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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역시 시진핑(習近平)주석과 마찬가지로 숱한 ‘어록’을 남기고 있다. 부패척결과 정풍운동을 주도하는 시진핑 주석이 역사속 고전과 고사성어를 인용해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는데 주력한다면, 리커창 총리는 생활속 비유를 통해 의미전달이 어려운 경제부분 정책방향을 쉽게 이미지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 지난해 리총리의 입을 통해 나왔던 '마른버짐' '허들경기' '트윈엔진' '파도타기' '뺄셈곱셈' 등의 단어들은 공무원사회에서 회자될 뿐 아니라, 민간과 인터넷상에서 숱하게 재인용됐다. 이를 통해 리총리는 명확하고 일관된 자신의 비전을 지루하지 않게 반복적으로 인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리 총리의 메시지는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권력을 시장에 돌려보내, 기업들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제고시키자는 것이다. 올해 역시 리총리는 정부권한 축소와 행정의 간소화를 추진하고, 성장동력 육성과 경제체질개선을 위해 매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현실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표현들을 동원해 중국사회를 독려할 것이다. 아래는 지난해 리총리가 토해낸 다양한 비유와 강조들로, 이를 통해 중국 행정부의 개혁방향을 엿볼수 있겠다.
◆건선을 뿌리뽑으라
리총리는 지난해 ‘뉴피쉬안(牛皮癬, 마른버짐 건선이란 뜻)’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두번 사용했다. 없애려고 노력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에 사용된 비유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1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정부용 건물을 신축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건선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또한 리총리는 지난해 7월2일 역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지방정부 감사결과 나온 문제점들은 대부분 관행적인 것들로, 건선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는 감사에서 나온 문제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임무리스트와 개혁일정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리 총리는 반복적으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체면과 실속
중국은 ‘몐즈(面子, 체면)’를 중시하는 나라다. 리총리는 몐즈의 상대어로 리쯔(里子, 옷의 안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겉모습만 중시하는 풍조를 배격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 츠펑(赤峰)시의 더룬(德潤)오폐수처리공장 건설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건설업체 간부들에게 “우리의 도시는 화려하지만 기초시설과 건설품질은 여전히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몐즈는 도시의 면모이고 리쯔는 도시의 양심이다”라며 “리쯔를 든든히 구축해야만 몐즈를 지탱할 수 있으며, 리쯔를 다지는 것은 중국의 백년대계”라고 강조했다.
◆홍수범람 아닌 부분관개해야
지난해 중국 당국은 경제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위해 긴축정책을 지속했다.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고 각 업종별로 한계기업들의 고난이 가중됐다. 시장충격을 막기위해 중국은 ‘미니부양책’을 사용했다. 정부지원은 유동성이 지원되야할 부분에만 집중되도록 힘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리총리는 ‘홍수범람(大水漫灌)’과 ‘부분관개(噴灌, 滴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7월 경제형세좌담회에서 “구간 조정정책의 기조에서 정확하게 자원을 배분해 ‘홍수범람’이 아닌 ‘부분관개’를 도모해야 한다”며 “적재적소의 분야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부분관개야 말로 심화된 구간조정방식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시장 안정과 민생증대를 위한 부분관개는 개혁을 심화시키면서도 실물경제 기반을 튼튼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물 넘으니 또 장애물이
리총리는 지난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며 동분서주했다. 그는 중국에서 기업하기를 ‘장애물 넘으니 또 장애물이 있다(跨過一欄还有一欄)이라는 표현으로 비유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7월 중소기업 사장 10여명을 초청해 개최한 좌담회에서 “기업이 허들 경기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장애물에 구속되게 해서는 안된다”며 “사전 심사사항을 계속 감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앞으로 기업에 대한 재정지지와 금융서비스를 중시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육성책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악물고 호랑이를 물리치라
리 총리는 2013년 3월 총리등극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정부 권한축소를 추진해왔다. 정부 권한축소는 정부 스스로가 자신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지난해 8월 리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이를 꽉 다물고 길을 막고 있는 호랑이를 쫓아내라(啃硬骨頭, 驅攔路虎)’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총리는 “오래동안 중국은 심사 비준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 같은 문화가 시장의 활력을 저해한다”며 “오늘날 정부 기능의 전환은 정부의 자아혁신이다”고 말했다. 또한 개혁을 지연시키는 관료들을 ‘길을 막고 있는 호랑이’에 비교하며 강한 경고음을 내, 의지를 드러냈다.
◆자금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지난해 9월 리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법에 의한 예산집행 ▲예산집행 투명공개 ▲국고 관리 강화 ▲정부 비상금 폐지 ▲세금 징수를 규범화 ▲지방 정부 채무 규제 등 6가지를 지시했다. 이어 그는 “정부자금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打呼嚕的沉睡資金)”며 자금사용 효율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재정이 중도에서 묶여 있거나 횡령남용되는 행위를 엄격히 단속하겠다”며 “소수민족지역이나 변방, 빈곤지역에 대한 재정지출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과목점수 말고 총점을 봐야
지난해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급속 둔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긴축을 풀고 적극적인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이를 감안한 듯 리 총리는 지난해 9월 열린 하계다보스포럼 축사에서 “중국의 경제에 대해서 ‘단일과목(單科)’ 점수만 볼것이 아니라 경제전반을 고려해 ‘총점수(總分)’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일부 지표의 단기적인 파동으로 인해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며, 현재 경제성장속도가 7.5% 안팍은 합리적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경제의 트윈엔진
지난해 11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개최한 좌담회에서 리 총리는 각계 전문가과 기업경영인에게 “인터넷쇼핑기업, 중소IT기업 등 새로운 업체들이 중국 경제에 신성장동력을 주입하고 있다”면서 IT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책을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전통산업을 중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엔진이 두개인 것이 단일엔진에 비해 더 안정적이고 효율이 뛰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 파도타기 하듯
중국은 광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인터넷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에 리 총리는 지난해 IT기업 경영자들을 격려하는 발언들을 자주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리 총리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1회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해 “인터넷의 발달은 중국 경제 발전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의 발전은 세계적인 대세이며 여기 모인 인터넷기업 경영인들은 대세에 올라타 용감하게 파도타기를 하며 인터넷조류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뺄셈으로 곱셈을
지난해 12월 리커창은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IT기술발전에 대한 지원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리 총리는 중앙정부의 권한축소 역시 주문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간섭과 권한을 감소시킨다면 시장에서의 발전에 대한 열정은 곱셈의 효과를 낼 것”이라며 “IT산업 연구원들의 창조성과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국 경제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조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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