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
[홍대의 추억]
한때 미술 학도가 되려 했었다.
사촌형은 화가였는데, 종로 뒤쪽 형의 화실에 가끔 놀러가곤 했다. 형한테 미술 레슨을 받던 여학생 하나 소개받을까 하는 흑심을 품고.
어느날 비너스(석고상)를 한 번 그려보라고 연필을 형이 주길래, 자신 반 의심 반의 심정으로 열심히 그렸는데, 다 그려놓고 보니 좀 창피했다. 자신감은 쑥 들어가버렸고 착각했다는 의심만 커졌던 기억이 스믈스믈 피어난다.
사촌형의 절친을 교생 실습을 나갔던 학교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그 형 때문에 한 달 금연했던 게 도로아미타불 됐다. 둘만 남은 휴게실에서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형이 담배를 웃으며 권하는데 차마 거절을 못했다.
그 형이 자기 학교로 꼭 한 번 놀러오라고 해서 홍대에 놀러갔다. 그리고 거기서 난 천국을 봤다. 최소한으로 생각해도 낙원이다.
이쁘디 이쁜 여학생들이 쉴새 없이 다가와서 형~ 형~ 하며 한참 수다 떨고 애교를 부리다 간다. 아마도 형은 그들의 우상이었나 보다.
사촌형은 유화를 전공했는데, 이 형은 수채화 전공이다. 벽 전체에 전지를 수십장 이어 붙이고 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마치 살아 움직있는 것 같은 수백 마리의 새들은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형이 날 진짜 좋아했는 지 나올 때 수채화 그림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곤 후배들과 저녁 술 약속이 잡혔는데 나보고 같이 가잔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좀전까지 황홀해 하며 바라봤던 여학생들이 모두 올거라 하니까.
종로 뒤편에 있는 술집으로 왁자지껄 전부들 모였다. 나는 무척 신이 났다. 마음이 붕 뜬 상태에서 누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할까 요리조리 고민을 하면서. 내 눈엔 모두들 이뻤으니까.
그런데 아차!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쁜 여학생들과의 미래를 상상하고 또 술이 과해지니 꽤 흥분했던 것 같다. 형이 선물로 준 그림이 나도 모르게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의 흙이 전지에 뭍었고, 이를 본 형의 눈에 불꽃이 이는 게 보였다. 그땐 그 형이 왜 그렇게 화났는 지 몰랐는데 지금은 좀 알 것 같다. 그 그림은 형의 분신과도 같았으니..
그때 술집에서 어떻게 파했는 지 모르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그 형과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그 그림같던 여신들도 함께 사라졌다. 오늘 갑자기 그 형이 생각난다. 그때의 그 여신들도..
kjm_ 2022.10.25 20:26
2. 2022년
[앞으로의 30년] (1)
(1) 금융치료와 치과치료 ㅡ 리즈 트러스와 김진태
<앞으로의 30년>을 차분히 계획했는데, 갑자기 스케쥴이 엉망이 된 느낌입니다. 오늘 중 두 가지를 짚어 보겠는데, 그 첫 번째입니다.
오래전 충치가 생겨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지인' 한 분이 치료비가 싸다며 소개한 곳이 있었다.
그런데 치과병원이 아니라, 치과 기공사가 야매로 하는 곳으로, 40만 원 비용을 25만 원에 해준다고 해서 갔는데,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오면 씌워주기만 할 수 있다고. 어쨌든~
본을 뜨고, 다음번 씌우러 갔을 때, 치아 윗쪽에 아주아주 작은 까만 점이 하나 눈에 띄었다. 기공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보고 들은 풍월이 있어서인지 마침 기계도 있으니 그 까만 점을 기계로 갈아내려 했다. 우습게 본 거다.
바늘구멍만한 까만 점 하나를 파내려다보니 점점 더 깊게 파내려가게 됐고 밑으로 갈수록 점점 더 넓어져갔다. 기공사의 자신없어하는 당황한 얼굴 표정이 흘낏 보였다. 마치 빙산의 한 조각을 보고 없애려 했다가 그 밑의 거대한 얼음산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듯.
윤석열이 윤석열사단의 막내검사였던 이복현을 금감원장에 앉히면서, 금융 사건 수사를 많이 해봐서 금융을 잘 아는 전문가라고 칭찬했던 기억이 새롭다.
검사출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까짓 전임자인 최문순 전 시장의 레고 사업 하나 내가 어쩌지 못할 것 같애 하면서 회사채 만기 연장 신청을 거절하고 회생절차를 밟게 해서 결국 부도를 내게 하면서 부린 만용 역시도 그런 셈이다. 결국 2,050억 부도가 3,000조 규모의 채권시장을 크게 뒤흔들 줄은 몰랐던 거다.
제2의 대처가 되겠다며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놨던 트러스 영국 전 총리는 시장의 반발이 심하자 5%만 양보해 후퇴했다가 파운드화 대폭락 사태를 맞고, 결국 감세정책을 전부 취소하며, 총리직을 44일만에 사퇴하고만 일도 다르지 않다.
치아 겉표면에 나타난 까만 점 하나는 누구라도 식안 구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까지 들여다보는 능력은 치과의 전문가 뿐이다. "디테일 속에 악마가 숨어있다"라고 한다면 그 디테일까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가.
윤석열 정부 안에는 치과의 같은 전문가는 전혀 없고 기공사들만 난무한다. 국방, 외교, 정치, 경제, 금융, 환경, 교육, 언론, 보건, 복지, 노동 등 전영역에 걸쳐서 그렇다.
이른바 검사들과 검사 출신들로 이루어지고, 한편으로 '지인' 소개로 이루어진 대통령실과 김건희 주변 사람들 가운데는 전문가가 없다. 치과 병원에 비뇨기과 의사를 데려다 놓고 전문가라고 말하는 지경이다. 기공사를 치과의라고 우기는 지경이다.
1991년부터 시작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지난 30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정반대의 방향이 될 것인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기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나라가 매우 위태롭다.
다음 (2)는 파월 의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점심 먹고 쓰겠습니다.
3. 2022년
[오늘의 명언] ㅡ 검찰의 폭주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1,000m 달리기 경주인데,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듯 폭주하고 있다.
곧 지쳐서 고꾸라져 쓰러지게 되어 있다.
4. 2021년
열린공감TV의 극한취재 [특종]..!!
1.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에 관련해서
ㆍ검찰 수사의 전제는?
ㆍ레거시언론 보도의 전제는?
ㆍ국짐당의 특검 주장 전제는?
2. 수사와 보도와 특검의 전제는, 전제임과 동시에 목표(목적)라는 것.
3. 대장동 사건의 수사와 보도는, "기우제식" 수사와 보도로서, 이리저리 끝없이 뒤지고 끝까지 파서, "이재명"이란 이름이 나와야 수사도 보도도 끝난다는 것!
4. 그런데 이상한 일은..!
1) 천화동인 3호 김명옥씨를 취재하다보니 그 끝에 "윤석열(부친)"이 등장한다는 것.
2) 화천대유의 전주를 찾아서 취재하다보니, SK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기원 이사장을 거치고, 다시 화천대유 개발사업의 종잣돈 400억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명동시장 A급사채업자 정찬성을 거쳐서, 또다시 그 끝에는 "윤석열"이 등장한다는 것.
5. 검찰은 이미 정찬성씨를 조사해갔다는데 거기서 멈췄다는 것.
6. 검찰과 언론은 끝까지 "배임"만 쫓아다닌다는 것.
7. 국짐당은 끝없이 "특검"만을 고집한다는 것.
8. 특검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인가, 은폐시키기 위해서인가?
9. 대장동 사건의 끝에서 볼 수 있었던 얼굴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었는데..!!!!
5. 2020년
《시》
가을, 秋
긴 소매에 너를 달고
살았으면 좋겠다
낮아지는 어깨선은
너를 기대게 하려나보다
별 보며 서두르는 말
사랑.해!
별 헤며 지르는 가슴
셀 수 없을 만큼
있잖아 너 가고 나면 난
수많은 하루를 견뎌야 해
지고 피는 꽃들도
자기 자리는 알거거든
오롯이 묻은 이 가을이
꼭 너여야만 해
kjm
"북한산 둘레길" 사진. 문병율
6. 2019년
《시》
남은 사랑
남은 사랑 줄 곳을 못 찾고
남은 여생 머물 곳이 불안하고
남은 청춘 불사를 곳이 마땅찮고
남길 것 하나 없이 회한만 가득하다
나 이제, 떠나려 하는데
흔적만 남더라도 기억 하나만 있으면
kjm
"무제" 사진. 이대남
K / 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