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선두 레스터시티가 28라운드에서 웨스트브로미치알비온을 상대로 2:2로 비기면서 2위 토트넘과 3위 아스날에게 추격의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추격자 2팀은 나란히 경기에서 패하면서 추격에 실패했다. 오히려 승점 1점을 번 레스터시티에게 여유가 조금 더 생겼다. 물론 이기고 지는 것은 승부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토트넘과 아스날의 최근 경기를 보면 경기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한참 좋았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2월 중순 이후부터 경기 일정 매우 촘촘한 것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토트넘은 지난 경기 2월 14일(현지 기준) 맨체스터시티 전 이후,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FA컵까지 총 3개 대회에서 3, 4일 간격으로 총 18일 동안 6경기를 치렀다. 아스날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낫긴 하지만, 2월 14일 레스터시티를 상대한 이후로 5경기를 치렀다. 20일 헐시티 전 이후로는 3, 4일 간격으로 4경기를 치렀다. 그 와중엔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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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라이벌 웨스트햄에게 패한 토트넘. 선두 추격과 유로파리그 모두를 잡아야 하는 토트넘의 3월 일정은 혹독하다. 출처:토트넘홋스퍼 홈페이지)
토트넘이 이 기간의 6경기 동안 거둔 성적은 3승 1무 2패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번 시즌 전체에서 6패를 당했다. 최근 6경기를 제외하면 30경기 이상에서 4패뿐이다. 최근의 패배가 분명히 많다. 토트넘의 경기력 저하는 지난 27라운드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스완지시티가 신임 감독 부임 후 나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완지를 상대로 69분에 샤들리가 득점에 성공할 때까지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스완지가 견고한 수비를 세우고 경기를 잘한 것도 있지만 토트넘의 경기력이 평소 같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클럽의 경우 프리미어리그, FA컵, 리그컵에 출전하고 성적에 따라 유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 또는 유로파리그)에 참여하게 된다. 박싱데이 기간이나 이번 2월 일정처럼 시즌 중 어느 순간엔 많은 경기들을 치러야하는 때가 다가온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면 당연히 체력 저하가 심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 감독들은 ‘로테이션’을 돌리게 된다. 중요한 경기에는 ‘베스트11’을 내세우지만, 비교적 약한 팀과의 경기에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체력적 안배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승점 관리는 필수다. 토트넘의 경우 적절히 로테이션을 기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케인, 알리, 에릭센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의 경우 출전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더구나 토트넘의 축구는 뛰는 양이 많다. 토트넘 선수들의 움직임이 최근 둔해진 것은 체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아스날의 5경기 성적은 1승 1무 3패이다. FC바르셀로나에 패한 이후로도 내리 2경기를 모두 지면서 3연패에 빠져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27라운드 라이벌전에선 신예 래쉬포드에게 2골을 내주면서 다소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28라운드 스완지를 상대로는 3번이나 골대를 맞추고, 그 외에도 좋은 찬스를 여러 차례 잡고도 득점을 하지 못했고 패배를 맞아야 했다. 번번이 좋은 찬스에서 한 발이 부족했다.
경기 일정이 촘촘한 것의 또다른 문제는, 정신적으로도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스날의 최근 3연패는 FC바르셀로나를 2:0으로 완패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 부진했던 라이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게도 패하면서 팀의 분위기는 악화일로이다. 흔히 말하는 빅클럽들은 ‘위닝 멘탈리티’라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팀에 긍정적 분위기와 자신감이 넘칠 땐 질 것 같은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것 같은 경기를 이긴다. 하지만 아스날은 FC바르셀로나에게 선전하고도 진 경기 때문에 팀의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처럼 보인다. 팀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일침을 놓은 것처럼 강인한 정신력이 아쉽다. 안 좋은 상황에서 팀의 분위기를 바꿀 리더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히 아쉽다.
두 팀이 최근 고전하는 이유를 무조건 경기 일정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하지만 부진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기 일정이 촘촘한 것은 각 팀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뽐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영연방 지역에서 12월 26일을 의미하는 박싱데이에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주 3회 경기를 치르는데, 이런 경기 일정을 두고 많은 감독과 선수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2월 토트넘과 아스날은 박싱데이와 비슷할 정도로 촉박한 일정을 치렀다.
- 루이스 판 할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PL 선수들은 (박싱데이 일정으로) 시즌 막바지에 힘이 빠진다. 변화가 필요하다”(2015년 10월)
- 로날드 쿠만 감독(사우샘프턴) “두 경기 사이에는 최소한 48시간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45시간뿐이다. 같은 베스트11으로 경기할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2015년 12월)
- 주제 무리뉴 감독(전 첼시) “EPL에서 뛰는 선수들이 존경스럽다. 독일이나 스페인 선수들은 휴식을 즐기지만 잉글랜드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2014년 12월)
팀의 입장에선 촘촘한 경기 일정은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팀의 강함을 평가하기 위해 적당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보통 한 팀은 20명 이상의 선수들로 구성되고 11명의 주전 선수와 7명의 후보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부상, 경고 누적, 퇴장 등의 이유로 다양한 전술적 선택에 따라 선수들이 기용되는데, 두터운 선수층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촘촘한 경기 일정은 선수층의 깊이를 평가하는 시험대이다.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하면서도 승점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는 팀의 선수층이 좌우한다.
정신력을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3일 정도 간격으로 계속 되는 경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이어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아스날의 예처럼 중요한 경기의 패배는 이후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독과 선수들이 얼마나 팀 분위기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패배를 잊고 다음 경기에 승리하도록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독과 선수들의 정신력과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팀일수록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동시에 팀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촉박한 경기 일정 속에서 어려운 상황은 오기 마련이고 언급한대로 선수들의 체력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 팀 분위기까지 영향이 크게 다가온다. 이를 잘 추스려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때로 맨체스터시티가 첼시와의 FA컵을 포기했듯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할 때도 있다. 결국 촘촘한 경기 일정 속에서 감독과 구단의 운영 상 노련미를 평가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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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바르셀로나에게 패한 후 흐름을 잃은 아스날. 이번 주말 토트넘에게 승패는 분위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출처:UEFA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시즌 내내 촉박한 경기 일정이 이어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2, 3주 정도 경기 일정이 이어지는 것은 보다 넓게 팀을 평가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지켜보는 팬들에겐 오히려 팀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토트넘과 아스날은 3월말까지 또 유럽대항전과 FA컵 때문에 촉박한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 와중에 프리미어리그에만 집중하고 있는 선두 레스터시티를 추격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양 팀의 3월 일정의 시작은 이번 3월 5일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벌어지는 북런던 더비이다. 이번 더비는 3월 혹독한 일정의 시작으로, 우승 경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경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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