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과 두어 달 전에도 천등산에 올랐다.
산정 아래 주차장까지만 갔다.
그때는 버스를 타고 풍양면 사동 마을에서 내려 걸어올라갔다.
오랜만에 우리마을 뒷산으로 해서 천등산에 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간 지 5년이 훨씬 넘었다.
한때는 거의 날마다 막걸리병을 들고 등산을 했다.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5시간이 걸렸다.
다소 힘든 여정이었고, 드문드문 잡초가 자란, 생길이나 다름없는 산길이 있었다.
그래서 잘 가지 않았다.
<도화면 소재지 - 동오치 저수지 - 우마장산 - 오치 음성(陰城) - 안장바위 - 천등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였다.
도화면사무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등산을 시작했다.
주말에 면사무소를 바라보는 기분은 평일과는 참 색다르다.
뭐랄까, 운치가 있고, 안온하다.
도화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다.
.
매일 보는 건물이라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5분쯤 걷자 동오치 저수지가 나타났다.
등산이 아닌, 산책 코스이기도 해서 매일같이 보는 풍경이다.
저수지를 지나면 <뱀골>로 접어든다.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등산이 아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은 감히 올라갈 엄두를 못 낸다.
천등산까지 가는 유일한 난코스다.
하지만 생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뱀골을 넘어 우마장산(해발 342미터)까지 왔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모습이다.
멀리 거금도가 보인다.
일단 여기까지는 운동삼아 자주 올라온다.
한 달 전에도 왔다.
이곳에 오면 초등학교 때 염소를 찾으러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천등산까지 거리상으로 3분의 1 지점이지만 팔부능선을 넘었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산길만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산길은 돌무더기를 따라 얼마쯤 이어진다.
오늘 등산의 하이라이트 음성(陰城)이 나타난 것이다.
고려시대 원나라 간섭기 때 소와 말을 키우기 위해 쌓은 성벽이다.
주변 일대가 왜 우마장산(牛馬墻山)인지 알 수 있는 증거물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음성은 폭삭 무너져 내렸다.
이곳에서 사육된 소와 말은 주변 포구를 통해 제주도로 보내졌다.
여기저기 흩어진 돌무더기를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가버린 느낌이다.
이 많은 돌들을 어디서 가져왔고, 또 어떻게 날랐을까?
성의 관리는 몽골 사람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끝도없이 펼쳐본다.
<음성>을 벗어나자 멀리 안장바위가 보인다.
천등산까지 절반 정도 남았다.
다도해 풍광은 절정을 이룬다
굴곡없는 산등성이를 계속 탔다.
안장바위 가까이 왔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천등산 정상이 눈앞에 있다.
정상 아래 주차장까지 왔다.
겨울 천등산의 모습은 그저 황량해 보였다.
민둥산을 보는 기분이랄까.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 그리웠다.
아쉽게도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사실, 너무 힘이 들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임도를 타고 하산했다.
첫댓글 귀한사진과글 잘 보고 갑니다~
사진이 너무 흐리게 나와서 글을 올릴까 말까 망설였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녘(도화) 반갑습니다
저두도화신기출신입니다
어릴적 저위에 친구들과
가끔이맘때쯤
놀러다녔죠
@별마미 (도화) 그러시군요. 사실 저는 천등산보다 우마장산이 더 좋더군요.
@들녘(도화) 우마장산은 어디에 있는건가요^^
@자애(도화) 도화면 당오리, 신호리, 가화리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네이버에 <우마장산> 검색하면 자세한 지도 볼 수 있어요.
@들녘(도화) 고맙습니다^^
저도 이번주 천등산 등산갑니다.
운동하기 딱 좋은 산 같아요.
다른산은 인적도 없고 산돼지도 무섭고요
와우 ~~~ 천등산 가끔 가 보지만
멋지군요.
다녀왔던 길이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