饒宣齋(요선재) 9첩반상 앞에서 나는 황홀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바람이 요동을 친다.
거센 폭풍이 되어 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하다
저마다 내가 옳다고 소리친다.
불안한 정치가 아닌 안정된 나라
더 한층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 우리나라를 이끌 수 있기를....
권력을 쫓아 철갑을 휘두르고 전투를 벌인다.
국민을 찾고 국민을 위하는 꿀맛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껏 정말 우리는 편안한 정치를 보았는가?
아니 앞으로는 정말 그들의 말이 모두 실현될까?
제발 그랬으면....정말 좋겠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앙상한 몸매 드러내고 파르르 떨며 나부가 되어가는 모습 안쓰럽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은 아직 자신의 몫을 다 한 것이 아니다.
차갑게 식어 가는 대지를 덮어 생명의 기운을 보살피고
마지막 남은 상처투성이 몸둥아리 전부를 불태워
생명의 씨앗을 품고 박테리아 세포분열의 온도를 지키려고
아니 새봄에 향기롭고 어여뿐 꽃을 피우기 위해
썩어 문들어져 생명의 싹을 티우는 균을 만들려 준비한다.
휘몰아치는 바람 아랑곳없이 제자리 찾아 헤매고 있다.
겨울의 무턱에 외로움 가득한 모습으로 쓸쓸히 서서
나뭇가지에 낙엽 한 잎이라도 매달려 있으면
"나는 아직 가을을 보낸 게 아니다" 라고 소리치는
가을남자 발버둥소리 애처롭게 들린다.
드높은 빌딩과 아파트 숲
흙냄새 사라진 끝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 위에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발걸음 소리 요란하다
그 비좁고 싸늘한 틈새에서 살아 가기위해
머리를 감싸고 고심하며 뛰고 달리는
혼란한 전쟁터를 벗어 나
나를 부르는 소리 따라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길을 나선다.
달리는 버스 차창밖 너머 펼쳐지는
산과 추수한 들녘의 평화로움을 지켜보며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겨 시간의 움직임에 나를 맡긴다.
간혹 산모퉁이에 나타나는 고풍스런 기와집 모습이
평화를 불러오고 지난 세월 속 옛 추억이
새록새록 눈가에 묻어 나오면서 속삭인다.
나이테 돌고 돌아온 울퉁불퉁 동그라미 자국 속에
숨어 있는 아픈 흔적 달콤한 이야기들이....
등어리에 산을 이고 가슴으로 냇물을 품고 앉아
옹기종기 모여 이웃을 만든 한옥들의 다정한 풍경이 정겹다
산과 바람통로 물과의 거리
배산임수의 원칙과 햇볕을 많이 받으려
모두가 남쪽을 향해 처마 끝을 치켜세우고 드높은 품위를 자랑한다.
영주가 가까워진다.
천혜의 소백산 아래 유명한 풍기인삼, 영주사과,
영주한우 풍기인견, 공무원 사관학교 동양대학의
대형 광고판이 낯설지 않다.
물끄러미 고향의 모두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고
아름다운 내 고향 더욱 사랑해야지 더 크게 나아가야지
믿음으로 다시 한 번 고향향기를 생각해 본다.
유난히 크고 화려하게 인사하는 문구
"선비의 정신과 숨결이 살아있는 영주"
높이 우뚝 서서 오가는 눈을 잡아끌어 당긴다.
선비고장 영주 그래 우리는 모두가 선비다
선비고장이라 말하는 이유가 있지?
한국 유학의 진원지, 선비의 덕목을 실천한 고장
동방 성리학의 비조, 민족의 스승 회헌 안향
백성의 나라를 꿈 꾼 민본사상가 삼봉 정도전
그외 많은 청렴한 학자와 유림들의 우리고장 출신 이름들이 즐비하다
단종복위 도모와 희생, 충절의 고장 순흥
순수 농민 자치기구, 순흥초군청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수 전국 4위,
지역규모 따지면 전국 최고 수준 이였던 영주
이럴진대 어이 선비고장이라 아니 부를 수 있겠나?
선비는 꼭 양반만이 선비가 아니다
선비의 덕목을 실천한 자를 ‘선비’라 하고 그러한 고을을 일컬어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어 오는 게 아닌가?
영주는 선비의 덕목을 실천했다
‘정축지변’이란 참화를 겪고도 다시 일어서 학풍과 선비정신을 정립했으며,
조선말 격변기에는 의병을 키워 선비정신을 실천했다.
또한 일제 치하에서 대한독립운동의 발상지로
대한광복단의 일제에 대한 피 끓는 항쟁도 그 선비정신의 발로가 아닌가?
나라와 지역을 위해 바른 덕목을 지키고 실천하고 있는 우리고장
분명 ‘선비의 고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선비숨결을 피부에 닿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 모두 선비 아닌가?
선비고을 영주시 향교골 고택을 개보수해서
향토음식체험관 饒宣齋가 문을 열었다
고풍 넘치는 자태로 은은한 정취와 향수가 묻어나는
우리고장 전통한옥에 “요선재“ 라는 휘호가
멋스럽게 걸려 찾는 이들을 반긴다.
영주시가 전통식문화의 체계적 보존과
전수를 위해 (사)한국반가음식문화연구원과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전통 향토음식을 배울 수 있는 전문 교육 및 체험시설을 갖추어
운영을 총괄하게 된 한국반가음식문화연구원 김영희 원장의
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 “요선재” 개관식이 열렸다.
한국반가음식문화연구원 김영희 원장,
김주영 영주시장, 한국 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
시의회 의장 도의원 시의원등 많은 영주시민과
영주시 관계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향토음식 체험관 개관식에 이어 테이프 커팅이 있은 후
개관식에 참석하신 분들과 함께 향토음식 체험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의례를 중히 여겨,
이에 따르는 특별한 음식도 많이 전래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왕가의 음식과
그 제도가 우리 민족의 음식을 대표할 만큼 다채로웠다고 한다.
그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우리고장 특색에 맞게
우리고장 전통향토음식과 선비골 밥상을 재현해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향토음식체험관이다.
그때로 돌아가 진수성찬 상차림을 받아 선비가 되고
고관대작이 되어도 보고 임금이 되어도 본다.
놋그릇으로 재현된 7첩, 9첩 반상을 눈앞에 두니
아침저녁 김치랑 국으로 평범한 밥상
갈비탕, 짜장면, 된장찌게등 간소한 점심식사를 접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그저 그 화려함과 진수성찬에 놀랍고
품격 높게 전시된 밥상을 보고 황홀경에 도취된다.
옛날 우리고장 반가음식의 특색을 살려
현실에 맞는 차림으로 영주만의 전통향토음식으로 개발한
김영희원장의 작품에는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그녀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전문가의 손맛이 감도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홍삼과 인삼, 사과, 고향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찬들이 많다
영주 쌀로 지은 밥에는 밤, 대추등 갖가지 열매로 반찬 없이도
씹으면 씹을수록 향기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오랜 세월 우리 고장 전통음식에 연구 개발에 몰두한 김영희원장의
열의가 듬뿍 담겨 있는 우리고장 향토음식
모두가 Slow Food로 특산물의 맛과 향기가 듬뿍 베어 있어
먹는다는 것 보다 보고 느끼고 음미하는 최고의 밥상으로
고고한 영주선비가 되어 허리 꼿꼿이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
존귀한 차림상을 받는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요리 연구가 윤숙자교수가
체험관 개관에 자문을 하였다고 한다.
윤숙자 교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원에서 우리나라 각 지역
향토음식을 연구하는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전통음식연구,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서
우리전통음식 면모를 새롭게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는 분이다
향토음식체험관 김영희원장도 윤숙자 교수의 지도로
경상북도 전통음식 한국반가음식문화연구원을 이끌어 오며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강사,
전통병과 혼례음식 1급 기능사,
세계음식박람회 심사위원 역임,
영주시 향토음식 자문위원
2003.2004년 세계음식 박람회에서 금메달수상
2010년 문화체육부장관 표창등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과 이력으로 우리지역 향토음식체험관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궁중음식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수라상이다.
수라는 고려시대에 원(元)나라의 영향을 받아
몽골[蒙古]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상감은 수라상, 어른은 진짓상, 아이들은 밥상이라 하는데,
각 상차림의 기본은 밥을 중심으로 찬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3첩반상, 5첩반상, 7첩반상, ... 그렇게 나뉘었는데,
여기에는 김치와 젖갈, 국과 찌게는 제외되었다.
궁중에서는 12첩 정찬으로 짝수가 되게 하고,
민간에서는 사대부집이 9첩, 일반은7첩
·5첩 ·3첩의 정찬으로 홀수가 되게 한다.
12첩 반상은 왕과 왕비만이 받는 상으로,
왕족이나 벼슬이 높은 신하라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임금님의 수라상은 12첨 반상
사극에서 나오는 수라간의 분주한 장면이 떠오른다.
봉건사회 음식에도 엄연히 계급적 성격이 담겨 있고
상차림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이 아닌가?
글로벌 시대 영주를 찾는 전 세계의 사람들과
전국 기호가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곳으로
의미 있는 영주 선비가 되어 고관대작들이 음식문화와
반가음식을 맛 볼 수 있고 우리 고장의 멋과 맛을 알리는
체험관으로 밝고 힘찬 내일이 되리라 본다.
이제 문을 연 향토음식 체험관 미각을 찾는 이들
누구나 그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는 체험관으로
차츰 멀어져 가는 우리고장 음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인프라를 만들고
영주의 대표 전통음식으로 거듭나 영주의 또 하나의 자랑이 되기를 기대한다.
“饒宣齋“(요선재)
'넉넉히 베푸는 곳“ 이라는 뜻이라 한다.
베품은 아름답다.
베풀 수 있음은 많고 적음이 아니다
마음이다! 정성이다!
한 끼 식사를 넉넉히 베푸는 요선재
김영희원장의 넓은 마음이 담긴
옛 향기와 고향의 그윽한 냄새가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 나가
영주에 오면
넉넉한 베품을 받고자
선비가 되어보고자
이어지는 발길 끝이 보이지 않기를 바라며
무궁한 발전과 고향의 명품 향토음식으로
튼튼하게 뿌리내리리라 믿는다.
2012.11
전통음식체험관을 다녀와서
시보네
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