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화려한 휴가 때문에, 5.18 주먹밥 행사가 바로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3개월이 지났군요
게시판상으로는 실로,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저는 요즈음, 블로그에서의 대중소통에 눈을 뜨고 있는 중입니다.
팀블로그를 통해 불특정다수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간다고나 할까요.. 암튼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잡는다고 블로그 기자단에 가입하여
[MY블로거뉴스]에 기사를 송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행에 관한 기사를 한 편 보내고 나니, 문득 광사모 강원도 파도번개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미리 인사도 드릴 겸, 코빼기를 내밉니다.^^
17일이여~ 어서 오라~` 건강한 얼굴로 모두 뵙기를~~
[1타 3피로 떠나는 일상의 여행]
원문보기 http://blog.daum.net/mangch-com/1005571
별 것 아니지만 던지고 보니 1타 3피, 그런 여행이 되었습니다.
7월 30일에 이어 모모님과 14일 재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아무 영문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8월 8일 또 다시, 곤돌지를 찾았습니다. 마침 포항 쪽에 실측할 일이 생겨, 가는 김에 잠시 들리기로 일방적으로 정한 것입니다. 일을 의뢰한 분이 저를 잘 아는 분이라서 "꼭 둘러 볼 곳이 있다" 한 마디면 되었습니다.
혹시 가시연꽃이 성급하게 만개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잔뜩 물고 출발했습니다. 7월 30일엔 딱, 한 송이가 모모님의 줌에 잡혔을 뿐입니다.(제 뚝딱이 줌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떠나기 전에 모모님에게 곤돌지에 간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순전히 약발을 받게 만들기 위해서요..ㅎㅎ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어록이었습니다. "사진은 찍지 말고, 잘 피었나 보고만 오세요." 이렇게 살짝 말끝을 올리는 이쁜 욕심 앞에 제가 무너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 가시연꽃을 제대로 담게 되더라도 유포는 모모님 다음으로 미루기로 내심 작정을 하고 맙니다.^^
그러나, 그날, 경주 가는 길은 국지성호우에 간간이 천둥번개까지, 설령 꽃이 피었더라도 잔뜩 속살을 오무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날씨였습니다. 더군다나 그곳에 비를 맞고 가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시연꽃 가까이 가기 위해 빗길에 비탈진 길을 내려선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습니다.(방수 카메라도 아니고..)
그래도 물어 물어 갔습니다. 안 그래도 길치인데다가, 저번엔 경주에서 길 안내해 주는 차량을 무작정 따라가고 보니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더군요. 건천 나들목으로 빠져나온 순간부터 인간 네비게이션과 통화를 무려 일곱 번이나 반복한 끝에 곤돌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가시연꽃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소품으로 장치해둔 낚시대도 여전하고, 연잎 위를 걷는 새끼물새도 여전하고, 천만다행으로(?) 꽃대는 다 올라 왔으나, 자줏빛 꽃잎은 철저하게 잠복 중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젖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젖은 발걸음은 더 깊은 추억에 젖게 만드는 센스로 작동합니다. 힘들었던 만큼,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도 큰 울림으로 작동합니다.
아참~ 낚시대에 얽힌 사연을 모르는 분을 위하여 잠시 부언 설명을 하고 가겠습니다. 이곳 곤돌지 저수지는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멸종위기 2급식물로 분류된 가시연꽃 군락지입니다. 그러나 낚시꾼들에겐 다만 낚시하기에 성가신 눈엣가시에 지나지 않지요. 그러다보니 아무리 낚시금지를 써 붙여놔도 접근과 훼손을 막을 길이 없어 거의 멸종상태로까지 갔답니다.
그런데 어느 젊은 부부가 이곳 땅 주인과 야릇한 물건 계약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2009년까지 저수지 물고기에 대한 소유권독점계약을 한 것입니다. 그리곤 낚시가 가능한 포인트마다 낚시대를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낚시바늘에 미끼는 없고, 대신, 다른 사람 접근금지가 미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두고,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낚시..
아무튼, 여기 불쑥 저기 불쑥, 제 살을 뚫고 나온 가시연꽃은 제마다 자줏빛 사연을 늘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힘차게 처녀막을 뚫고 나온 듯 보입니다. 원시의 꽃밭 같습니다. 갑자기 젊은 부부의 사연이 더욱 궁금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집이 비어 있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곤돌지의 파수꾼에게 따뜻한 눈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비록, 또, 가시연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순전히 가시밭길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시를 본 사람들 표정은 이랬습니다. 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말을 자꾸 남발하면 약발이 떨어지는데.. 그래도 어쩝니까? 여자 말고 가시가 아름다운 것은 가시연 뿐인가 합니다..ㅎ
곤돌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기차가 반드시 한 번은 지나갑니다. 이런 낭만적인 통과의례로 인해 기차길옆 곤돌지는 기적 소리처럼,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가시연꽃과 기차와 텃밭(들꽃)이 함께 어우러진 것만으로도 1타 3피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아직 깁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낚시가 있는 곳 곤돌지는 1타 1피로 겸손하게 마무리하고, 1타 2피를 찾아 떠납니다.
일 보러 가는 길에 <곤돌지>, 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서출지>를 들린다고 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날이 저물어 갔지만 예정대로 강행했습니다. 2곳의 못(池)은 둘 다 연꽃이 컨셉이었지만, 서출지에는 이요당(二樂堂)이라는 조선시대 정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연꽃은 철이 지났으나 수백 년 된 배롱나무가 옛집의 향기를 고스란히 불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開見二人死 不開一人死] 열어서 보면 두 사람이 죽고,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는 글이 나왔기에 서출지(書出池)라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은, 한 사람(신라 21대 소지왕)을 죽이려고 한 승려와 궁녀로서, 이 음모를 밝히는데 까마귀와 쥐, 그리고 돼지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옥체를 보존한 전설따라 삼천리는 이 정도로 하고, 이로부터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지정하여 찰밥으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하며, 오곡밥을 먹게 된 유래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만 전합니다.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것이 23대 법흥왕 때니까, 그 이전에 불교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아서 상상하시고요^^
암튼 오늘의 스타는 이요당입니다. 풍천 임씨 종부댁의 개인소유라고 하는데, 경주 사적 제 13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는 결코 그냥 혼자 만들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백 댄서들의 스텝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특히 한국의 정원은 물러서야 보입니다. 바깥의 풍경을 차용한 겸양의 미덕이 없으면, 담 너머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별 볼 일 없습니다. 안팎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견우와 직녀처럼, 우리는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곳 이요당은 그렇습니다. 용자살 창 너머 연잎이 부스럭거릴 때마다, 쏴하니 달빛이 백련으로 홍련으로 배롱나무로 건너뛰며 제대로 바람 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연잎 위, 배롱나무의 붉은 혀가 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순전히 달빛 때문에 배롱나무는 그냥 할 말을 잃고 말없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백일기도처럼 말없이 피고지는 것입니다.
이요당에선 누가 주인인지 헷갈려도 상관 없습니다. 두 가지 즐거움, 이요가 삼요로 뻗어나는 것도 내 맘이기 때문입니다.
서출지를 한 바퀴 돌고 보면, 한 세월을 돈 것입니다. 이곳도 이요당과 연꽃과 배롱나무, 이렇게 1타 3피 되겠습니다.
그러나 곤돌지 1피, 서출지 2피. 마지막 3피를 찾아 떠납니다. 그래야 진정한 1타 3피가 되는 것입니다.
잔뜩 다른 장소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눈요기를 암만 잘하면 뭣하겠습니까? 뒷맛이 개운하려면 제대로 된 맛집은 필숩니다. 솔직히 누가 저한테 유홍준이 왜 떴느냐 물으면,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한다는 그런 말에 앞서, 안의 마을 가는 길에 허름한 가게집 순두부를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찾아 떠났으니 먹는 것도 토속으로 마무리합니다. 보문단지 가는 길에 있는 우리콩으로 빚은 순두부집, 유독 이 집만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합니다. 소문이 소문을 부르고 돈이 돈을 부르고 맛이 맛을 부르는 그동안 먼저 콩비지를 떠서 챙깁니다.
순두부 한 입에 된장고추 한 조각 베어물기 위해 거꾸로 달린 보람이 있습니다. 모두 입이 찢어집니다. 그래서 순두부와 된장고추와 콩비지도 1타 3피 되겠습니다.
각각이 1타 3피이면서, 곤돌지와 서출지와 순두부집.. 합이 1타 3피의 짧은 여행, 긴 느낌..
오랜만에, 이런 식으로 일 가운데 외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한 번씩 곁눈을 팔아보기, GO!!는 과감하게, 이럴 때 외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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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희망가득히님, 사진 중에 우산 속에 모자 쓰고 있는 친구가 도면을 칠 겝니다. 눈에 익혀 놓으이소^^ 설명은 다 해 놓았습니다.
이노래님. 실로 오랜만에 글과 사진을 보니 참 바갑군요. 긴 이야기는 만나서 하죠. 시원한 맥주잔을 앞에 놓고요
맥주만 놓고 되겠습니까? 달빛도 부르고, 파도도 부르고, 세상의 모든 노래와 여자를 다 불러야지요..ㅋ 많이 보고싶다요. 감자바우님 사투리도 얼릉 듣고싶고..ㅎㅎ
이노래님, 글 잘 봤습니다. 사진 속의 분은 어쩐지 현대 도면 칠 분 같이는 않고, 한 옥집 짓는 대목 같은 느낌이... ㅋㅋㅋ 감솨합니다.
흐음~ 한 세련 한다고 자부하는 친군데..ㅎ 사람 제대로 보더라고 전하겠슴다..ㅋ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M Y 블로그 뉴스 잘보고 있습니다.
추천 하나는 보장받고 있었군요..ㅋ 이번 강원도 파도번개, 문명님한테 사진지도도 좀 받고 해 가지고, 지대로 기사 함 만들어볼까 싶슴다..ㅎㅎ
ㅎㅎㅎ 이노래님 오시면 놀랄겁니다..ㅋㅋㅋ 저보다 더심ㄴ한 사투리 쓰시는 분들이 넘쳐나서 킄~
일타삼피 아주 잘 봤습니다.
이제는 문명에게 사진 지도 받지 않아도 될듯 싶습니다. 전에 사진들에 비하면 장족에 발전을 하신 것으니 이번 번개에서 광사모 찍사로 활동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