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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선두 지자체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산업도시 울산이 이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제조·에너지 전환 도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울산의 산업구조를 다시 짜는 근본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소의 불빛이 다시 밝아지고 있지만, 동구의 인구는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조선업 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는 줄고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비해 협력사 근로자들의 보상은 부족하고, 젊은 세대는 여전히 조선업을 기피한다. 겉으로는 호황이지만 동구 주민들의 삶에는 체감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동구 주민들은 조선업만으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지역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해답이 바로 AI 신산업이다. 동구가 산업의 미래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AI를 단순히 유치하는 것을 넘어 조선업과의 융합,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청년과 내국인 고용 확대, 행정의 선제적 지원이라는 네 가지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조선업과 AI의 융합이다. 조선소 현장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용접, 도장, 검사 공정을 AI와 로봇으로 대체한다면 내국인 근로자의 기피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또, 인공지능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차단한다면 ‘안전한 조선업’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스마트 조선소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AI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다. 남목 일반산단과 주전 산단의 일부를 AI 전용 단지로 조성하여 데이터센터, 연구기관, 스타트업을 집적시켜야 한다. 특히 HD현대와 연계하여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연료선박 데이터 허브를 동구에 유치한다면 세계 조선산업의 심장이자 AI 선도지로 도약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과 신산업의 연결이 중요하다. 일산유원지와 대왕암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VR 기기를 통해 바닷속 고래 떼를 만나는 체험을 하고, 아이들은 AR로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숲속을 탐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또, AI가 실시간으로 해양 안전을 지켜주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관광은 더 안전해지고,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 관광객에게는 즐거움과 안전을, 동구에는 신산업을 동시에 가져오는 셈이다.
셋째, 사람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는 AI 창업 지원금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조선업 근로자들에게는 AI·로봇 운영 교육을 통해 전환형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구조 개편이 아니라 내국인 고용률 회복과 인구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된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현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인력 중심의 고용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넷째, 행정의 역할이다. 동구는 AI 전략 로드맵을 마련하여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의 국비 공모사업을 선제적으로 유치할 전담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동시에 돌봄, 교통, 환경, 복지 등 주민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 AI 시범사업을 조기에 가동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독거 어르신에게 AI 돌봄 로봇이 안부를 묻고, 교통 혼잡 구간을 AI가 실시간으로 안내한다면 주민들은 바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조선업의 불빛만으로는 더 이상 동구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
세계 산업의 흐름은 이미 AI로 움직이고 있으며, 울산 역시 선도적인 지자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동구도 조선업이라는 전통산업 위에 AI라는 새로운 불빛을 더해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을 동시에 변화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동구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조선업의 불꽃 위에 AI의 빛을 더할 때, 동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