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가고 해가 오고
김 난 석
예년엔 겨울날씨도 일정한 리듬이 있었기에
한참 춥다가도 누그러져 견딜 만했었다.
이를 일러 삼한사온이라 해오지만
언제부턴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기만 하다가도
갑자기 맹추위가 거푸 들이닥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기도 하더니
어제는 포근한 날씨에 예년에 없던 함박눈까지 내렸다.
이를 또 일러 기상이변이라 한다지만
자연이 사람 사는 꼴을 닮아 그런 것인지
사람이 자연의 리듬을 파괴해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걸 누구에게 조절해 달라고 해야 할 것인지
더더구나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나 할까 보다.
추위가 왔다 간 강변을 달려보노라니
하얗게 쌓인 눈 아래로 강물은 잘도 흘러내리고
팔당댐을 거슬러 경안천변으로 들어서노라니
모두 얼어붙어선지 물오리 한 마리 눈에 띄지 않고
얼음 위로는 찬바람만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는 객이야 이렇게 모두 얼어붙은 줄로만 알겠지만
그래도 물이야 얼음장 아래에서 아래로 아래로
잘도 흐르고 있을 테니
세상 이치도 그와 마찬가지로 정지되어 있는 듯
무언가는 쉼 없이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가운데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눈치만 보는 이도 있을 게요
좌사우량(左思右量)하면서
지혜를 짜내는 이도 있을 테지만
속절없는 나그네는 왼손 오른손 매만지며
추위나 녹이고 있었으니
그건 카메라에 담아둘 한 장면이라도 눈에 띄면
냅다 셔터나 눌러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한참 달리다 쉬어가려니
어느 처마 밑에 풍경 하나 매달려
겨울바람에 좌로 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풍경(風磬)은 절간의 처마 밑에 도자기나 종을 매달아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지만
동양에선 전통적으로 그 소리가 자비를 나타내는 것으로
상징된다.
이와 달리 목어(木魚)는 통나무 속을 파내고
겉은 물고기모양으로 조각해 절간에 매달아 놓고
염불시각을 알릴 때마다 두드려 소리를 낸다 하는데
그건 물고기가 밤낮 구분 없이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정신 차려 정진에 들라는 의미라 하는 모양이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풍경은
원추형의 청동 안에 방울 대신 물고기 모양의 쇠붙이를
달랑 하나 매달고 있었으니
이를 풍경이라 해도
목어 대신 동어(銅魚)라 해도 상관없을 듯한데
이 추운 날씨엔 이웃을 배려하는 자비심 말고
사회를 따뜻이 녹여줄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한 해에서 다른 해로 넘어가려는 이때에
좌고우면 하며 한쪽 도려낼 생각 말고
그렇다고 한쪽에 붙어 혼자만 잘 살 궁리 말고
다 함께 잘 사는 좌사우량 하는 지혜가 아쉬울 뿐이니
큰 강물이 고개 쳐들고 흘러가듯
작은 강물도 얼음 위로 얼굴 내밀고
떳떳이 흐를 날을 기대해 본다.
흘러가는 세월이여!
흘러오는 세월이여!
흘러가는 계묘년은 가만가만 흘러가고
흘러오는 갑진년은 값진 해가 될지어라~
(가는 해 눈인가 오는 해 눈인가)
첫댓글 한해가 가고 있읍니다
내년에는 더욱더
건강하십시요
네에, 산사나이님도요.
따님 이야기도 경청하시고요.ㅎ
송구영신의 날에 귀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송년회날 강건하신 모습과 힘찬 음성이 반가웠습니다. ^^
가는 해 잘 보내시고 오는 해 잘 맞으시고
늘 건강하시어서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립니다. ^^
네에, 새해에도 그저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시길~
한 해 동안 카페를 위해 노력해주시고 해가 다 가는 오늘 이토록 좋은 글에 저희들 마음 차분하고 평화로워지게 하시니 풍경 소리가 어디 자리가 있어야 한답니까 글 속에도 있고 마음에도 있는 걸요 올 한해 수고 하셨습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만 건강하셔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울엔 눈이 많이 내렸는데
그곳 풍경이 궁금하네요.
올핸 말끔한 신사, 아들을 대하는
즐거움도 느끼겠지요.
그래도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네요.
@석촌 석촌님 내일 출석부 불러주세요 내 년까지만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 후년에는 부탁 않으께요 제발요~ㅠ
네~~한해 가고 있어요.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고마워요.
저도 제 시에다 '풍경'을 매단 적이 있습니다.
그 시가 지난 11월, 제11회 청향문학상(성남시 중원구청)을 제 가슴에 안겨주었지요.
봄까치꽃
----------------------------- 박 민 순
작고 너무 여려
자주 발에 밟히던 꽃
네 이름을 알고부터
너를 만나면 눈을 깊이 맞춘다
수줍은 연하늘빛
봄소식 전하며 빙그레 웃는
너, 비록 작지만
누가 볼품없다고 하겠느냐
누구라도 마음속에
큰 절 한 채 짓고 사는 세상
그 절 처마에 걸린
풍경(風磬)처럼
바람에 우는 봄까치꽃
작다고 기죽지 마라
목소리만큼은 봄까치처럼 큰지
누가 알랴, 너의 목소리.
***** 2023년, 석촌 대형님이 계셔서
큰 힘이 되었고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2024년에도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면서
건강이 쵝오!고, 행복해야 합니다.
2024년도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감동의 글과 이야기들,
많이 들려 주세요.
네에, 절창이네요.
그걸 누가 개불알 꽃이라 했는지.ㅠ
갑진년은 값진 해가 되어야겠지요. ㅎ
선배님 글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빌어 봅니다.
네에, 고마워요.
충남은 눈이 안왔는데 서울은 온세상이 하얗게 눈이 쌓였네요
계묘년 한해동안 수고많으셨고
갑진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그런가요?
그것도 지역차별했군요.ㅎ
그산님도 힘찬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송년회날 석촌 고문님
여전히 건강하시어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갑진년.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과 펑안을 기원드립니다
네에, 새해에도 수고 많이 하세요^^
큰행님! 내년에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ㅎ
네에, 지존님도 그저 건강하게~
지난1년 보석같은 선배님글 참으로 귀감삼아 읽었습니다.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항상 평화와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길 소망합니다.
아이구우 부끄럽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라요.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네에 고맙습니다.
송지학님도 늘 건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