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속의 모로코, 그리고 특별함.. 1.프랑크푸르트에서 페스로 날아가다.

[지중해 소년]

회사 상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했던 이번 출장은 뒤셀도르프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K-show를 참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 아무리 뒤의 일주일 일정이 기대가 된다지만, 그래도 회사 경비로 이곳까지 날아왔기에 대충대충 할수는 없었다. 나름대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구상해보며 3박 4일을 보내고...

뒤셀도르프에 이어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민박집을 이용하여 하룻밤을 보낸 후.. (숙소 욕심이 그다지 없는 나는 한식을 먹을 수 있고 숙박비가 저렴한 민박을 선호하게 되었다. 특히 뒤셀의 호텔은 그저 그런 방이 전시회 기간에 300유로까지 치솟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낯익은 간판이 즐비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맞은편의 모습.

프랑크푸르트 'Hahn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를 모로코의 페스로 데려다 줄 라이언 에어는 오후 4시 비행기였는데, 공항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기에 1시 버스를 탔다(그런데 두 시간을 가다보니 왜 'Hahn 공항'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분류가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나는 2004년에 홀로 포르투갈 + 스페인 여행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 얻은 교훈은 '다신 혼자 여행 하지 말자'였다.

아무리 좋은 것을 본다고 해도 혼자서는 너무 외로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그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뼈가 저리도록 느꼈었으니 다시는 안떠날 법도 한데.. 왜 나는 그 고통을 다 잊고 이번에 다시 모로코로의 여행을 계획한 것일까.

아무리 출장지 독일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나 벨기에, 네덜란드 등으로 나자신을 만족시키려 해도 마음 한 구석에서 터져나오는 외침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미지의 모험에 대한 욕망과 기대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 이왕 멀리까지 가는 거 비행기 값 몇 푼 더 들이면 미지의 땅을 밟을 수 있어. 내가 다시 그 땅에 가볼수나 있을까?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거야.. 그렇게 나의 모로코 여행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유럽에서야 치안이 잘 되어있어서 안전한 편이지만, 과연 그곳은? 하는 의문이 나를 다소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이 여행중에도 몇 번씩 나의 머릿속을 왔다갔다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라이언 에어의 까다로운 짐 중량 체크를 하다보니 15kg 중량제한에 걸려 하는 수 없이 캐리어에서 2.5킬로 짜리 Xnote를 빼냈다(15.7kg로 간신히 통과). 그리고는 그것을 옆구리에 끼우고 탑승 게이트 앞에 가있었더니 거기서 또 기내휴대 가방 중량 체크(10kg)를 다시 하는 것이었다(대충 눈대중과 손대중으로 하는 것이었고, 검사를 마친 가방은 하늘색 태그를 달아준다. 지금 생각해봐도 라이언에어 수화물 정책에 진저리가 쳐진다).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찬 프랑크푸르트 발 페스행 라이언 에어의 기내 모습.

힘겹게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순박한 모로칸들이 잔뜩 기내 수하물을 들고 들어와 짐칸마다 자리가 없어 난리가 났다. 짐들고 뒤늦게 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정석이 아니어서 일행과 같이 가기를 원한다면 좀 더 빨리 타야할 이유가 있을 듯 싶다.

옆자리의 '사라'라는 독일녀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간 덕에 3시간의 비행이 다행히도 잘 지났다. 모로코에 이번이 다섯 번째라는 그녀는 친척인지, 친구인지를 만나러 간다고.. 그녀의 말에 따르면 돈있고 학벌좋은 모로칸들은 해외여행을 못한다고 한다. 오로지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만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이다지도 국내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란 말인가?

비행기가 내리려는데 하얀 구름속을 뚫고 지나가더니 창문에 물기가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였다, 놀랍게도. 이곳은 그래도 명색이 아프리카인데 나를 비로 맞아주다니.

오래간만의 저가항공 탑승이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난 2006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에 갈때 탔던 skyeurope을 탔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부도나서 없어진 항공사 skyeurope. 비행기 착륙과 동시에 모든 승객이 환호와 함께 열렬한 박수를 치는게 아닌가. 나도 얼떨결에 같이 치면서 정확한 영문을 몰라 웃었었는데, 옆자리의 사라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박수를 칠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비가 내리는 모로코 페스 공항의 활주로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착륙하자, 만석을 이룬 기내의 모든 승객들이 일제히 환호와 힘찬 박수를 보냈다.

공항에서 짐을 찾아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한무리의 모로칸에게 둘러싸였다. 늙은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도 있고, 자칭 택시기사라는데 호텔 이름을 말했더니 자기들끼리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늙은 기사가 잘 모른다고 하자 자리를 주도하던 젊은이가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나섰다. 그리고는 차에 나를 태우는데 족히 30년은 넘어보이는 낡은 벤츠였다. 게다가 택시캡도 없으니 이것은 그럼 자가용 영업? 타기전에 12유로로 흥정을 마쳤는데 혹시 딴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

과연 이 자는 나를 호텔까지 나를 무사하게 데려다주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밀려왔다.

[polyana]

오, 이 얼마만에 지중해클럽에서 보는 여행기인지 눈물이..ㅠ.ㅠ 근데 돈 있고 학벌 좋으면 왜 해외 여행을 못하나요? 국가 브레인들이 해외로 도망갈까봐? -_-;;; 이유가 궁금하네요..아무튼 여러가지로 미지의 나라 모로코라니 완전 기대되네요

[쟝폴고티에]

재밌게 읽고 갑니다.가보고 싶은나라 모로코..다음편이 빨리 기대 됩니다.

[mia-LUIS]

어머나 세상에...지중해소년님의 여행기라니...정말 오랜만이어요.^^

[지중해 소년]

I'm so sorry...

[피비]

진짜 너무 오랜만이라 더 좋네요 ^^
저도 분발해야 겠어요 ㅎㅎ

[*블루마린*]

올만의 여행기... 저도 눈물이 ㅋㅋㅋ 제가 애들 둘데리고 일본으로 떠나준 덕에 조용히 집필을 하셨다는 ㅋㅋㅋ 모로코에 혼자 다녀온게 샘나서 일본여행을 떠났거늘... 애둘데리고는 집이 젤로 천국이더라구요...ㅠㅠ (근데 북한도 아니고 해외여행금지라는 것은 좀 의아스러운데... 혹시 리스닝이 잘못된거 아니신지 ㅋㅋㅋ) 전 간만에 보는 미아루이스님도 완전 반갑!!!

[mia-LUIS]

왜케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셨다는데 제가 가슴이 미어지나요...에효...애엄마라면 그 또래 아이들과의 여행이 쉽지않다는 걸 잘 알기때문일거예요...저도 반갑네요, 다들.제가 넘 조용히 지냈던지라...ㅋㅋ

[코코벨라]

애들을 둘 데리고 여행을 다녀오셨다니 정말 "우러러"보입니다. 애 하나델고 1시간짜리 그러서리 샤핑도 여전히 버거운데...ㅠㅠ블루마린님도 그럼 어서어서 일본 여행기 좀 올려주세요.

[kristy]

어머나 이게 얼마만의 여행기인지..
오랫만에 홀로 떠난 모로코가 좋으셨어요??
위에 마린이 댓글 왜케 웃겨??

[*블루마린*]

클스티님은 홍콩, 마카오 좌충우돌기를 좀 올려주심이...ㅋㅋ 저도 일본 '여행'이라 칭하기도 뭣한 단순한 호텔 방문쯤으로 부를법한 방문이었고 애둘데꼬 가니 사진찍기 거의 불가능했어서리...그래도 시간나면 올려봐야겠어요... ㅇ리모드 지중해클럽 부흥에 일조하십시다 ㅋㅋㅋ

[미키]

와~ 모로코 다녀오셨군여~ 정말 얼마만에 보는 여행기인지~~~ 눈물이 앞을 가리네~ ㅎㅎㅎ

[코코벨라]

소년님의 멋진 여행기!!!! 이런저런 저가유로피안비행기 탑승 소감이 저를 시실리 생활로 훌쩍 데려다 주네요. 너무 재밌어요.

[사과나무]

전 혼자 떠난 게 대부분이라...사람들을 우루루 데리고 다니기가... 피곤하더군요. -.-; 암튼 오랜만의 여행기 반갑반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