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 다 쓴 글을 이으려 창을 열어보고는 낙담하였다.
신년주(新年酒) 조금 하였기로 글이 엉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문 글쟁이 아니라도, 전체에 걸쳐 범람한 오류는 수정(修訂)조차 불가하였다.
하여 글을 내릴까 생각해 보았으나... 이 또한 창피를 피하려는 창피스러운 일이 되겠다.
글이야 못 쓸 수도, 잘 못 쓸 수도 있었겠으나 내용이 없었으니...
그러나 남겨두기로 하겠다. 옐로카드를 두어서 레드카드를 조심하기 위함이다.
이어 가겠습니다. “삼천배 동참기(三千拜 同參紀)”이라는 무미건조한 제목으로써.
병신년 끝나는 날 저녁 “대구구도회 철야 삼천배 정진장(精進場)”으로 세수하고 참석하러 오신 분은 열 아홉 분이나 되었다. “무려”라는 부사어로 수식해도 무리가 되지 않으리라.
두서없이 단지 정진형식으로 구분한 그분들의 명함은 이러하다.
●절하는 조(組)---일명 절쪼
하재웅, 박정하, 김준석, 권오주, 성다원, 배창렬, 김영수, 허효선, 점순보살, 최말순,
●염불하는 조----일명 염쪼
권오자, 하재웅거사 형수보살님, 김임순, 인순보살, 채순희
●구경 내지 견학하는 조---일명 학쪼
허효선보살 아들(중3), 처음 오신 구도회 인근에 거주하는 모 보살(예비회원)
●돌아 당기기만 하거나 사진이나 찍는 조---일명 찍쪼
고미현
●미역국 끼리고, 귤 까주고, 물 주고, 떡 가져 주는 등 뒷 수바리(수발)하는 조... 일명 떡쪼
이정희,
*조편성은 자의적이며 임의적이어서 절쪼에서 염쪼로, 염쪼에서 떡쪼로, 떡쪼에서 염쪼로, 찍조에서 학쪼 또는 절쪼로, 염쪼에서 절쪼로 ...아주 자유분망하게 편의적으로 이동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러나 정진장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이다. 이는 화투장 돌리면서 밤 새우거나, 나이트 구락부(클럽)에서 몸 풀며 밤새우기가 아닌 까닭에서 이다. 대단히 자유로운 영혼들이 자유를 포기하고 밤새도록 눈 한 번 붙이지 않기로 한 결심과, 더 나아가 좋게 있으려는 오온(五蘊)의 건전한 의지를 무시하고, 오체를 끊임없이 굴신(屈身)하여 오온에 가득한 불만을 가져다 주려하는 자못 反오온적인 비장감 서려있는 밤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인가? 이 무엇꼬?......사생활은 묻지 않으리다.
또한 밤을 지내는데 필요한 정신적인 양식은 각자가 가져 왔으나, 정신세계를 긴요히 돕는 에너지 보충물은 다음의 분들이 공양하셨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함을 표합니다.
김영수 거사(귤 한 상자), 인순보살(떡 닷되), 고미현보살(롤 케이크 두 두루마리)
권오주 거사(옛날 요쿠르트 70개), 김준석 거사(귤 한 상자) 허효선보살(발효차 한통)
이정희 보살(미역국 찹쌀 수제비)
〓 2016년 12월 31일 오후 9시
“시작되는 3000배 중 에서는 오늘을 잊고 내일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올해를 벗고 내년을 입지 아니하리라. 시간에 줄 긋지 아니하고, 밤과 아침의 경계를 의식 하지 아니하여, 참회의 오체투지 속에서만 있겠노라, 정성을 다하겠노라. 일심으로 할 것이리라.
숫자가 다 하여질 때, 업력은 가히 덜어질 것이라, 다시는 더 무거워지지 않으리라.“
대충 이러하게 서원을 세운 후 예불을 거쳐 백팔 참회의 書頭 8배를 시작으로
삼천배 정진으로 들어갔다.
“1000배-휴식-800배-휴식-700배-휴식-400배-백팔참회”로 진행하기로 하고
김준석 법우가 죽비를 하고 나는 염주를 쥐었다.
역시나 처음의 100배가 오늘수행의 도달여부를 알게 해 주는 것 같았다.
100배 정도에 종아리와 무릎 쪽의 당김이 느껴지며 불안감이 들었다.
게다가 김준석 법우의 죽비도 그렇게 적당한 속도가 아니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만두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200배 몸이 조금 달아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300배 땀이 얼굴을 타고 흐른다. 무릎 쪽의 통증과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은 없어졌다.
400배 수월하게 관음보살의 명호가 외워지며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되어간다.
500배 얼굴과 어깨, 등 뒤로 흘러내리는 땀이 느껴지며, 호흡이 조금 가빠지는 듯 했다.
600배 좌복에 얹힌 수건이 축축하여졌다. 접히는 발가락 쪽의 통증이 느껴진다.
700배 죽비소리에 몸이 자동적으로 굴신을 계속한다. 관음의 명호가 더욱 또렸하여 진다.
800배 땀과 숨소리와 죽비와 관음의 명호가 한 무더기 되어가고 있다.
900배.무릎 위의 근육에 통증이 온다. 조금 쉬었다가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100배만 더하면 휴식시간인데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1000배 온 전신의 땀 구멍이 다 열린 듯 같다. 긴 숨과 함께 1000배를 마감했다.
약간 안심이 된다. 3000배를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하여야지.
밤 10시 50분이었다.
첫댓글 하하하~~밤새도록 웃고 또 웃습니다^^
권회장님~
몇년째 삼천배를 거뜬히 하는 모습에서 입이 딱 벌어지고~
글빨(?)에서는 입이 얼어 붙었습니다^^
정말 대단~ 대단하십니다 권회장님!!
드디어 새벽 4시 50분~
~중생업이 다하도록 이러지이다.
나무대행보현보살~~
못다쓴 이야기가 많겠죠?
이어지는 글이 몹시 기다려집니다^^
귀하고 재미난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구거사 오주행님! 여전한 모습에 감사와 찬탄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래가기 위해서는 유연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 유연성이 변함없으니 여지껏 건재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구 형님거사님도 아시다 싶이 저는 타고난 유연성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미련스레 오래 하다보니 체득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많이 유연해졌습니다. 이 유연성으로 인해 금생은 무난할 것 같습니다. 다 일구 형님거사님 덕분임을 고백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염불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_(())_
권 회장님의 삼천배는 더 익어가는 것 같아요^^
권 회장님의 절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뵈니 작년보다 더 가볍게 느껴졌답니다^^
덕암회장님, 구도회를 찾아주시고 격려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