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강제이주 고려인 후예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바리의 꿈’. 이 회사는 2005년 NGO 동북아연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던 김헌동 대표가 고려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동북아평화기금과 함께 설립했다. 200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 http://www.baridream.co.kr
▲연해주 콩 재배 농장과 바리의 꿈 콩 가공식품
바리의 꿈은 현지에서 콩을 생산해 메주 등 각종 가공식품을 만들어 국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처럼 일종의 공정무역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는 연해주 지역은 원래 콩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정도로 흔한 작물이다. 특별히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 상태에서 콩이 잘 자라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원산지가 한반도와 만주라고 알려져 있는 콩은 삼국시대 고구려 병사들이 청국장(전국장)을 먹었다는 기록도 나올 정도로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식재료다.
친환경 자연산 콩으로 청국장, 된장 등 현지 생산
김 대표는 고려인 동포들의 지속 가능한 경제모델을 찾던 중 이미 현지에서 주요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은 콩에 주목했다. 유전자변형(GMO) 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자연산 콩으로 만든 전통방식의 청국장, 된장이라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는 연해주 내 6개 마을 200여 가구를 묶어 주문생산(사전예약) 방식으로 계약 재배를 한다. 여의도 여섯 배 넓이의 농장에서 콩을 재배해 자체 공장에서 청국장 등 콩 관련 가공식품을 만들어 국내 회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콩을 직접 국내로 들여와 보다 좋은 시설에서 생산하면 더 경쟁력이 있겠지만, 콩에 대한 관세가 매우 높아 채산성 문제로 부득이 청국장, 된장 등 콩 가공식품을 만들어 들여오고 있다.
바리의 꿈도 초기 대개의 사회적 기업들이 겪는 판로 문제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7년 10월 ‘고도원의 아침편지’(당시 회원 수 200만 명)에 소개되면서 매출이 급신장하게 돼 힘든 고비를 넘기고 어느 정도 회사가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단 석 달 동안 15톤의 주문이 들어와 3억 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사회적 기업 모두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외부와의 전략적 네트워킹이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리의 꿈은 현재 유기농 메주, 차가버섯 청국장, 된장, 조선간장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된장 대기업들과의 버거운 경쟁
잠깐 국내 된장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공장에서 규격화돼 대량생산되는 소위 브랜드 된장 시장은 CJ제일제당과 대상의 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전체 시장규모는 1,400억 원대로 브랜드 된장이 50%, 나머지는 집 된장이 차지하고 있다.
원래 공장 된장은 대량 생산하기 위해 밀가루, 옥수수 가루 등 콩 이외의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일본 된장(미소)과 같은 속성 발효를 응용한 것이다. 반면 집 된장은 콩과 소금만으로 최장 1년 6개월의 발효 기간을 거치는 ‘세계 최장의 발효식품’이자 대표적인 슬로푸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공장 된장도 재래 된장을 접목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산재료 된장, 유기농 된장, 명품 된장 등 3개월간의 자연 숙성을 시킨다거나 양질의 국산 재료를 사용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전통식품 명인과 손잡고 전통장류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된장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한 된장 시장에서 이 회사 된장이 자리를 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선 GMO 콩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부각 시키고 전통 방식의 슬로푸드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주문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회원 영입에 더 공을 들여야 하고 제품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해주 동포사회와의 협업모델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적극 부각 시켜서 국내에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착한 소비’와의 접촉면을 넓혀나가는 전략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위생과 맛의 균질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전 포스팅한 글 중 폴 뉴먼의 ‘뉴먼스 오운’이 품질에 전력투구한 이유가 다시 떠오른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바리의 꿈 표 된장’을 이웃에 선물해 인사도 나누고 멀리 연해주 고려인 동포와의 교감도 갖는 일석이조의 선물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