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문학상 심사평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경화 시인은 <세월의 흔적은 강물처럼>, <바람 속의 댓잎>, <침묵의 메아리>에 이어 <언덕배기 하얀꽃> 등의 시집을 낸 밀양의 대표적 서정시인입니다.
최경화 시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시의 전통적 서정이 바탕이 된 절제된 일상의 언어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성이 지나치게 도외시되고 있는 한국시의 현실 속에서 최경화 시인의 시적 태도는 참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산문시가 유행처럼 번져 시정신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 현실로 볼 때, 최경화 시인이 견지하고 있는 전통적 시형식과, 서정적 시정신은 오늘 한국시단의 큰 귀감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최 시인은 슬픔의 정화라는 서정적 전통의 자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교에 기반한,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 즉 바이오필리아를 노래해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연을 통한 시적 발견, 즉 토포필리아에 주로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고산 윤선도의 시정신을 이어받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적 삶의 숭고함과 자연과 일상의 모습을 심미안적으로 보여준 최경화 시인의 시는 우리 삶의 원초적 슬픔에서 빚어진 서정의 가락이며, 생명의 빛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는 인간의 소박한 마음과 불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언제나 모성과 불성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그녀의 시에 어린 소소한 일상의 서민적 눈물 같은, 부처님의 부드러운 미소 같은, 어머니의 그윽한 눈길 같은, 가을 하늘 따스한 햇살 같은 측은지심의 휴머니즘을 높게 평가합니다.
윤선도문학상을 수상한 최경화 시인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서, 시인의 삶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래서 그녀의 시가 더욱 고고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