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다던가요? 이게 꼭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습니까? 사람들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줄 압니다.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받는 사람 따로, 공을 세우는 사람 따로 그 상을 받는 사람 따로, 뭐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라고 웃어넘기면 그만이겠지요. 하지만 짐승도 아니고 이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그 꼴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겠습니까? 목숨 걸고 일궈낸 공인데 그 결과로 인한 상급을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면 가만두고 볼 일입니까? 그런데 가만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침만 꿀떡 삼키며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건은 하나인데 시각은 둘입니다. 어린이가 유괴되었습니다. 이것이 사건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경찰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조속히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부에서부터 압력이 들어오니 다른 사건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주어져 있습니다. 오죽하면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을 서울로 올라와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서울에 내노라하는 수사관을 동원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여기에 부산 관할구역 수사팀이 합세합니다. 서로 공을 세우려는 경쟁심이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로 관할 밖의 형사가 개입되었으니 바로 공길용 형사입니다. 그 실력이 알려졌기에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버지가 특별히 사적으로 부탁해서 발탁된 형사입니다. 부모야 그만한 재력과 인맥이 있으니 여기저기 손을 뻗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공 형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극비수사를 따랐습니다. 일단은 아이를 살려놓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도록 아무런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가만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연줄을 따라 최고위층까지 다다랐습니다. 결국은 공개수사로 전환되었지요.
요즘은 과학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한 장비와 또 인재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70년대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힘으로 그리고 직감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많았던 때입니다. 이게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니 그러려니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등장하지요. 바로 형사가 아니라 도사입니다. 사주풀이로 유괴된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그리고 공 형사가 사건을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말이지요. 과학수사는 못할망정 아니 도사의 점이라니! 이렇게 수사를 해도 되는 건가 싶지요. 그런데 도사의 말대로 유괴 15일 만에 연락이 옵니다. 긴가민가하면서 따라갑니다. 도사의 말 또한 자기 소신에 따른 것이라니 할 말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유괴되어 며칠이 지나면 생존 확률이 적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울고불고 할 텐데 가만두겠습니까? 그리고 끼니마다 챙겨주는 일도 보통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이니 일일이 챙겨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사람들 눈을 피해 가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참으로 희한한 것은 이 아이가 전혀 반항하거나 무서워하거나 한 흔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면식범도 아닌 듯한데 말이지요. 자기를 구하려고 달려든 사람들을 피하여 범인에게 숨으려는 행동까지 합니다. 도대체 이 유괴범은 그 여러 날 어떻게 아이를 설득해서 말썽 없이 데리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철저히 극비를 주장했던 공 형사의 방침은 허물어집니다. 그래도 범인의 연락이 이어지며 수사는 전진해갑니다. 사실 그럴수록 부모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가지요. 수사본부 팀과 부산 팀과의 알력 사이에서 공 형사가 안절부절 못합니다. 그들 속에는 아이를 찾는 것보다 어쩌면 범인을 색출해내는 것이 더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공과 챙기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형사와 도사의 협조가 점점 더 긴밀하게 이루어져 범인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지만 일어나는 현실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살아있는 대로 아이를 찾아냅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아이를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공은 이미 수사팀에서 다 챙겨두었습니다. 허탈하지 않을까요? 하기야 그 아이 아버지에게서 수사 착수금으로 비밀히 받은 돈은 있습니다. 그것이 빌미지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런 사회려니 해야지요. 그런데 이 도사도 마찬가지 경우를 당합니다. 전혀 딴 짓하던 스승이라는 자가 나중에 제자의 공을 차지해갑니다. 하기야 그것도 재주요 재능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도사라면 자기가 그렇게 당할 것까지 예측해야 합니까? 인간 도사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 형사와 도사가 친구가 됩니다. 그것이 보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복 아니겠습니까? 영화 ‘극비수사’를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실화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보았습니다. 거 참!!
첫댓글 얄팍한넘들~잘보고성질났던...
예 성질납니다.^&^
믿을게 앖어요
그래도 믿고 사는 쪽이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죽어요.^&^
감사
복된 날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