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아흔세 번째
성인聖人들의 결혼 생활
통계에 따르면 이혼율은 20대 부부가 가장 높고, 결혼 후 첫 10년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에서부터 부정직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예전에 이혼은 해서는 안 되는 일, 부끄러운 일 등으로 기피 대상이었고, 아내들이 참고 살았던 겁니다. 오늘날에는 이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행실이나 성질이 악독한 아내를 ‘악처’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젠티피 Xanthippe’라고 하는데, 소크라테스의 아내인 크산티페 Xanthipp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매우 억울할 겁니다. 해가 뜨면 거리로 나가서 온종일 아테네 시민들 아무나 붙잡아 질문을 던지며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치며 가정을 돌보지 않은 데다가,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아테네에서 못생기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니 그녀를 악처로 만든 건 소크라테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오늘날 성인으로까지 칭송받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그의 선배격인 공자나 석가모니는 모두 기원전 4~5백 년경에 살았던 인물들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가 결혼에 실패했습니다. 공자는 일찍이 이혼했고, 석가모니는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했습니다. 성인이라 불릴 만큼 인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들이 결혼 생활에는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요? 2,500년 전의 일이어서 당시 상황을 적확하게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서로의 삶의 목표에 너무도 차이가 커서 그랬지 싶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위대한 사상가와 세속적인 주부가 썩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관도승管道升이 부른 아농사我儂詞에서처럼 내 속에 당신 있고 당신 속에 내가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없었겠지요. 함께 살아준 사람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