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서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습니다
모양은 같은데 짝이 안 맞는 양말처럼
당신은 엇비슷하게 걸어갑니다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하였습니다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합니다
노인들이 바둑 두는 호숫가에 다시 와 생각합니다
흰 머리카락을 고르듯 무심히 당신을 뽑아냅니다
은행알을 으깨며 유모차가 지나갑니다
눈물 없이 우는 기분입니다
괜찮습니다, 아직은 괜찮아요 은행잎도 초록인걸요
떼로 몰려드는 잉어의 벌린 입을 보세요
당신이 내 배 위에 정액을 쏟을 때에도 공복이었어요
—《詩로 여는 세상》201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