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 - 석양
2023년 마지막날 어제밤 꿈에 아버지가 보이셔서 문득 부모님계신 곳이 가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을 지나니 북한산과 수락산엔 흰눈이 덮혀 있었지만
도로는 눈이 다녹아 있었다
한탄강을 지나 포천 관인면에 있는 부모님 산소입구에 이르니 커다란 SV차량앞에
나이들어보이는 남자와 세련된 외모의 늘씬한 여성 한명이 서있었다. 그 젊은 여인이 내게
어디가냐고 묻기에 부모님 산소에 올라간다고 하니까 큰일났다고 산소전체가 초토화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면장이라하면서 산소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런 바로 우리부모님 산소였다
그여성분 얘기로는 봉분이 다꺼져서 처음엔 이장한줄 알았는데 비석이 멀쩡하고
멧돼지 발자국들이 보여 멧돼지들이 무덤들을 모두 파헤친것 같다고 말한다.
그분들과 함께 산에 올라 부모님 산소에 가보니 지난 추석때 형과 함께 왔을때 멀쩡했는데
겨울이 되어 먹을것이 없어서 산에서 멧돼지떼가 내려와 하필이면 우리부모님 산소와
그인근 산소를 다파헤쳐 버린것이다.
사실 나와 형은 오래전에 이천호국원에 이장승인을 받아 우리가 다닐수 있을때까지 다니다
이장하기로 결정했던 참이었다. 젊은 여성 면장님(통일부에서 정식으로 면장으로 임명된 것 같다)은
그동안 회원들과 꾸준히 향우회묘소를 관리해왔고 합동으로 향우회 묘소를 복구하려하는데
우리전화를 몰라 연락을 못했다하면서 단톡방에 초대한다고 하여 명함을 주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묘소에서 멀지 않은 철원 고석정에 들러 이북식만두를 먹고 한탄강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젊은 여성면장님은 카톡에 나를 초대해서 들어가 보니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신후에도
열심히 향우회 활동을 해오신것을 알수 있었다
이젠 나도 바쁜 것 거의 끝냈으니 향우회 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야 할것 같다
아버지가 우리를 어떻게 키우셨는데 어찌 고향을 있을수 있을까
첩첩으로 멀어지는
저녁 山
저물녘 산 허리
외로운 등불 하나
저물어가는
저녁 산으로
멀어져가는 옛생각
잊혀지듯
멀어져간 인연들에게
하나씩 호명하여 안부를 전하노니
그대들이
오래 전에
서운한 마음으로 나를 잊었듯이
나도
오래 전에
쓸쓸히 그대들을 잊었나니
야속한 세월 속에 잊혀지는 그대들이여,
슬픔같이 건강하시게
-전병윤-
첫댓글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묵을수밖에 없는데
이제
자연으로 그냥 ᆢ
핑게일까요
제 자식들은
아버지 고향도
선산도
관심이 없습니다
불효겠지요
반갑습니다. 형의 세자녀와 제딸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저희들을 얼마나 끔찍히
사랑했는데 묘소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6.25에 참전하셔서 호국원 안장자격이 있기에
내년쯤 호국원으로 모실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산님 고향이 포천 관인면이신가요?
그산님 글을 계속 읽었어도 고향이 포천 관인면이신 것은 처음 알았어요.
전에 언급하신 것을 제가 기억 못하는 것이라면 송구합니다. ^^
전에 같이 근무하던 샘 중에 현재 50대 중반인 安샘이 관인면 출신인데
아주 머리가 좋고 유능한 교사였어요.
그 형제 자매도 다 좋은 대학 나온 수재 집안입니다.
그산님도 관인 출신이시니, 그곳이 좋은 고장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
부모님 산소가 멧돼지로부터 피해를 입으셨군요.
호국원에 모시면 장차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네요.
그산님의 힘찬 2024년을 응원합니다!
Happy new year!
달항아리님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부모님 묘소가 관인 삼율리 보장산언덕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평안도 출신의 실향민으로 고향분들과 휴전선가까운곳에 향우회 묘소를
조성했고 그곳에 잠들어 계시지요. 이제 더이상 그곳에 묘소를 쓰는 분들이 없고
2세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묘소를 관리하더군요
며칠전 올해가 다간줄알고 카페에 송년인사글까지 올렸는데 며칠 더 남아있었네요
댓글 감사드리며 저도 달항아리님의 힘찬 새해를 응원합니다 !
아니 아닌밤중에 홍두깨 라더니 하필 참 가보기를 잘했다는 몬가 땡기니까 가본거 같다는
갑장 맘이 거시기 하거쏘
눈도 많이 오고 너무 멀어서 봄에 가려다가 오늘 가보니
멧돼지들이 봉분을 다파헤쳐 버렸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천호국원이 재개장하여 빠르면 2024년말쯤
이장하려던 참인데 이런일이 벌어졌네요
오모난 산소 으째요
효자 형제분 이신듯.합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변치 마시면
큰복으로. 자녀들께 돌아오리라 믿어요
지인님 감사합니다. 해마다 찾아뵙는데 이런일이 생겼네요. 이장한다 하니 부모님이 노하신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 생각이 애틋하신 효자아들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만사형통하세요^^
몸부림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 생각 · 3
--- 성묫길
----------------------------------- 박 민 순
소싯적 꿈을 키우며 자란
고향 어귀에 다다르면
마중 나온 바람이
부모님 사랑처럼 온몸을 감쌉니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가뭄에 콩 나듯 찾아뵈니
죄스러운 마음으로 큰절 올립니다
아버지가 소 몰며 쟁기로 밭 갈면
새참 내오시던 어머니
그 서낭댕이골 밭머리에
생시처럼 다정하게 누워 계신 부모님
평생 다툼 한번 없어
금실 좋기로 소문났는데
먼저 가신 아버지
16년 만에 어머니 만나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반가웠을까?
숨바꼭질하던 느티나무 지나
고향 떠나올 때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부모님 온기(溫氣)처럼 살갑습니다.
박시인님 어머니 생각을 읽으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좋은 시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아 새해 아침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전병윤님의 시와 흐르는 음악 ..그대들이 오래전에 서운한 마음으로 나를 잊었듯이
나도 오래전에 쓸쓸히 그대들을 잊었나니 야속한 세월 속에 잊혀지는 그대들이여~ 슬픔같이 건강하시게나
잊혀지고 새로이 마주치는 인연들 멧돼지가 파헤친 묘소
나쁜 짐승들! 그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운선작가님 반갑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과 동물이 자연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데 산중까지 묘소를 만들어
동물의 영역까지 침범했으니 저희에게 원죄가 있는것 같습니다
좋은날 전병윤시인님은 시골학교 선생님으로 제가 자주 갔던 음악카페에 날마다
시를 올리셨는데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항상 변함없이 성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올한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산소 얘기에 놀랐고
전병윤님 시에 가슴이 쓸쓸하고
댓글 박민순시인님의 시에 맘이 따뜻하고
아련했습니다.
그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빛나라여사님 반갑습니다
어차피 이장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봉분이 무너진 모습에 철렁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