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주동, ‘인생잡기’에서 발췌>
일제시대 일본에 유학한 학생 가운데 무애 양주동, 노산 이은상, 춘원 이광수를 조선 3대 천재라
일컬었다. 이은상과 양주동은 당대 천재 자리를 놓고 자주 실랑이를 벌였던 모양이다.
누가 더 기억력이 좋은지 내기를 하였다. 횡보 염상섭이 심판을 보았다.
한 사람이 오십 여개의 단어를 쭉 말하면 그걸 순서대로 외우는 것인데 이은상이 이겼다.
양주동이 계속 도전해도 늘 이은상이 이겼다.
가히 해동 최고의 천재라 자부하는 양주동으로서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니었다.
하루는 양주동이 이은상 하숙집을 방문했는데 이은상이 집에 없었다.
도대체 이놈이 어떻게 공부하기에 기억력이 나보다 좋은가 하고 책상서랍을 열어 보았다.
일본인이 쓴 낡은 책이 눈에 띄어 첫 장을 열어보니 암기하는 방법이 쓰여 있었다.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라디오 성냥, 주전자, 옷... 하면 라디오가 성냥으로 불이나 주전자 물로 안 돼 옷으로 덮어 불을 껐다.. 이런 식이다. 일종의 연상법이다.
“아 하 이놈 봐라, 어디 두고 보자.” 책을 책상서랍 있던 자리에 그대로 넣고 집을 나왔다.
다음 날 이은상에게 재도전하였음은 물론이다. 이은상이 먼저 단어를 열거했다.
양주동은 연상법으로 모두 외워 한 단어도 틀리지 않았다. 이은상은 이놈이 갑자기 머리가 좋아졌나하고 꽤 놀라는 눈치다.
이번엔 양주동 차례였다. 갈치, 꽁치, 멸치, 가물치, 넙치, 새치, 황새치, 준치, 날치, 한치, 삼치, 참치, 쥐치, 곰치, 백새치, 설치, 어치, 둔치, 도치, 느치, 담치, 들치, 순치, 이치....
이은상은 갈치 · 꽁치 · 멸치 · 가물치 하다가 이내 멈추고 말았다. 비슷한 고기 이름으로는 연상법을 만들 수 없었다.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고기이름을 어찌 다 외운단 말인가. 이리하여 양주동이 천재 지위를 되찾았다는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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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동 박사의 러브레터>
고전의 대가이며 스스로를 인간국보 1호로 지칭하던 양주동 박사가 일본 유학시절 짝사랑하던
한국 여대생에게 러브레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격하기로 소문난 기숙사 사감선생님에게 편지검열 때마다 걸리고 말았다.
궁리 끝에 마침 믿음이 높은 여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1) "요한1서 4장 7절" 이라고만 적어서 보냈고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는
(2) "마가복음 10장 7절~8절" 이 편지 내용의 전부였다.
그 후 결혼에 골인하여 평생을 다복하게 사시면서 방송 출연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집 사람은 말띠지만 지금까지 잘 살고 있지 않느냐 '면서
팔자가 억세다는 말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도 앞장서곤 하셨다.
(1)요한1서 4장 7절 ;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2)마가복음 10장 7절~8절 ;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미사봉말글샘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