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압뫼히 디나가고 뒫뫼히 나아온다 <현대어 풀이>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東湖를 돌아보며 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내용 이해> 봄바람이 갑자기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뒤로 사라지는 동쪽의 호수를 바라보며 서쪽 호수로 배를 저어 가자꾸나. 찌그덩 찌그덩 엇사,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아온다. 순풍(順風)에 돛을 달고 배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어부사시사 - 춘사4) 우난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漁村(어촌) 두어집이 냇속의 나락들락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말가한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나다 . <현대어 풀이>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내용 이해> 저쪽에서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그리고 저것은 푸른 버들숲인가? 배를 저어라, 어서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맑고 깊은 소에 온갖 고기가 기쁜 듯이 뛰놀고 있다. 뻐꾸기와 버들과 안개를 소재로 하여 봄 경치를 그림같이 그려 놓았다. 아득히 보이는 푸른 숲, 어디에서 들려 오는지 노곤한 뻐꾸기 소리. 배는 안개 속을 헤치고 지나간다. 물 속에는 고기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멀리 마을이 보일락 말락한다. 봄 경치에 몰입되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작가는 신선과 다름이 없다.
(어부사시사 - 춘사5) 고은 볕티 쬐얀난대 믉결이 기름갓다. 이어라 이어라 그믈을 주어두랴 낙시랄 노홀일가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濯纓歌(탁영가)의 與(흥)이 나니 고기도 니졸로다. <현대어 풀이> 고운 볕이 쬐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漁父歌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내용 이해> 고운 햇볕이 내리쬐여 수면은 기름이 어린 듯 아름답다. 배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이 좋은 때에 그물을 넣어 고기를 잡을 것인가? 낚싯대를 놓을 일인가? 찌그덩 찌그덩 엇사, 어부가 소리가 너무 흥겨워 고기잡이도 잊어버리겠구나. 따뜻한 봄볕은 내리쬐고 물은 고요히 잠자는 듯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을 것인가? 낚싯대나 드리워 소견(消遣)이나 할까? 너무나 정경이 좋아 어 부가를 신나게 부르고 있으니 그 흥취에 고기잡이하는 일도 잊어버리겠다. 본디 고산(孤山)의 낙(樂)은 많은 고기를 잡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즐기는 데 있다. 그러므로 고기잡이를 잊어버리겠다는 것은 풍류가 절정에 이른 기분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그저 '어부가'라 하지 않고 '탁영가(濯纓歌)'라고 한 것은, 굴원(屈原)의 어부사의 내용을 빌어 자신의 처신을 모두 세상의 청탁(淸濁)에 따라 살겠다는 뜻도 함축시킨 것이다.
(어부사시사 - 춘사6) 夕陽(셕양)의 빗겨시니 그만하여 도라가쟈 돋 디여라 돋 디여라 岸柳汀花(안류정화)난 고븨고븨 새롭고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엇더타 三公(삼공)을 불를소냐 만사를 생각하랴 <현대어 풀이>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정승도 부럽잖다 萬事를 생각하랴 <내용 이해> 석양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니 이제는 그만 놀고 돌아가자. 돛을 내려라. 돛을 내려라! 언덕의 수양버들, 물가에 핀 꽃이 이 굽이 저 굽이 새롭게 보이는구나! 찌그덩 찌그덩 엇사, 삼공의 부귀영화인들 부러워 할 바가 있겠는가? 세상 만사를 새삼 생각해서는 무엇하겠는가?
(어부사시사 - 춘사7) 芳草(방초)를 바라보며 蘭芷(난지)도 뜨더보쟈 배 셰여라 배 셰여라 一葉片舟(일엽편주)에 시른거시 무스것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두어라 갈제난 내뿐이오 올제난 달 뿐이로다 <현대어 풀이> 芳草를 밟아보며 蘭芷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내용 이해>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 따위도 손수 뜯어 보기로 하자. 배를 세워라, 배를 세워라. 한 조각의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찌그덩 찌그덩 엇사, 갈 적에는 연기나 안개 뿐이었는데, 올 적에는 밝은 달빛을 싣고 온다.
(어부사시사 - 춘사8) 醉(취)하야 누엇다가 여흘아래 나리거다 배 매여라 배 매여라 落紅(락홍)이 흘너오니 桃源(도원)이 갓갑도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人世紅塵 (인세홍진) 이 언매나 가렷나니 <현대어 풀이> 醉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神仙境이 가깝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내용 이해> 술에 취해서 누워 있자면 물살이 사나운 여울 아래로 흘러 내려 가도 모르겠다. 배를 잡아 매어라, 배를 잡아 매어라. 복사꽃잎이 떠내려 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도연명의 글에 나오는 무릉도원의 별천지가 가까운 것 같구나! 찌그덩 찌그덩 엇사, 인간계의 흙먼지가 얼마나 멀리 가리고 있는가?
(어부사시사 - 춘사9) 낙시줄 거더노코 봉창의 달을 보쟈 닫 디여라 닫디여라 하마 밤들거냐 子規(자규)소래 맑게난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두어라 남은 興(흥)이 無窮(무궁)하니 갈길흘 이젓뜻다
<현대어 풀이>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내용 이해> 낚시줄은 걷어 올리고 배뜸의 창구멍으로 밝은 달을 바라 보자.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멀리서 고요한 적막을 깨고 애닯은 두견새의 소리가 또렷이 들려 온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아직도 남은 흥취가 한이 없으니 그만 돌아 갈 길도 잊었구나! (어부사시사 - 춘사10) 來日(내일)이 또 업스랴 봄밤이 몃 덧 새리 배 브텨라 배 브텨라 낙대로 막대삼고 柴扉(시비)를 차쟈보자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두어라 漁父生涯(어부생애)난 이렁구러 지내노라
<현대어 풀이>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내용 이해> 아직도 흥겨움이 가시지는 않았으나, 내일이란 또 없겠는가? 봄밤이란 얼마 아니 가서 곧 샐 것이다. 배를 물가로 대어라. 어서 배를 대어라.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아 사랍문 달린 우리집을 찾아 가기로 하자. 찌그덩 찌그덩 엇사, 어부의 한 평생은 이렇게 보내게 될 것이겠다. ----------------------------<夏詞 10수>---------------------------- (어부사시사 - 하사1) 구즌비 머저가고 시낻믈이 맑아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낫대랄 두러메니 기픈 興(흥)을 禁(금) 못할되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煙江疊嶂(연강첩장)은 뉘라셔 그려런고 <현대어 풀이> 궂은 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산수의 경개를 그 누가 그려낸고
<내용 이해> 궂은 비는 멎으려 하고 흐렸던 물도 맑아 온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 메니 마음 속에 솟아오르는 깊은 흥겨움을 금할 수가 없구나. 찌그덩 찌그덩 엇사,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쌓인 봉우리, 이렇듯 아름다운 경치를 누가 그려 냈는가? 궂은 비는 멎고 시냇물도 맑아오는데 집안에만 있을 수 없다. 낚싯대를 둘러 메고 나서니 벌써 마음이 흥겨워진다. 마치 왕진경(王晋卿)이 그리고 소동파(蘇東坡)가 찬(讚)을 쓴 그 그림 같은 저 경치는 참으로 좋구나. 첫 여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낚시질을 나서는 어부의 흥취가 넘치고 있다.
(어부사시사 - 하사2) 년닙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靑蒻笠(청약립)은 써 잇노라 綠蓑衣(녹사의) 가져오나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無心(무심)한 白鷗(백구)난 내 좃난가 제 좃난가 <현대어 풀이> 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썼다마는 도롱이는 갖고 오냐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무심한 갈매기는 나를 쫓는가 저를 쫓는가 <내용 이해> 연 잎사귀에 밥을 싸고 반찬은 따로 장만하지 말아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 왔느냐? 찌그덩 찌그덩 엇사, 무심한 갈매기는 배의 앞뒤에서 날고 있으니 내가 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제가 나를 따라오고 있는 것인가? 배를 띄워서 바다로 나가는 모습이다. 고기를 잡으면 반찬이 될 것이므로 연잎에 밥만 싸가지고 나가는 것은 소박한 생활의 모습이리라. 바다로 나온 배의 전후에는 백구(白鷗)가 날고 있다. 그 백구는 이미 작가와 친구가 되어 정답게 속삭이며 흥겨워하고 있으니 백구가 나인지 내가 백구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주객 일체(主客一體)의 경지에서 그냥 흥겨울 뿐이다.
(어부사시사 - 하사3) 마람닙희 바람나니 봉窓(창)이 셔날코야 돋 다라라 돋 다라라 녀람버람 뎡할소냐 가난대로 배시켜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北浦南江(북포남강)이 어대아니 됴흘너니 <현대어 풀이> 마름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북쪽 개와 남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내용 이해> 마름잎에 고요한 바람이 일어나니 선창이 서늘하구나.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여름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만 불겠느냐? 바람 부는 대로 배가 가도록 버로 두어라. 찌그덩 찌그덩 엇사, 북쪽 바다나 남쪽의 강 어디를 간들 좋지 않겠느냐? 마람 잎에서 일어나는 바람, 그야말로 강상청풍(江上淸風)이다. 선창으로 바람이 불어오니 시원할 뿐만 아니라 돛을 달기에도 알맞다. 예측할 수 없는 여름 바람이라 배도 그 바람 따라 방향 없이 흘러갈 것이다. 애써 고기를 찾아 다니며 그것을 잡을 필요가 없는 풍류 생활이고 보니 아무 덴들 관계 있겠는가? 청풍에 돛을 달고, 봉창으로 스며드는 바람을 가슴 가득히 안으며, 여름의 바다 위를 시원하게 떠 다니는 유유자적이 독자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
(어부사시사 - 추사4) 기러기 떳난 밧긔 못보던 뫼 배난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取(취)한거시 이 興(흥)이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夕陽(석양)이 바애니 千山(천산)이 錦繡(금수)로다 <현대어 풀이>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강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석양이 눈부시니 많은 산이 금수 놓였다 <낱말 풀이> 배나고야 : 보이는구나. 바애니 : 눈부시게 비치니. <내용 이해> 기러기가 떠 있는 저 멀리로 이제껏 보지 못하던 산이 보이는구나. 배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이렇게 못 보던 새로운 경치를 보는 일이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저녁놀이 눈부시게 비치니 단풍이 곱게 물든 산들이 수놓은 비단같이 곱구나. 배 안에서 흘러가는 먼 경치를 바라보는 흥취를 노래하고 있다. 어부 아닌 어부인 작가에게는 고기보다 경치에만 넋이 쏠려 있는 것이다. 붉게 물든 단풍이 찬란한데 저녁놀이 비치니 이것은 분명 비단을 둘러친 것만 같다.
(어부사시사 - 추사5) 銀唇玉尺(은순옥척) 이몃치나 걸년나니 이어라 이어라 蘆花(로화)에 불부러 갈해여 구어노코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질병을 거우러로혀 박국이에 부어다고. <현대어 풀이> 크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어부사시사 - 추사6) 녑바람 고이분이 달은돗게 돌아왓다 돋 디여라 돋 디여라 瞑色(명색)은 나아오되 淸興(청홍)이 멀어잇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어인지 紅樹淸江(홍수청강)이 슬믜지도 아녜라 <현대어 풀이>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어부사시사 - 추사7) 흰이슬 빗겨난대 밝은달 도다온다 배 셰여라 배 셰여라 鳳凰樓(봉황루) 渺然(묘연)하니 淸光(청광)을 눌을줄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어듸셔 玉(옥)토의 찐난藥(약)을 豪客(호객)을 먹이고쟈 <현대어 풀이>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를 줄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快男兒에 먹이고저
(어부사시사 - 추사8) 乾坤(건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듸메오 배 매여라 배 매여라 서풍진 못미츠니 부체하야 무엇하리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두어라 드른말이 업서시니 귀씨셔 무엇하리 <현대어 풀이>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어부사시사 - 추사9) 옷우희 서리 오대 치운 줄을 모랄로다 닫 디여라 닫 디여라 釣船(조선)이 좁다 하나 浮世(부세)와 얻더하니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내일도 이러 하고 모뢰도 이러하쟈 <현대어 풀이>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낱말 풀이> 釣船(조선) : 낚시질하는 배. 浮世(부세) : 뜬 세상. 속세. 진세(塵世). 이리하쟈 : 이렇게 지내자 <내용 이해> 옷 위에 서리가 내리지만 추운 줄을 모르겠다.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고기잡이 배가 좁다 하나 뜬 세상과 비하면 어떠한가? 찌그덩 찌그덩 엇사,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지내야 겠다. 가을 밤 강 위에서 서리에 옷을 적시면서 닻을 내리고 배 안에서 밤을 새우는 것이다. 배 안이 좁다 하나 시비 곡절이 많은 부세(浮世)보다는 낫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배 안에서 밤을 보내려는 것이다. '길사비추(吉士悲秋 : 길사는 가을을 슬퍼한다)'라는 말과 같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던 고산도 가을이 되면서 비회(悲懷)를 가슴에 품지 않을 수 없었는 듯하다. 불우한 정객의 현실도피적이고 절망적인 심정을 엿볼 수가 있다. (어부사시사 - 추사10) 松間石室(송간석실)의 가 曉月(효월)을 보쟈하니 배 브텨라 배 브텨라 空山落葉(공산락엽)의 길흘 엇지 아라볼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白雲이 조차오니 女蘿衣(녀라의) 무겁고야 <현대어 풀이>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空山 落葉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冬詞 10수>---------------------------- (어부사시사 - 동사1) 구룸 거둔 후의 핻빋치 두텁거다. 배 떠라 배 떠라 天地閉塞(천지폐색)호대 바다흔 依舊(의구)하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가업슨 믉결이 깁편 닷하여 잇다. <현대어 풀이>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내용 이해> 구름 걷은 후에 햇빛이 두텁게 비쳐 따뜻하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온 세상이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으나 바다만은 변함이 없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끝없는 물결은 비단을 펴 놓은 듯 아름답구나. 세상이 다 얼어 붙었으나 바다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배를 띄울 수는 없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따뜻이 비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날 배를 띄우고 바다에 나가면 수면은 마치 비단을 펴 놓은 듯 아름답게 보인다. 겨울 바다의 정경을 찬미한 노래다.
(어부사시사 - 동사2) 주대도 다슬이고 뱃밥을 박앗는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瀟湘洞庭(쇼샹동뎡)은 그물이 언다한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암아도 잇때 漁釣(어됴)야 이만한듸 잇시랴. <현대어 풀이>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瀟湘江 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어부사시사 - 동사3)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해 다 갇나니 돋 다라라 돋 다라라 져근덛 낱 도흔제 바탕의 나가 보쟈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밋기 곳다오면 굴근고기 믄다 한다. <현대어 풀이> 얕은 개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내용 이해> 얕은 개[浦]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 좋을 때 일터(바다)에 나가보자. 찌그덩 찌그덩 엇사, 미끼가 좋으면 굵은 고기가 문다 한다.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얕은 개에 나와 있던 고기들은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랬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찾아가서 좋은 낚시밥을 던지면 겨울 동안 자란 굵은 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한다. 겨울의 고기잡이 요령을 잘 나타내었다.
(어부사시사 - 동사4) 간밤의 눈 갠 後(후)에 景物(경물)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난 萬頃琉璃(만경유리) 뒤희난 千疊玉山(천첩옥산)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仙界(선계)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현대어 풀이> 간 밤에 눈 갠 후에 景物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仙界인가 佛界인가 人間界인가 아니로다 <내용 이해> 지난 밤에 눈이 개니 경치와 물색이 판이하게 달라졌구나. 배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앞에 바라보이는 것은 유리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요, 뒤에 보이는 것은 하얀 눈에 덮여 마치 구슬로 이루어 놓은 것 같은 산이다. 이 아름다운 경치, 여기는 신선들이 사는 곳인가? 아니면 부처님이 계시는 깨끗한 땅인가? 아무튼 사람이 사는 속세 같지는 않구나. 겨울이 깊어가니 고기잡이는 할 수 없지만 강촌의 설경이 아름답기 이를 데가 없다. 푸른 바다와 흰 산이 대조되는 이 곳, 만물이 깨끗한 눈 속에 쌓였으니 이는 곧 선경이요, 정토(淨土)임이 틀림없다.
(어부사시사 - 동사5) 금을 낙씨두고 뱃때를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압내를 건너봇야 몃番(번)인아 혜여본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어듸셔 無端(무단)한 된바람이 행여 안이 불어올까 <현대어 풀이>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어부사시사 - 동사6) 날아가는 가마괴들이 몃친아 지나건이 돋 디여라 돋 디여라 압낄이 어두온이 暮雪(모셜)이 자자졌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뉘라셔 그 죠흔 鵝鴨池(아압디)에 草本苦(초참목)을 쌋건이 <현대어 풀이> 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꽉 차 있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거위떼를 누가 쳐서 (자취)를 씻었던가
(어부사시사 - 동사7) 丹崖翠壁(단애취벽)이 畵屛(화병)갓치 둘너난듸 배 셰여라 배 셰여라 巨口細鱗(거구셰린)을 낫그나 못낫그나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孤舟蓑笠(고주사랍)에 興(흥)겨워 안잣노라 <현대어 풀이>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났으나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않았노라
(어부사시사 - 동사8) 믉가의 외로온 솔 혼자 어이 싁싁한고 배 매여라 배 매여라 머흔 구룸 恨(한)티 마라 世上(세상)을 가리온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波浪聲(파랑성)을 厭(염)티 마라 塵喧(진훤)을 막난 또다. <현대어 풀이>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 마라 인간세상 가린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내용 이해> 물가에 외로히 서 있는 저 소나무는 어찌해서 저렇게 씩씩한가? 배를 매어라 배를 매어라. 험한 구름이 몰려온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그 구름이 티끌에 뒤덮인 인간 세계를 가리어 주는 것이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파도치는 소리를 싫어하지 말아라. 그 소리가 속세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막아 주는 것이다. 물가에 서 있는 씩씩한 고송(孤松)은 작가 스스로를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세상에 나가기 싫고 행여나 속세의 잡음이 들릴까봐 염려가 되는 작가는 험한 구름이 그것을 가리워 준다 하였고, 파도 소리가 그것을 막아 준다고 자신의 분신(分身)인 소나무에게 타일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초연(超然)한 가운데 소나무와 같이 씩씩하게 살고 싶다고 자존자과(自尊自誇)하고 있는 것이다.
(어부사시사 - 동사9) 滄洲(창주)에 울이道(도)를 녜붓터 닐럿는이 닫 디여라 닫 디여라 七里(칠리)여흘 羊皮(양피)는 긔 엇더 하니런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모름이 三千六百(삼천륙백) 낙씨는 손곱을쩨 어잇턴고 <현대어 풀이> 滄洲가 우리 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七里灘에 양가죽 입고 지낸 嚴子陵은 어떻던고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어부사시사 - 동사10) 어화 졈을어간다 偃息(연식)이 맛당토다. 배 브텨라 배 브텨라 갇은눈 뿔인길해 興(흥)침여 돌아와셔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西峰(셔봉)에 달넘어 가도록 松窓(송창)에 빗겨잇노라. <현대어 풀이>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눈달이 西山에 넘도록 松窓을 기대어 있자
- 고산유고(孤山遺稿) /윤선도(尹善道) - 윤선도 고택 / 녹우당
木槿 (목근) 甲日花無乙日輝 갑일화무을일휘 一花羞向兩朝輝 일화수향양조휘 葵傾日日如馮道 규경일일여풍도 誰辨千秋似是非 수변천추사시비 무궁화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보기가 부끄러워서이다. 날마다 새 해님 향해 고개 숙이는 해바라기만 있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구 있어 분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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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이런 무궁화를 중국 사람들은 조개모락화 (朝開暮落花, 하룻영화꽃)라고 낮추어 부르고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무궁화는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보기가 부끄러워서 오늘 피었다가 오늘 진다’고 해석한다. 무궁화는 오로지 한 태양에게만 충성하는 꽃이라고 칭송한다. 이에 반하여 일편단심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해바라기는 오늘 핀 꽃으로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새로 떠오르는 해에게 인사하는 꽃이다. 마치 혼란했던 중국 5대(五代:907~960)시대에 5개의 나라에서 10명 이상의 황제를 모신 풍도(馮道)처럼. 그러니 무궁화가 참꽃인지 해바라기가 참꽃인지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야 할 것이다.
윤선도는 효종임금을 위하여 평생 충성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조정에서 간신배라고 비방을 받았으며 성품이 강직하여 자주 유배를 당하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인 그는 완도 보길도에서 ‘어부사시사’ ‘오우가’ 시조 등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여생을 마쳤다. 고산의 이 시는 무궁화, 해바라기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단번에 반전시켜주는 명시(名詩)이다.
견회요(遣懷謠)
슬프나 즐거오나 옳다 하나 외다 하나 내 몸의 해올 일만 닦고 닦을 뿐이언정 그 밧긔 여남은 일이야 분별(分別)할 줄 이시랴
내 일 망녕된 줄 내라 하여 모랄 손가 이 마음 어리기도 님 위한 탓이로세 아뫼 아무리 일러도 임이 혜여 보소서
추성(秋城) 진호루(鎭胡樓) 밧긔 울어 예는 저 시내야 무음 호리라 주야(晝夜)에 흐르는다 님 향한 내 뜻을 조차 그칠 뉘를 모르나다
뫼흔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고 어버이 그린 뜻은 많고 많고 하고 하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 울고 가느니
어버이 그릴 줄을 처엄부터 알아마는 님군 향한 뜻도 하날이 삼겨시니 진실로 님군을 잊으면 긔 불효(不孝)인가 여기노라.
<고산 유고(孤山遺稿)에서>
전문 풀이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 하나, 그르다 하나 내 몸의 할 일만 닦고 닦을 뿐이로다. 그 밖의 다른 일이야 생각하거나 근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의 일이 잘못된 것인 줄 나라고 하여 모르겠는가? 이 마음 어리석은 것도 모두가 임(임금)을 위한 탓이로구나. 아무개도 아무리 헐뜯더라도 임께서 헤아려 주십시오.
경원성 진호루 밖에 울며 흐르는 저 시냇물아! 무엇하러 밤낮으로 그칠 줄 모르고 흐르는가? 임 향한 내 뜻을 따라 그칠 줄을 모르는가?
산은 끝없이 길게길게 이어져 있고, 물은 멀리 굽이굽이 이어져 있구나. 부모님 그리운 뜻은 많기도 많다. 어디서 처량한 외기러기는 울어울어 나의 마음을 구슬프게 하는가?
어버이 그리워할 줄을 처음부터 알았지마는 임금 향한 뜻은 하늘이 만드셨으니 진실로 임금을 잊으면 그것이 불효인가 하노라.
작품 해설
고산(孤山)은 치열한 당쟁으로 평생을 거의 유배지에서 보냈다.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함께 조선 시가 문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문집으로 ‘고산 유고(孤山遺稿)‘가 있다. ‘견회요’ 5수 중 첫째 연은 특히 고산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 주는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이야 어떻게 말하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강직한 성격,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정의감, 이것은 올바르고 굳센 가치관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할 일만 하면 그뿐, 뒤에 귀양을 가건 죽음을 당하건 알 바 없다는 고산의 도도하고 강직한 태도는 혼탁(混濁)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다. 한편, 넷째 연에서는 고산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데, 유배지에서 고향에 두고 온 어버이를 그리는 정이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셋째 수에서 ‘현실적인 것’이 밤낮으로 울면서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이상적인 것’은 임금님을 향한 충성심이 강렬하다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전자와 후자 사이에 대립적인 요소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전자는 근원적으로 현실 부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 하면, 현실에서의 부조화를 그대로 반영한 ‘울어 예는’ 시냇물은 임 향한 내 뜻과 합일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수에서 ‘현실적인 것’이 어버이에 대한 효심을 발휘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라면, ‘이상적인 것’은 어버이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다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은 추구될 수 없고 슬픔과 고독감만 가중될 뿐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이런 양면성을 이 부분은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현실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이 영원히 상충되고 모순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하나의 비장미를 형성시켰다고 하겠다.
윤선도 유적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용동 고산 윤선도유적 고산이 보길도에 오게된것은 1637년 병자호란직후로 은둔을 목적으로 제주로 향하던 중 잠시들렸다가 보길도의 산세에 반하여 제주행을 포기하고 보길도에 정착하여 조성하여놓은 유적을 통털어 부용동 원림이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적 세연정외 4개소가 있다. 보길도는 섬전체가 배로 접근하기 어려운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판에 분지가 있어서 사람이 칩거하기 좋다. 고산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렸는데 이것이 진도와 고금도에 있었으므로 이곳 보길도는 위치상으로 본가가 있는 해남과 자신의 경제적기반이 되는 간척지인 진도 고금도의 중심에 자리한다
세연정 유적
세연정 유적
세연정 안내판 / 곡수당 및 기타 유적들은 복원중임
세연정 조감도
동대 안내판
동대 / 어부사시사와 오우가을 부르며 춤을 추던 곳
판석보 안내문
판석보
연못
서대안내문
서대 / 무희들이 어부사시사을 부르면서 춤을 춘 곳
회수담 안내문
회수담
사투암 안내문
비홍교 안내문
비홍교
세연정 정자안내문
세연정 현판
혹약암 안내문
혹약암
<사진출처: tnsdodi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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