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주민센터 종강수업 하고 학교 행정실가서 서류검토 하고 새로 채용할 직원 면접관련 지시하고 금요일 면접일시 잡고 다시 서실와서 저녁 직장반 수업하기 전 두 세시간의 여유... 붓 잡고 100호 화선지에 석란을 치기 시작했는데 아래 약국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언제 오세요? 자폐청년 레슨은 저녁직장반 시간과 같이 6시부터인데.. 아마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가보다... 지금 서실 와 있어요~ 아드님이 혹시 애먹이나요? 네 내일 심리치료가는 날인데 긴장해서 벌써 불안정해 약국손님들을 못 들어오게 하네요... 안정시키려고 네일아트도 시켰는데... 서실 보내세요.. 아니나 다를까.. 화가 잔뜩 난 표정이다. 살살 달래서 붓을 잡게 한다. 신기하게 붓글씨에 집중하면 자폐발작이 누그러지고 좀 안정에 도움이 되기에.. 근데 화랑에서 급한 연락이 내게 왔다. 까먹고 있었던 연말까지 해주기로 한 사계절 문인화 작품납기일~~ 미리 연락주기로 했는데 아직 연말은 며칠 남았지만 기다리다 못해 업체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토요일 오후 작품과 함께 사장님.고객등 세분과 밥먹기로 연락을 주고 받는데 청년이 자기를 안 돌보고 좀 기다리라고 말한것이 기분이 몹시 나쁜지 공부하던 붓과 종이를 치워 버린다 그리고 일어서서 100키로가 넘는 몸을 팔짱끼고 여기 저기 왔다 갔다 반복한다. 자폐의 특성 중 하나는 불안정이고 가만 못 있는 것도 포함된다.. 좀 있으면 직장분들이 하나 둘 올텐데 나도 신경이 무척 쓰인다. 아...그렇지! 마침 며칠 전 예술의 전당 전시장 인근에서 지인과 함께 먹었던 아주 맛났던 시골집 고등어구이백반이 생각났다 얼른 공부하고 선생님하고 고등어 구이 먹으러 갈까? 기분 안 좋아보이는데 맛난거도 먹기 싫겠당~ 슬그머니 내 곁에 와서 아니에요 먹을 수 있어요~~~ 전날도 한식뷔페 가서 제육불고기 실컷 먹도록 밥을 사주었는데 연달아 ..더구나 직장반 수업을 놔두고 가는게 좀 무리인데~~ 청년을 안정시키는게 더 급하니... 고등어구이 먹을꺼예요 하는 청년을 살살 달래서 다시 붓을 잡게 하고.. 마침 직장반중 청년을 이해하는 맘씨좋은 여성분이 먼저 왔다. 전화를 부탁해서 식당에 먼저 고등어구이정식을 주문해놓고 한 시간 혼자 학습할 수 있게 궁체시조 체본을 내어준 후 청년을 태워서 2키로 거리... 10분만에 식당에 와서 고등어 구이 한 마리와 청국장을 먹었다. 가시를 발라주고.. 내 밥도 반을 덜어 주고 하니 언제 짜증을 내었고 불안정했느냐듯이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덕분에 나도 저녁한끼는 외롭지 않게 감사히 잘 먹었다 계산을 할때 카드 보다 현금을 주면 10프로 깍아주던 한식뷔페가 생각나서 현금 드릴테니 2만원에서 부가세 빼 줄 수 있으세요?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는 머뭇 머뭇 하더니 아니요....한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왜요? 카드계산 안하면 유리하시지 않아요? 주름가득 할아버지는 그건 불법이잖아유... 순간 나는 머리에 어릴때 혼날때처럼 꿀밤을 맞은 듯 부끄러워졌다. 아..네.. 죄송합니다... 집밥처럼 간이 세지 않은 반찬들과 연탄으로 구운 고등어구이 추억이 생각나는 잘 구워진 옛날 청국장 시골집 밥상 단골이 많은 까닭은 착한심성이 깃들은 꾸밈없는 손맛일것이다 청년을 다시 차에 태우고 부리나케 10분만에 서실로 왔다. 그 사이 다른 분들도 와 있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청년은 채근담의 좋은 구절을 잘 쓰고 약국으로 내려갔다. 청년의 어머니는 약국영업 11시까지 무사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가끔 나에게 올바로 살아가라고 가르쳐주는 삶의 스승이 사방 도처에 널려있다. 시골집의 할아버지도 그러한 스승 중의 하나였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시골집에서의 부끄러움
늘 평화
추천 1
조회 432
23.12.29 11:1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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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읽어내려가면서 빙글빙글 했어요.
어찌 그리 많은 일들을....
생각이 넘 많으실 늘 평화님
센스도 알아채심도 순발력도
빠름빠름...탈나시지 않게...제발요~
행복이란 글자에 행복이 뚝뚝 묻어납니다.
찐 행복예요~
생각이 많아도 매일 붓잡고
자주 산사가서 멍때리고
성당도 꼭 가고
부지런히 비우고 살아요 ㅎ'
아무리 일을 해도
정년퇴직전의 상근일할때보다는 시간이 남아요 ㅎㅎ
찐 감사하는 날 맞아요~^^♡
그만큼 우리 사는 사회엔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는 야그지요.
법 없어도 살 사람!
이 땅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나부터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불법의 극치가 요즘
연일 포털에 오르내리지요'ㅎ
법 없어도 사실 분
오산 박통님~~^^
그냥 현금 계산만 하였으면 좋아했을텐데
부가세만큼 빼 달라고 하니
카드 수수료 내는것이 이익이라고
판단 하신것 일 수도 있겠네요...
아차차~
그렇군여
그냥 현금으로 모두 준다는
생각은 못했네요 ㅎ
늘 평화님의 하루의 삶이 온통 남을 위한 것들이군요.
건강하셔서 뜻하시고
추진하시는 일들을
모두 이루시길 바래드립니다.
ㅎㅎ
아니에요
지금은 딸 집 와서 포대기에
손주 재우고 있어요
그냥 일상 중 조금 사랑과 시간을 십시일반 나누는거지요
그것도 주님의 숙제고
안하면 우리가족에게 은총이
안 내릴수도 있으니~^^
자폐 청년을 대하시는 평화님의 지혜와 배려심에 감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지혜로,
저런 행동에 대해서는 저런 대처로,
그런 모든 과정에서 그 청년의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시니
오늘 글에서도 평화님의 그릇의 크기를 또 한 번 봅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움직이는 발달장애 심리에
대처하기 위해 심리상당 2급과
갈등해소관리과정도 수료~~
누구나 행복할 권리있고
안정과 평화는 소중하지요
손자가 잠이 깊이 들어
손가락운동을 카페 마실와서
즐기는 중~^^
내일 서울 여성밧나들이
행복하시길요 ㅎ
자폐 청년 하니
내 산 후배 아들 생각이 나네요~~
자폐는 병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벽을 닫은 것이라
언제가는 마음의 문이 열리면
정상인이 되는 것 입니다.
그져 칭찬만이 중요합니다.
맞아요
칭찬해주면 자신감 갖고
잘하려고 집중하지요 ㅎ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평화 가 있어요.
저는 이론으로만 배우는데 평화님읕 산교육으로 몸소 실천하시니 저의 주입식 교육은 무용지물일 뿐
현장에서 부딪히며 겪어야 진정 장애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라포형성이 이뤄지겠지요 전 아마 교육 받은 걸로 끝날 것 같습니다 평화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