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되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그리고 사람은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다.
남편이 그렇게 타계했고, 내가 그렇게 남겨졌다. 100일 전의 일이다.
칠십대인 우리 부부의 나이로 보아서는 남편이나 아내인 나에게,그리고 어느 노인들에게도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부부는 두드러지게 삶의 의욕과 대비가 남달랐다.
남편은 모기에만 물려도 병원을 찾는 사람이다.
자고 일어나면 여기저기 몸을 움직여 보고 혹시 불편한 곳은 없나 점검을 한다.
남편은 몸을 신생아처럼 관리한다.
그의 좌우명 중 첫째는 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이 완치에 이를 때까지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편 아내는 어떻게 해서라도 병원에 가는 것을 피한다.
웬만한 병은 자연 치유가 되며 더러는 죽는 날까지 같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영양식이나 건강식은 쓰거나 역겨워도 관계없이 잘 먹는다.
아내는 세 끼의 밥도 소식으로 한다.
남편은 운동을 거르지 않고 충분히 한다.
아내는 산책이나 걷는 것조차도 충실히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남편은 세상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던 사람이다.
아내는 염세(厭世)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의욕적인 삶의 태도는 아니다.
누가 보던지 이 집은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바뀐 것이 분명하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 혼자가 되더라도 건강하게 살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상태였다.
김치를 맛있게 담글 줄 안다.몸에 좋은 영양식도 만든다.
여러가지 밑반찬과 저장 음식도 만든다.
사골은 물론 백숙도 끓여낸다.
모두 아내에게서 배운 것이다.
기초는 아내에게서 배웠지만 인삼, 버섯, 삼채, 생강 등 보약제 첨가물은 남편이 연구해서 넣는다.
우리집 음식은 늘 보양식 수준의 냄새가 배어 있다.
남편은 세탁기도 돌린다.
청소는 배우지 않았지만 도우미를 불러 시킬 줄 안다.
남편은 건강관리에 무심한 아내에게 충격적인 방법으로 충고를 한다.
“당신 먼저 죽으면 예쁘게 염해서 보내주고 곧
뒤따라 갈테니
멀리 가지 말고 가까이에 있어.”
라고 한다.확신에 차 있는 말투였다.
이렇게 자신만만하던 그이가 훌쩍 내 곁에서 떠났다.
병명은 폐렴이라고 했지만 그저 노환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젊었다면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을 테니까.
백일이 지나고 넉 달째로 접어든다.
둘이 살다가 혼자가 됐지만
남편의 방은 그대로 두었다.
남편만이 보이지 않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외롭다.
남편은 삶의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TV를 많이 보나 특히 그중에서도 음식 프로를 본다.
그리고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시장에 간다.
식재료와 양념들을 메모하고서 빠짐없이 잘 사온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대량으로 사오는 것이 문제다.
작은 용량의 것은 사지 않는다.
식초도 대병으로 사고 참기름도 대통으로 사온다.
남편의 눈에는 적은 용량의 것은 양에 차지 않는다.
모든 것이 커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잘 했다고 칭찬한다.
일을 거들어 주지도 않으면서
타박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알 때까지 기다린다.
남편은 전화 걸기도 좋아한다.
고향의 어릴 적 친구부터 외국에 있는 친지들과 지인들까지 안부 전화를 자주 한다.
남편이 관리하고 있는 친지는 약 100명 정도인 것 같다.
그런 관계로 밖에 나가면 남편과 통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무엇이고 사는 것을 무척 좋아 한다.
과일과 과자 등 먹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을 주로 사온다.
“당신 좋아 하는거야.“
아주 비싼 태국산 애플망고를 들고 들어온다.
그러나 먹기는 남편이 먹는다.그리고 다시 사온다.
살 때는 아내가 좋아 할 것을 생각하고 사지만
먹을 때에는 잠시 아내를 잊고 만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아내 것을 주로 사 온다.
오늘은 포도를 사왔다고 했다.
근데 보이지 않았다.
'여보 포도 사왔다며 어디 있어요.?'
'응 그것 내가 다 먹었어 또 사다줄께…' 한다.
그러던 남편이 없으니 주전부리가 떨어졌다.
그동안 남편 덕분에 잘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련지?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맛있고 비싼 것을 사온다.
나도 남편을 위해서 뭔가를 사야 한다.
그래야 냉장고가 채워질거니까!
그런데 남편이 없다.
먹어 줄 사람이 없으니 냉장고가 텅 비었다.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냉장고가 채워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일은 딸이 온다고 하니 조금 준비를 해야겠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면서 마스크 착용을 안했다.급히 뛰어 들어오며
“여보 마스크~” 하고 남편에게 마스크를 집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 남편은 없다.
아직도 남편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보 나 심심해.’
오래 같이 살던 부부에게는 하루라도 먼저 떠나는 사람이 승자인것 같다.
남편은 결승선까지 와서 갑자기 스케이트의 날을 라인 밖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쇼트트랙 빙상 선수처럼 운명의
결승선을 넘어 들어갔다.
그는 운명의 선을 통과했고 나는 낙오됐다.
그래서 나는 돌싱이 됐고 이 건 남편의 반칙이다.
나는 혼자라는 것이 너무 외롭고 남편 생각으로 우울증이 올거 같아 오늘 미술 학원에 등록했다.
미술 공부는 일주일에 한 번 지도를 받는다.
선생님은 어떤 그림을 배우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초상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와 남편의 초상화를
그려 보려고 한다.
그리는 동안 초상화와 마주 앉아서 못다한 이야기를 다 해 볼까 해서다.
아버지와 남편에게는 할 말이 많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시집살이 하느라 미쳐 제대로
효도 못한 것을 사과드리고 싶어서이고
남편에게는 지키지도 못할 거짓 말을
왜 했냐고 따져 보려고 해서이다.
농담으로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나는 철석같이 믿었었다.
나를 먼저 보내고 뒷정리하고 곧 뒤따라 갈테니 멀리가지 말라던 그 말,그에 대한 변명을 꼭 듣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의도적으로
외출을 하려고 한다.
외출복을 차려 입고 격조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어 볼 생각이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니
내가 그리고 싶은 초상화를 완성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 남으려면 건강해야 분발할 수 있을테니까~~~~~~~~
첫댓글
베뉴님
수요일 아침에 "남편의반칙"
올려 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뜻하지않게 남편분께서
반칙 을하셨군요
떠난빈 옆자리 너무 허전 하시겠어요
어디세요?영남권이세요
그러시다면 간간히 하는
모임도 하시고
맛난거도 먹어러 함께
다니시고 하세요
주검이란 예고없이
찾아오는거라 어느날
덩그러니 나혼자...
그래서 저도 혼자놀길
참 잘하는 편인데
어쩌나요(?) 혼자라도 잘 해야지요
오늘낼 내가 팍 죽지 않으므로
하루 하루 즐거움을
찾아야 해요
그렇다고 뭐 그렇게
큰 즐거움이 있겠나 마는
그렇다고 과거만 부잡고
넉두리할수는 없음으로
좌 우단간 건강한 먹거리에
힘쓰시고
맛있는 요리 하는 시간
만큼이라도 기쁨은 오거던요
제경우만 얘기 했나
암튼 혼자놀길 잘하는
이지 라는 사람에 생각이였네요 하루에
공원 한바뀌라도 도시면서
햇빛을 많이 쪼여주시고
예효 늘상 쫑꾸를 먹으면서
또 뎃글이 길어지네요
sp. 참
혹시 대구에 계시면
그림쉽게 배울공간 무료
공간이 있으므로 알선해
드릴수 있어요
아휴 ㅡㅡ 밤한시 55분에
올리셨군요 잠도
안주무시고
저는 늘상 그 시간이면
파김치.,초죽음.,떡실신.,
그렇습니다
그래서 밤이 왜 그리 좋은지
오늘도 밤에잠간 눈뜨
물마시고 음악 한곡
찾아 올려드리고 다시자
아침9 시에 눈뜨여
나는 가기 싫은데요. ㅎㅎㅎㅎ
안가면되죠 ㅎㅎ
위에 뎃글쓰는데
너무길게 쓴다고 뎃글 초과라고
글뜨서 쫒겨 나왔네요
조금이라도 위안이 됬으면하고
글쓰다보니
에혀 늘상이리 영양가도
없는 오지랍 입니다
저도 곧 머지않아 떠날거면서
살아있을동안 만이라도
내가 할수 있는일은
다 하고싶어서
저는성격상 상투적인 겉치례
인사 그런걸잘못해요
아부 같은건 더더욱 못하고
오늘도 날씨는 조금
차갑습니다
따뜻하게 보내세요
@이지 님~
대구에 무료로 미술 가르쳐 주는 곳이 어디인가요?
알고 싶네요
@시인김정래
아 제가 어제도 갔디ㅡ왔는데요
여기 송현동인데 일로 이사온지가 일년 반됬어요
왜 이곳에 이사왔냐면
송현 문화센타 다닐랴고요
저는순수 취미 미술인데
돈적게드는 문화센타생
입니다
예전엔 대백프라자
수성동아 까지 주2회를
가게는 종업원맞겨놓고
다녔는데 이제 나이도많고
옛날 그런열정은 사라지고
없어서 돈드는일 길에
돈깔고 멀리행차 안합니다
송현역2번출구 여기온 후로는
차도없앴어요
이 문화센타 다닐랴고
회원 20명인데
너무 좋습니다 현재인원
여자 15명
(60세에서 75세정도)
남자 할아버지 5명 (70-75세)
연락 해보세요
@이지
ps. ㅎㅎ
전화해보니깐 7백 자유예금
통장 만든사람에 한하여
무료네요?
그 소리에 맥빠질 수도 있지만
당연하죠 금융쪽이니깐
기왕 넣어줄거면 자기 쪽에
넣어달란 그말이죠
어느집이나 칠백정도 게좌는
흔히들 있을태니깐
따지고보면 그 이자로
수강료 낸다고 보심되고요
대신 두과목 참여 할수
있어요
간혹 아는분중에
나는 그러기싫다 전혀 무료
아니네(?) 라는분계신데 그건
(@@~@) 심뽀 인거죠
전혀 무료로 아무 이익없이
하는곳은 아마 어디에도 잘 없을겁니다
지난 넉달전에 당근마켓에서
ㅡ무료로 클래식 기타 개인지도해주실분 ㅡ 문구가뜨서 제가
당신 나이가 몇이며 여자냐
남자냐 말해라 하곤
전번을 남겼드니 전화가와
왜?하필 클래식 기타냐
했드니
.,아 십년전에 배우려다
손가락도 아푸고 어려워
포기했는데 근래에
기타가 하나 생겼어요 80만원
짜리가 조카가쓰던건데
어렵다고 삼촌 하란다고
삼촌이 중학교 교사인데
48세
그래서제가 그럼 학원 찾아서
배워야지 당근에
누가 개인지도 하겠느냐고
클래식기타는 할줄아는사람도
많이없는데 하니
., 저도 연락 안올거란걸
알면서도 혹시나 반심반의
@이지 학원에 갈려니 시내까지 가야하고 수강로도 25만원이고 자기는
아무곳에서나 하루 두시간
배우고 이만원정도 드리고
또 집에와서 빡세게 연습해서
또 한두시간 배우면 좋겠다다고 ㅎㅎ아이고
그렇게 내입에마춰 안성 마춤인곳이
어딧다고 절대없다고
두시간 이만원이 수강료냐고
개인지도 인데
더구나 클래식기타 하는사람이 있어야말이지
저엉 하고픔 내가 무료로
갈챠주께 주1 회정도는
두세달 배우면 연습만하면
아무 곡 이나 쳐지니깐
해보고 공짜라서 미안하면
여긴 가게라 커피가
필요하니 한통정도 사오라고
그래서 지금네달째 배우고있는중
선생 잘만난거지
살짝 맛이간 선생 만났기 망정이지 누가그냥 갈챠주나요
@이지
카르카시 교본이라는게
있는데 그거 싸오라 해서
사왔길래 할수 있는거 한번해보라고 하니
., 아 캄캄해서 아무것도
못하는데요 하는걸
첫장 도래미파 계명부터
해서 지금은 그책 사분지 1 정도 진도나가요 선생이라서 그런지 연습을 빡쎄게
하드라고요 기특하지요
엄청 어려운데
@이지 카르 카시 교본이란게
엄청 두꺼운데
클래식 기타를 할려면
이책이 필수예요
안그럼 알함브라궁전 그런 곡
매끄럽게 못쳐요
금지된장난중 로망스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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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도 안내고
섯방살이 했네요
베뉴님께 죄송
에휴 ㅡㅡ이너무 오지랍
뜻밖에 이지님덕분에
댓글 횡재 했군요~~^^^
감사드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