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시하다. 멋진 옷을 입고도 불안한 어떤 사람들과 달리, 재활용센터에서 건졌거나 누가 줬거나 하는 옷을 입고도 위 아래 그렇게 폼 안나는 옷을 입어도 빛이 났다. 그 어느 자리에서도 옷 때문에 주눅드는 법이 없었고, 그 어느 때에도 옷 때문에 잘난 체 하는 적이 없었다. 제 옷에 함몰되거나 제 옷이 무기가 되거나 하지 않고 언제나 팔랑팔랑 자유로운 그 사람, 매사가 그렇게나 간결해서 그녀를 떠올리면 이것저것 보이는 대신 그냥 그녀만 보인다
날이 활활 타오른다 불처럼 꽃처럼 날씨야 서늘한 게 좋지만 사람은 뜨거운 게 좋아,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것보다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것보다 사이다 김 빠진 것처럼 순해빠진 나보다 이렇게 뜨겁고 이렇게 뾰족하고 이렇게 활활 타오르는 사람들 왠만해선 도시의 순한 양으로 길들여지지 않는 여전히 뜨거운 사람들 火를 내야 할 때 활활 타오를 줄 알고 기뻐할 때 사랑할 때 花처럼 피어나는 여전히 푸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활활 타오르는 이야기 정직한 이야기 가끔 만나면 참 좋아 그런 사람들 보면사람 사이 숲처럼.
배가 둥근 사람들, 나시 청바지 차림으로 둥근 배 큰 배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뉴욕 거리 곳곳을 씩씩하게도 활보한다. 연약해보이는 산모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미래를 만드는구나 새삼 신기해라. 희든 검든 노랗든 다음 세대는 피부색 상관없는 하나의 미래 둥근 미래 만들어졌으면
구두의 숲, 마른꽃과 펜드로잉, 2005
지하철에서 휘청거리며 꽃다발을 들고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가 들어줄까, 묻는다. 그 내민 손이 정겨워서 한 정거장인데도 맡겼다, 맡기고 싶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꽃다발을 곧게 세워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읽고있던 책과 가방을 잡고 책읽기에 집중했다. 피곤한 오후 사람간의 작은 소통은 샘물처럼 마음을 씻어준다. 내릴 즈음 작은 꽃송이 하나 따서 읽고있던 책에 넣어줬다. 책갈피에 넣으라고 말하고 지하철을 내렸다. 순간 그녀 얼굴도 꽃처럼 환하게 피었다.좋은 오후다, 덥고 덥지만.