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최재형
이 책은 16가지 시리즈 즉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과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으로 유명한 이수광의 작품이다.
그는 이 책 말고도 <나는 조선의 국모다>, <왕과 나, 김처선>이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나는 위에 언급한 책은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 <대륙의 영혼, 최재형>가 내가 읽는 그의 첫번째 작품이다.
최재형.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다.
흔한 이름이라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면목을 보려치면 분명 모르고 있던 사람이다.
그는 조선인으로써 러시아국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에서 조선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이다.
이 책을 통해 모르고 있던 한 독립운동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조선을 위해 몸을 바친 것인가?
아직도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
지은이 이수광은 최재형을 알리는 데 있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렸다.
소설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지은이는 그런 점을 책 앞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주의하도록 하였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두드러진 족적을 남긴 최재형(1860~1820)의 생애를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박환 교수를 비롯한 몇몇 역사학자들의 연구자료와 후손들의 기록을 토대로 최재형의 행적을 정
리하고 등장인물들을 설정했으나, 엄연히 역사가 아닌 소설임을 밝혀둔다. 최재형의 실로 드라마틱한 삶
이 좀 더 실감나게 다가오도록 상상력이 가미되었다. 그 속에서 김수향처럼 기록에 없는 인물들이 탄생하
고, 다양한 인물 관계와 풍부한 에피소드가 개연성을 토대로 가공되었다."
...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실제기록을 토대로 한 최재형의 연보를 정리해놓았다.
1. 재형의 어린시절
세종때 함경도에 설치한 6진.
그 6진 중에 하나 두만강변의 경원진.
그곳이 바로 최재형의 고향이다.
격변의 시절 1860년 최재형은 경원에서 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김진사댁의 종살이를 하고 있었다.
김진사는 외동딸 수향이 있었는데,
어린시절 재형은 수향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수향 또한 재형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수향이는 지은이가 책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소설의 재미를 위해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이를 감안하고 소설을 읽어야 한다.
당시 경원에는 계속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호열자까지 번져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병으로 죽었다.
재형의 어머니도 그 난리통에 죽고 말았다.
재형의 아버지는 김진사댁에 먹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게 되자,
깊은 밤에 무리들을 데리고 김진사를 위협하여 쌀창고를 열어 동네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김진사의 보복이 두려워 가족들을 데리고,
두만강을 건넜다.
이미 재형의 가족보다 앞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많은 조선인들이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에 정착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만강을 건넌 재형의 가족들은 조선인들이 정착해 있는 얀치혜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그곳에서 러시아 학교를 다니면서 어느정도 러시아말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늦둥이인 재형에게는 형수가 있었는데,
형수와 사이가 좋질 않았다.
어느날 그런 형수와 대판 싸우고 나서 무작정 집을 나간 재형.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연히 상선을 타게 되고, 잡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배가 난파를 당해 조선 원산에 상륙을 하게 되었다.
당시 조선은 흥선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으로 외국의 배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러시아 상선이 난파되어 어쩔 수 없이 상륙하게 된 점을
조선인들이 이해하지 않아 충돌의 위기까지 갔는데,
최재형의 통역으로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이때부터 러시아 선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그는 상선의 정식 선원이 되어 그후 몇년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년간 지배인 생활을 하다가 얀치혜로 돌아왔다.
어느새 재형은 청년이 다 되어 있었다.
얀치혜에서 수향의 소식을 들은 재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만강너머 경원에 갔지만,
수향을 만나지 못하고 다시 얀치혜로 돌아왔다.
2. 봉준, 수향
재형 주변의 주요 인물로는 최봉준과 김수향이 있었다.
최봉준.
그는 재형과 같은 고향사람으로 재형보다 나이가 어렸고, 그들은 의형제 사이이다.
봉준도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의 지신허에 정착을 하였고,
그에는 돈을 벌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무작정 집을 나간 봉준은 어느 러시아 농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농장주인이 봉준의 성실한 모습에 그를 신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농장주인의 큰 딸 소냐가 걷지를 못하는 장애인이었는데,
봉준의 도움으로 장애를 떨치고 걷게 되었다.
봉준과 소냐는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냐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고 만 것이다.
소냐가 죽은 후, 봉준은 지신허에 돌아왔다가 다시 블라디보스토그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장사를 시작하였다.
김수향.
아버지 때문에 강제결혼을 했지만, 첫날밤에 신랑이 지병으로 죽고 만다.
수향은 이후 재형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한다.
재형과 어긋난 수향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르게 된다.
3. 어긋난 사랑의 끝
재형은 수향의 소문을 쫓아 상트페테르부트크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형은 사회주의를 접촉하게 되고, 독서회에 활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의 일요일'을 직접 두눈으로 보게 된다.
피의 일요일 이후 어지러워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얀치혜에 돌아오게 된다.
이후, 재형은 농민을 계몽시키는 브나로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도로를 넓히는 등 기반공사를 직접 나서서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얀치혜에 온 수향을 만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년간 머물던 수향은 다시 경원에 왔다.
어머니는 중병에 걸려 있었는데, 오래 사시지 못했다.
수향은 유모로부터 뜻밖에 소식을 듣는다.
수향의 아버지가 김진사가 아닌, 재형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재형과 수향은 이복남매라는 것이다.
이에 충격에 휩싸인 수향. 하지만, 재형을 사랑하는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을 재형에게 숨기기로 하고, 다시 얀치혜로 와서
드디어 재형과 재회하게 된 것이다.
재형은 아버지에게 수향과 결혼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아버지는 격노하면서 극구 반대를 하였다.
재형도 머지않아 수향과 이복동생임을 알게 된다.
수향과 달리 재형은 사회체계를 따르기로 하고 수향과 헤어질 것을 결심한다.
수향이 자신을 빨리 잊어주기를 바라면서, 얀치혜의 조선인 여자인 필녀와 결혼하게 된다.
잠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던 수향이 재형의 소식을 듣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 채 방랑길에 오르게 된다.
후에 필녀는 아이 셋을 낳고, 넷째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4. 격변의 시대
결혼 후, 재형은 수향을 잊기 위해 본격적으로 브나로드 운동을 시작한다.
농민 계몽 운동과 각종 공사를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러시알보부터 훈장을 받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의 조선인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선인들에게 러시아말을 가르치고, 러시아 국적을 받는데 도움을 준다.
러시아 국적이 아니면 러시아에서 땅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개간한 땅도 러시아인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런 그의 활동으로 그는 덕망을 쌓게 되고, 많은 이들이 그를 따르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장사를 하게 된 봉준은 크게 성공하였다.
최재형의 유명세에 열등감을 갖기도 하지만,
그도 나름대로 조선을 위한 일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장지연을 영입하여 연해주 최초 조선인 신문이 해조신문의 창간이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일제의 협박으로 폐간되었다.
한편, 봉준은 수향이 잠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고 있을 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오랜 방랑을 마치고 돌아온 수향과 결혼하게 되었다.
수향이 봉준을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린 봉준이 밉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재형은 나이어린 조선인 여자 엘레나와 재혼하게 된다.
재형이 러시아에서 브나로드 운동에 열심이었지만,
조선과 나라밖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점점 암울한 소식이었다.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에서 패하면서,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도 일본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조선인들이 러시아 경찰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그들의 계략대로 을사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격분한 조선의 유림들이 자살을 하기도 하고, 의병이 궐기하기도 하였다.
최재형 역시 이때부터 본격적인 의병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는 연해주 지역에서 동의회를 결성하여 의병활동을 하였다.
이때 그와 같이 한 사람 중에 안중근이 있었다.
그리고 최재형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계획에 깊이 관여하여 지원하게 된다.
최재형도 하얼빈에 있다가 안중근의 거사가 성공한 이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게 된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성공했지만, 이미 조선의 운명은 다한듯 싶다.
1910년 한일합병의 소식이 러시아에도 들려왔다.
당시 러시아에는 이상설, 이범윤, 안창호, 신채호 등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었다.
최재형은 그들을 이끌고 의병투쟁을 통한 독립투쟁에 앞장섰다.
그런 와중에 1917년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당이 소비에트 혁명에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후 최재형도 파르티잔(빨치산) 활동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전부 조선 독립의 수단에 불과하였다.
그 와중에 멀리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러시아에서도 당시 노령정부라 하여 임시정부를 만들 계획이 있었다.
최재형을 비롯한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인사들은
상해의 임시정부보다
20만의 조선인이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정부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상해의 임시정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였다.
상해의 임시정부는 최재형을 재무총장으로 선임하였지만, 최재형은 이를 거절하였다.
그는 연해주에 머물면서, 조선인과 러시아인들오 이루어진 파르티잔을 이끌면서
테러 등으로 일본군을 공격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국제간섭군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러시아 혁명을 부당하다고 선언한 나라들이
러시아 차르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에 주둔한 군대이다.
일본은 국제간섭군이라는 명목으로 러시아에 와서 조선인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 탄압에 결국 최재형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1920년 4월 5일 일본에게 체포된 최재형은
4월 6일 재판도 없이 총살당하고 만다.
5. 독립운동의 대부
잊혀진 기록,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이 책을 읽고 인터넷을 통해 최재형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가끔 보는 프로그램 중에 KBS <한국사전>이 있는데
지난 3월 최재형에 대해 방영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방송 제목이 "잊혀진 기록,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독립투쟁을 하기도 하였고,
많은 독립운동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러시아의 독립운동의 구심점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눈을 감고, 100년 전 연해주의 최재형을 상상해본다.
이젠 나에 있어서 그는 잊혀진 기록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 또 한명의 스승이시다.
파란 지붕 아래 사람들이 이런 최재형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딴 나라 사람인 처칠을 읽지 말고, 최재형을 읽으란 말이다.
책제목 : 대륙의 영혼, 최재형
지은이 : 이수광
펴낸곳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낸날 : 2008년 08월 20일
정가 : 12,000 원
독서기간: 2008.07.24 - 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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