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가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고사성어에 빗대어 표현한다. 시의적절한 세상의 이치를 몇 자의
함축된 말에 넣음으로써 말하는 사람은 품위가 돋보이고, 듣는 사람은 무슨 뜻인지 곰곰이 되새겨 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자 사용을 병행하던 예전 정치인에 비해 요즘 정치인들은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하면서
고사성어보다는 막말 공방이 잦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인들이 던지는 촌철살인 같은 고사성어는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김태호 경남지사가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소환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자 기자회견을 통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원문을 그대로 해석해 보면 태산(泰山)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뜻이다.
풀이하면 떠들썩하게 시끄럽기만 하지 실제 결과를 보면 아주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해명이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몇 달째 꽤 많은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천신일씨도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벌써 몇 달째 누가 소환 대상이라더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박연차씨가 경남지역에 연고가 있으면서 경남출신 정치인뿐 아니라 자치단체장, 경찰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김 지사의 말대로 일단 떠들썩한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가신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은 편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불신 분위기를 조성한 책임의 한쪽에는 정치인들의 몫이 큰 셈이다.
하지만 세상도 변하고 있다. 정치인은 원래 그런 것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정치인들이
많아질 때 태산이 요동치는 일도, 쥐가 출현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현근 정치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