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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성탄을 기다리면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약회사들이 잇따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백신을 개발했고 90%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30여개의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더 많은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백신개발이 코로나19를 막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백신을 접종해야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공공재로서 모든 사람이 쉽고, 저렴하게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 종사자, 노약자들에게 먼저 예방 접종이 이루어지고, 다음에 모든 사람에게 접종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밝은 빛을 볼 것입니다.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로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 놓고 악수하고, 포옹하면 좋겠습니다. 성가대는 고운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 좋겠습니다. 함께 먹고 마시면서 친교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터널을 지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고,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림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향해 나가는 터널과 같습니다. 오늘은 대림 제1주일부터 대림 4주일까지의 내용을 요약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대림 제1주일의 주제는 “깨어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예수님께서 깨어 있으라고 하시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의미의 시간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구원의 시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구원의 시간에 충실하기 위해서 4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말씀입니다. 매일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은 구원의 시간에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둘째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지상 최대의 힘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샘이 깊은 물과 같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언제나 기도하십시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감사하십시오.”
셋째는 시대의 징표입니다. 허리가 아픈데 다리를 주무르면 별 효과가 없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문헌을 자주 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신문과 방송을 가까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는 실천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실천을 말씀하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
대림 제2주일의 주제는 “인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연중 제33주일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주일’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회는 약한 이, 가난한 이, 병든 이, 외로운 이, 억울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교황이 되신 후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이민자의 섬 ‘람페두사’였습니다. 람페두사 섬은 전쟁과 가난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중간 기착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세상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되어서 꿈을 실천하였습니다. 이제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들이 그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2000년 전에 오셨던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이것이 언제가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는 신앙인의 삶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증언하는 우리의 행동입니다.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 누군가가 도와주어야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어야 합니다. 우리들 모두가 하느님을 닮은 소중한 모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보라, 내가 네 앞에 내 사자를 보내니 그가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대림 제3주일의 주제는 “자선”입니다. 제게 감동을 주었던 신학생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청소년들이 지내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봉사를 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늘 남이 입던 옷을 입는 아이들 생각이 나서 보세 옷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옷 가게에는 평소에 입고 싶었던 옷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옷을 살까, 아니면 평소에 입고 싶었던 그 옷을 살까! 통장에는 200,000원 밖에 없었습니다. 큰맘을 먹고 아이들을 위해서 옷을 사서 사회복지 시설로 갔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설에 계시는 수녀님께서 신학생에게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습니다. 그것은 그토록 입고 싶었던 가벼운 패당 잠바였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학생은 보세 옷가게를 다시 찾았습니다. 수첩을 놓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옷가게 사장님이 신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옷과 양발을 한 보따리 주셨습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학생은 그날 저녁에 본당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본당 신부님께서 성탄을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봉투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봉투에는 그날 자신이 사용한 금액인 200,000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신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눔은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눔은 보다 안전한 곳에 나의 것을 모아 놓는 것입니다.
대림 제4주일의 주제는 “순명”입니다. 이 세상에 죄, 고통, 죽음이 시작된 것은 아담의 불순종이었습니다. 구원의 역사는 요셉, 마리아, 예수님의 순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법대로 살았고, 의로운 요셉은 마리아의 잉태 소식을 들었고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도 당연한 것이 당시의 법과 관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천사의 말을 듣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마리아와 혼인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천사에게 아이를 잉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고, 그렇게 되면 파혼은 물론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듣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골고타 언덕을 올라 죽음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구원의 시간에 깨어있다면, 이웃의 고통에 동참한다면,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다면, 나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살아간다면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성탄이 아니라, 우리는 매일 성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모든 예언자는 그리스도께서 오실 것을 미리 알려 주었고 동정 성모님께서는 극진한 사랑으로 그분을 품어 주셨으며 요한은 오실 분을 미리 알려 주고 이미 와 계신 그분을 가리켜 주었나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저희가 깨어 기도하고 기쁘게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성탄 축제를 준비하고 기다리게 하셨나이다.”(조재형신부)
2020년 나해 대림 제4주일
<그리스도를 만나려면:믿음과 믿음의 결합으로 좋은 열매를 맺어야>
복음: 루카 1,26-38
오늘 복음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께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예고하는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께서 어떻게 믿는 이를 통하여 좋은 열매를 맺는지 그 원리를 알려줍니다. 우선 좋은 열매를 맺었던 한 스승과 그의 제자들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계학 교수인 C.J. 스켄더입니다. 그의 제자들은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둡니다. 두 명의 제자를 소개합니다. 레지 러브와 베스 트랜햄입니다.
레지 러브는 듀크 대학 시절 미식축구와 농구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스타 운동선수였습니다. 그러나 2년 넘게 프로 축구팀에서 그를 선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로를 바꾸기로 합니다. 다시 듀크 대학에서 행정학과 공공정책을 공부하였고 그때 스켄더 교수에게 배웠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인턴 과정을 하는 중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 밑에서 우편물 취급을 담당합니다. 러브는 오바마 의원에게 극찬을 듣습니다.
“잠도 거의 자지 않고 그토록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그의 능력은 보기만 해도 자극이 됩니다. 그는 자기 분야의 달인입니다.”
그리고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레지 러브는 그의 오른팔이 됩니다. 그는 ‘오바마의 그림자’라고 불렸습니다. 레지 러브는 자신이 그렇게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된 데에는 스켄더 교수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스켄더의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회계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 시간에 배운 지식이 나에게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었지요.”
다른 스켄더의 제자는 베스 트랜햄입니다. 그녀는 숫자와는 관계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아날로그 시계를 보는 법을 몰랐고 고등학교도 남자친구 덕분으로 수학과목 낙제를 면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백분율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공인회계사 공부를 보게 되었는데, 시험 2주 전에 세 아이 중 두 아이가 수두에 걸려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시험을 치른 그녀는 낙방을 확신하며 실의에 빠졌습니다. 전 과목에 낙제점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때 그녀의 스승인 스켄더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시험에 떨어지면 네 대출금을 내가 다 갚아줄게.”
베스는 주 전체 시험 응시자 13만 6,525명 중 1위로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2등과 3등도 스켄더의 제자라는 것입니다. 스켄더의 학생 중 역대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 3위 안에 들어 메달을 획득한 사람은 마흔 명이 넘습니다.
다른 교수들은 평생 한두 명 만들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스켄더는 그렇게 수많은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는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의 유명한 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모든 아이에게 문제 해결 능력, 어휘력, 추론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상위 20%를 잠재적 영재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아이들의 IQ를 측정했더니 다른 아이들은 8%가 올랐지만, 영재들은 12%가 상승했습니다. 2년 후에는 IQ의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영재들이 나이가 들면서 아이큐가 더 빨리 좋아진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로젠탈이 영재를 뽑은 것은 사실 ‘무작위’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20% 안에 드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20% 아이들을 바라볼 때 영재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고 결과도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아이들을 영재로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능력보다 선생님의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스켄더 교수가 더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던 것은 제자들에 대한 그의 믿음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제자들을 ‘보석 원석’으로 보았습니다. 모두가 보석인데 다듬어지지 않아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 믿음과 또한 그 믿음을 향한 제자들의 믿음이 결합하자 좋은 열매들을 맺게 된 것입니다. 스승이 믿어준다고 제자들이 다 믿는 것은 아닙니다. 가리옷 유다와 같이 끝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열등감을 유지하려는 제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 대부분은 스승의 믿음에 응답하고 그 응답한 제자들은 좋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참조: 『기브앤테이크』, 애덤 그랜트, 생각연구소]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시어 나자렛의 마리아라 하는 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제자를 뽑아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제자도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고 하는 천사의 말을 믿고,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만약 즈카르야가 이런 믿음이 있었다면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이 나왔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믿고 받아들이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정 기간 벙어리로 지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의 믿음은 완벽했습니다. 하느님의 믿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믿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열매인 구원자를 낳았습니다.
결혼한다면 좋은 자녀를 낳고 싶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두 사람의 결혼을 통해 훌륭한 자녀를 탄생시킬 믿음을 가지고 계시고 그렇게 두 명을 혼인시켰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믿음에 응답하는 부부의 자세입니다.
자신들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그 계획을 믿는다면 정말 훌륭한 열매들이 맺힐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믿는 만큼의 열매만이 맺힐 것입니다. 유태인들의 자녀들이 그렇게 세상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은 그 부모들을 향한 하느님의 믿음을 다른 나라 부모들보다 그만큼 더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열등감에 빠져있지 맙시다. 우리는 모두 보석 원석들입니다. 그분의 손에 내어 맡기기만 하면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하느님께서 왜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만 구세주를 세상에 보내실 수 있었는지를 깊이 묵상하며 성모 마리아의 믿음을 닮아가야겠습니다.
youtu.be/xc3BzutGW5k
유튜브 묵상 동영상(전삼용신부)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자] 대림 제4주일
신경교중
오늘 전례
▦ 오늘은 대림 제4주일입니다. 이스라엘의 목자이신 주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보잘것없는 이들 가운데서 주님의 종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주님의 거처로 삼으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보여 주신 순종과 섬김을 우리도 배워, 언제나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릅시다. 주님께서 이루신 구원을 마리아와 함께 기뻐하며 영원한 찬미의 노래를 부릅시다.
입당송
이사 45,8
하늘아, 위에서 이슬을 내려라. 구름아, 의로움을 뿌려라. 땅은 열려 구원이 피어나게 하여라.
본기도
주님,
천사의 아룀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을 알았으니
성자의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려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나탄 예언자를 시켜 다윗 임금에게, 그의 뒤를 이을 후손을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가 예언자들의 글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제2독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알리자, 마리아는 주님의 종이니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한다(복음).
제1독서
<다윗의 나라는 주님 앞에서 영원할 것이다.>
▥ 사무엘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7,1-5.8ㄷ-12.14ㄱ.16
다윗 1 임금이 자기 궁에 자리 잡고,
주님께서 그를 사방의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셨을 때이다.
2 임금이 나탄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나는 향백나무 궁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천막에 머무르고 있소.”
3 나탄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엇이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
4 그런데 그날 밤, 주님의 말씀이 나탄에게 내렸다.
5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말하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8 나는 양 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웠다.
9 또한 네가 어디를 가든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모든 원수를 네 앞에서 물리쳤다.
나는 너의 이름을 세상 위인들의 이름처럼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10 나는 내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한곳을 정하고,
그곳에 그들을 심어 그들이 제자리에서 살게 하겠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는 전처럼, 불의한 자들이 그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11 곧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판관을 임명하던 때부터 해 온 것처럼,
나는 너를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겠다.
더 나아가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12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14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16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89(88),2-3.4-5.27과 29(◎ 2ㄱ 참조)
◎ 주님, 당신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제 입은 당신의 진실을 대대로 전하오리다. 제가 아뢰나이다. “주님은 자애를 영원히 세우시고, 진실을 하늘에 굳히셨나이다.” ◎
○ 나는 내가 뽑은 이와 계약을 맺고, 나의 종 다윗에게 맹세하였노라. “영원토록 네 후손을 굳건히 하고, 대대로 이어 갈 네 왕좌를 세우노라.” ◎
○ 그는 나를 부르리라. “당신은 저의 아버지, 저의 하느님, 제 구원의 바위.” 영원토록 그에게 내 자애를 베풀리니, 그와 맺은 내 계약 변함이 없으리라. ◎
제2독서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가 이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16,25-27
형제 여러분, 25 하느님은 내가 전하는 복음으로,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아 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26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가 모든 민족들을 믿음의 순종으로 이끌도록,
영원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예언자들의 글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7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루카 1,38
◎ 알렐루야.
○ 보소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알렐루야.
복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자이신 주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에 힘을 주시어, 주님의 길을 마련한 세례자 요한처럼 회개의 세례를 힘차게 선포하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분단의 현실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나라를 굽어보시어, 진정한 평화는 용서와 화해로만 가능함을 깨닫고, 평화 통일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소서.
3. 굶주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풍요의 주님, 굶주리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어, 주님의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이웃들의 마음을 열게 하시어 정성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의 주님, 작은 교회인 가정 공동체를 살펴 주시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의 마음으로 대화하며,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성령의 힘으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성자를 잉태하게 하셨으니
제대 위의 이 예물도 성령의 힘으로 거룩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대림 감사송 2 :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두 가지 의미>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모든 예언자는 그리스도께서 오실 것을 미리 알려 주었고
동정 성모님께서는 극진한 사랑으로 그분을 품어 주셨으며
요한은 오실 분을 미리 알려 주고
이미 와 계신 그분을 가리켜 주었나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저희가 깨어 기도하고 기쁘게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성탄 축제를 준비하고 기다리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이사 7,14 참조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나자렛 고을의 처녀 마리아는 몹시 놀라며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도 늘 하느님의 뜻을 깊이 묵상하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순명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영원한 구원의 보증인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구원의 축제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 성탄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도록 도와주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가브리엘 대천사와 마리아의 대화를 들려줍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로 시작되는 가브리엘의 인사에 마리아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합니다. 이 응답은 세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겸손되이 받아들이고 응답한 마리아의 순종은 세상 구원의 새벽을 알렸습니다.
지난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의 제1독서로 우리는 창세기의 말씀을 들은 바 있습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교부들은 세상에 대한 심판으로 하느님께서 뱀에게 내리신 이 판결을 오히려 세상 구원의 첫 복음으로 식별합니다. 하와의 불순종으로 막혔던 세상 구원이 마리아의 순명으로 다시 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순종은 구체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온 세상의 구원은 마리아의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응답에서 시작하여, 그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하신 기도로 완성됩니다. 곧 이어질 주님 성탄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세상 구원의 완성을 위하여 마리아와 같은 기도를 바쳐야 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