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홍명보가
‘실크로드’를 달려왔다면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은
‘비포장 도로’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트라이커로서 최고의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견뎌내기 힘든 슬럼프를 겪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절절히 느껴왔다.
성장기도 축구인생만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잊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사건은 어머니의 가출.
여덟 살 때 집을 나간 후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만날 수 있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접은 지 이미 오래인지라
미움도 안타까움도 없이 다시 보내드릴 수 있었다고 한다.
택시운전을 했던 아버지는
혼자서 축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다가 6년 전 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대신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장인이었는데,
장인마저 사위의 변화무쌍한 인생살이에
마음 졸이고 가슴 아파하다가
지난 4월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5월 초엔 유일한 핏줄로 남아 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는 등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독일 2부리그 부퍼팔에서 활약할 당시 만났던
독일 유학생 정지원씨와 94년 결혼,
슬하에 1남1녀를 둔 그는
축구와 가족이라는 명제 앞에선
유독 강한 남자로 변신한다.
특히 빙부상과 조부상을 당한 뒤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커졌다.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중
그는 생애 최초로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너를 끝까지 지켜줄게.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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