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매창 묘와 시비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매창(梅窓)
[해석]
배꽃이 흩날리던 때에 손잡고
울며 불며 헤어진 임
가을바람에 낙엽 지는 것을 보며
나를 생각하여 주실까?
천 리 길 머나먼 곳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해설】
매창(梅窓)의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자는 천향(天香), 매창(梅窓)은 호이다. 계유년에 태어났으므로 계생(癸生)이라 불렀다 하며, 계랑(癸娘 또는 桂娘)이라고도 하였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다. 부안(扶安)의 기생으로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다.
이 시조는 전북 부안의 매창(梅窓)이 한 번 떠난 후 소식이 없는 정든 임 유희경(劉希慶)을 그리워하여 지은 작품이다.
이화우(梨花雨)와 추풍낙엽(秋風落葉)을 대비시켜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정을 고조시켰다. '천리에 외로운 꿈'은 끝내 잊을 수 없는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표상한 것이다. 결국 작자는 이 작품을 지은 이후 수절(守節)했다고 한다.
■ 유희경과 매창의 사랑, 도봉산에서 다시 피어나다
도봉산 생태공원 안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눈 덮인 나무들이 우거진 풍경 사이로 한 시비가 설치돼 있다. 시비에는 유희경(1545~1636)의 <매창을 생각하며>와 매창(1573~1610)의 <이화우 흩뿌릴 제>가 새겨져 있다.
도봉산 생태공원 내에 설치된 유희경과 매창 시비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매창이 지은 <이화우 흩뿌릴 제>다. 매창은 ‘계랑’이라고도 불린 조선시대 유명 기생이다. 그녀는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황진이, 허난설헌, 이매창)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 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 ‘일편단심’ 일화가 전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화우 흩뿌릴 제>의 ‘님’은 바로 유희경이다. 매창이 그토록 사랑한 유희경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유희경은 천민 출신이었으나 당시의 사대부들과 교류한 시인이다. 유명 문인들의 시에 화답하는 등 시에 능통했다. 또한 유희경이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관군을 돕자 선조는 “유희경은 오직 의리에 분격하여, 적을 섬멸하려는 뜻을 가졌기 때문에 내가 그를 가상하게 여긴다” 하였다. 유희경은 예와 시, 충절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유희경과 매창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 봄, 부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술자리에서 서로 시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눴던 둘은 28살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유희경이 상경하면서 짧은 만남은 이별을 맞게 됐다. 그 후 유희경의 소식은 전해지는 바가 없었고 실의에 빠진 매창은 유희경에 대한 그리움을 <이화우 흩뿌릴 제>에 녹여낸 뒤 한 평생 다른 이에게 정을 주지 않고 절개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
오동에 비 뿌릴 젠 애가 끊겨라
유희경 또한 매창을 향한 그리움을 <매창을 생각하며>라는 시로 나타냈다. 첫 이별 후 무려 15년의 시간이 흘러 둘은 마침내 재회한다. 매창은 그동안 자신을 찾지 않음을 원망했으나 이도 잠시 뿐, 둘은 부안 시내를 활보하고 변산반도를 구경하러 다녔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사랑의 시간은 열흘뿐이었다. 유희경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매창은 유희경이 자신을 서울로 데리고 가주길 바랐으나 유희경은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인 동시에 예를 중시한 사람으로서 기생을 첩으로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희경과 매창은 이별을 맞이했다. 기약 없는 이별을 한 유희경과 매창은 매창의 죽음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 유희경은 매창의 죽음을 안 후 망연자실했으며 그녀의 무덤 앞에 가 오열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도봉산에 이들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시비가 설치된 걸까? 도봉구청 문화관광과 박종민 담당자는 “도봉구와 부안군이 지난해 9월에 우호교류를 맺었다. 이에 서로 연결 된 인물을 찾아보던 중 도봉서원 창건에 도움을 준 유희경과 부안군 출생 이매창이 서로 사랑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도봉구와 부안군의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서로 그리워 하며 쓴 시를 시비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도봉구와 유희경의 관계를 덧붙여 설명하자면 1573년 도봉서원 창건 당시 양주목사 남언경을 도와 현장 책임자 역을 수행했으며 도봉산의 산수를 사랑해 말년에 도봉서원 인근에 임장을 짓고 머물렀다.
매창 이야기
이화우 (梨花雨) / 매창 시, 이원주 곡
젖은 배꽃이 흩날릴 제 눈물 비 되어 떨어지네
배꽃이 떨어진다 비가 되어
그대가 멀어진다 사랑에 눈이 멀어진다
그리움 때문일까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잎을 보면
그대 그대 날 생각할까
멀리 저 멀리 외로운 그대만이
꿈에 꿈엔들 보일까
비가 눈물이 되고 한숨 꽃바람 되어
아 내 맘에 그대가 지네
꽃비 속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꿈에 젖은 배꽃은 비 되어 흩날리고
바람속에 흩어진다 그대 꽃이 되어
첫댓글 감명 깊게 잘 보고 갑니다
이곳 한번 가봤습니다.매창 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